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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프랑스 보포르, 부풔허 Beaufort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보포르, 부풔허 Beaufort

단 단 2015. 5. 28. 01:00

 

 

  프랑스 론-알프Rhône-Alpes.

 

 

 

 

 

 

 

 

원어민 발음은 "부f풔허"에 가깝습니다. 끝의 "허"를 들릴락말락 내야 합니다.

 

그뤼예르 계열의 알파인 치즈입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의 알프스에서 만드는 치즈들을 알파인 치즈라고 합니다. 마운틴 치즈라고도 부릅니다. 알파인 치즈에 관해서는 제가 나중에 따로 정리를 해 드릴게요.


휴... 사진 좀 보세요. 경성 치즈가 이렇게 잘생길 수가 있습니까. 고운 결, 균일한 속살에 멋