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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이태리 폰티나, 폰띠나 Fontina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이태리 폰티나, 폰띠나 Fontina

단 단 2015. 5. 10. 01:30

 

 

 

 이태리 발 다오스타 Val d'Aosta, Italy

 

 

 

 

 

 

 

 

1480년에 제작된 이쏘뉴Issogne 성의 벽화.

오른쪽에 조각이 잘려 나간 치즈 덩이가 바로 폰티나.

 

 

 

 

 

 

 

 

요리에 쓰지 않고 맨입에 그냥 폰티나를 먹을 경우 생산자가 권하는 가장 맛있는 온도는 16˚C. 집에 온도계 갖고 계신 분들은 치즈를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으로 높일 동안 온도계를 꽂아 두면 좋을 듯. 치즈 오른쪽의 녹색으로 물든 부분은 폰티나 등급 판정할 때 찍은 녹색 합격 도장 탓이다. 이 치즈는 단단한 껍질을 제거하고 먹는다.

 

 

 

 

 

 

 


먹기 좋게 잘라

 

 

 

 

 

 

 

 

맨입에 몇 쪽 먹어보고

나머지는 빵 위에 올려 그릴로 살짝 녹여 먹음.

 



이태리의 오래된 전통 치즈 폰티나를 소개해드립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프랑스,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알프스 지역에서 만듭니다. (☞ 발 다오스타 절경 감상)

 

발 다오스타 지역은 면적도 적고, 인구 수도 적고, 인구 밀도도 낮은, 이태리에서 몇 안 되는 반-자치구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그래서 이태리어도 쓰고, 프랑스어도 하고, 자기들 언어도 따로 갖고 있어요. 이 지역 사람들에게 폰티나는 마치 우리 김치나 된장, 고추장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입니다. 폰티나를 활용한 음식이 정말 많더라고요. 지름 30~40cm, 높이 7~10cm, 무게 8~12kg 가량의 큰 원반형으로 만듭니다. 수레바퀴로 써도 되겠습니다. 알파인 치즈들의 일반적인 형태지요. 전통 치즈이므로 이 역시 살균하지 하지 않은 생유로 만들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수요가 많아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폰티나 생산 과정
그 지역 고유 품종인 발도스타나Valdostana 소에서 젖을 얻어 만들되, 전날 오후에 짠 우유를 냉장 보관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짠 우유와 합쳐서 쓰지 않고 매번 새로 짠 신선한 우유로 치즈를 만듭니다. 즉,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치즈를 만든다는 거지요. 생산자들은 이를 매우 자랑으로 여깁니다. 유지방을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다 쓰기 때문에 지방 함량이 높아 치즈 만들기가 좀 까다롭다고 합니다. (영국의 저지Jersey cow's 밀크 치즈들 생각이 나네요.)

 

원유를 가열해 36˚C까지 온도를 높인 뒤 응고를 위해 동물성 응고 효소를 넣어줍니다. 치즈 제법을 잘 모르는 분들 중에는 초기의 이 원유 온도 높이는 과정을 저온살균pasteurisation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온살균은 그보다 더 높은 온도인 72˚C 부근에서 약 15초 정도 가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응고 효소를 넣은 뒤 50분가량 그대로 두면 응유curd가 형성됩니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부드러운 응유는 휘저어 잘게 쪼개준 뒤 안정되도록 일정 시간 방치를 합니다. 그 뒤 다시 낟알 크기로 더 잘게 부수어줍니다. 원유를 담았던 원형의 큰 구리 용기vat 바닥에 이 잘게 부수어진 응유 낟알들이 가라앉습니다. 초기에 가열해 올린 온도 때문에 이 단계에서도 여전히 응유가 따끈따끈합니다. 맛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죠.

 

그 뒤 커다란 천muslin으로 잘게 쪼개진 응유들을 모아 걷어올린 뒤 원형 띠 안에 담습니다. 틀이 아니라 띠를 쓰는 거지요. 그런 다음 압착을 해서 응유 안에 남아 있는 유장whey을 빼냅니다. 처음에는 치즈 장인이 손으로 꽉꽉 눌러서, 그 뒤로는 장치를 써서 눌러 12시간 동안 유장을 뺍니다. 치즈를 수시로 뒤집어 줘 유장이 고르게 빠지도록 하기도 합니다. 그 뒤 소금물이 가득 찬 욕조에 담가 소금 기운이 배도록 합니다. 그리고는 숙성실로 들어갑니다.

 

숙성실에서는 초기 2주 동안 이틀에 한 번씩 추가로 마른 소금을 쳐주고, 또, 구두솔 같은 것으로 소금물을 묻혀 슉샥슉샥 치즈 표면을 구석구석 꼼꼼히 쓸어줍니다. 소금 기운이 치즈 속으로 스며들도록 하고 표면에 있던 이로운 미생물이 안으로 침투해 풍미를 돋우도록 하는 겁니다. 그 무거운 치즈를 한두 개도 아니고, 전부 선반에서 꺼내서 일일이 닦아주고 뒤집어주니 중노동이지요. 이런 '껍질을 닦은 치즈washed rind cheese'들은 그래서 생산하는 데 공이 많이 듭니다. 공장제 대량생산 치즈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김치와 치즈를 곧잘 비교하곤 하는데, 일단 담그고 나면 익을 때까지 온도 잘 맞춰주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김치와 달라 치즈는 숙성 기간 동안 끊임없는 중노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중노동 하는 기간이 상당히 길기도 하고요.

 

응유에 따로 소금을 치지 않고 성형을 마친 응유를 소금물에 담근 뒤 겉에 마른 소금을 뿌립니다. 그리고는 숙성 기간 동안 소금물 묻힌 솔로 반복해서 껍질을 닦아줍니다. 이 작업들을 통해 2% 가량의 소금이 치즈에 흡수됩니다. 이틀에 한 번씩 이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단단한 껍질 층이 형성되고 껍질 색이 금갈색으로 변합니다. 인간의 노동 외에 숙성실의 온도와 습도도 이 같은 변화에 기여를 하게 됩니다.


숙성은 동굴, 또는 산 속에 숨겨진 과거 군기지grotto나 심지어 구리 광산이었던 곳에 넣어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 장소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고유의 미생물과 미네랄에 의해 치즈의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숙성은 대개 3개월 정도 시킵니다.



버섯향, 꽃향, 건과일 단 향, 젖먹이 아기가 젖 먹고 올린 토사물의 매력적인 시큼한 향 등이 납니다.


질감
속살은 수분 매우 많아 말랑말랑 잘 휘면서 부드럽게 씹힙니다. 한국의 치즈 맛 나는 아이들용 어육 소세지 '뿌까마또르'와 비슷한 질감이지만 그보다는 좀 덜 탱탱하고 입 안에서 잘 녹습니다. 미세한 입자를 남기면서 목으로 넘어갑니다. 껍질 쪽으로 갈수록 단단해집니다.


가운데의 수분 많고 말랑말랑 부분을 씹으면 대량생산된 흰 슬라이스 식빵을 한참 씹었을 때 나는 식빵 특유의 단 누룩 풍미가 납니다. 껍질쪽으로 갈수록 포도주 짜고 남은 포도 찌꺼기인 머스트의 맵고 톡 쏘는 단맛이 납니다. 건과일풍의 단맛도 있고요. 전반적으로 풍미는 좀 약하지만 맛은 제법 복잡합니다. 복잡한 각각의 맛들이 강도가 너무 약한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폰티나의 활용

현지인들은 이를 요리에도 많이 활용을 합니다. 맨입에 그냥 먹었을 때 특별히 아주 맛있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주로 요리에 활용들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잘 녹는 성질을 이용해 라끌레뜨처럼 요리에 쓰는 것이 더 적합한 치즈입니다. 라끌레뜨도 맨입에 먹기에는 썩 맛있는 치즈가 아니지요. 현지인들은 폰티나로 주로뽈렌따polenta나 이태리식 퐁듀인 폰두따fonduta 해먹는 데 많이 쓰는데, 제가 치즈가 맛이 있을지 없을지 몰라 양을 너무 적게 사는 바람에 폰두따 만들 만큼 양이 안 나옵니다. 게다가 폰두따를 만들려면 트러플truffle도 필요한데, 지금 나오는 여름 트러플은 맹탕이고 맛이 없어서 어차피 가을 겨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어쨌거나, 폰티나를 잘라서 몇 조각 맛보고 나니 이 치즈는 열을 가해 먹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곧바로 들어 흰 빵 위에 올려 그릴로 녹여 먹었습니다. 열을 받으니 확실히 질감이 말랑말랑 더 나아지기는 하나 풍미는 여전히 약하네요. 중립적인 맛을 내는 순한 백밀 빵을 썼는데도 빵의 풍미에 치즈 풍미가 묻혀요. 향긋한 꽃향만 희미하게 겨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라끌레뜨 같은 진하고 분명한 풍미는 안 납니다. 제가 트러플 제철이 될 때까지 영국에 머물게 될지는 알 수가 없으니 일단 폰두따 조리법을 아래에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태리 가정요리의 대부 안토니오 깔루치오Antonio Carluccio 선생의 레서피로 소개해드립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Fonduta Valdostana con Tartufo
[4~6인분]

 

 폰티나 400g
우유 300g
달걀 노른자 4개
무염 버터 30g
소금·후추
트러플 1개, 얇게 저밀 것


1. 폰티나를 녹이기 좋게 작게 깍둑 썰어 그릇에 담고 우유를 부어 3~4시간 둔다.


2. 냄비에 옮겨 담은 뒤 불을 올려 부드럽게 녹인다.


3. 달걀 노른자를 하나씩 넣고 잘 저어 섞는다.


4. 버터를 넣고 소금·후추로 간한다.


5. 식탁 위에 올릴 폰두타 그릇에 옮겨 담고 식지 않도록 티라이트 같은 약한 불을 그릇 밑에 댄다.


6. 얇게 저민 트러플, 빵조각, 구운 피망 등을 곁들여 낸다.
* 소스를 슈choux, 에끌레허eclairs, 볼로방vol-au-vents 등에 채워 먹어도 좋다.

 

 

 

 

 

 

 


폰티나 생산자 조합 로고

 

 

 

 

 

 

 

 

발 다오스타 소개 동영상. 재생 시간 04:19, 14:41, 42:45에 폰티나 이야기가 잠깐씩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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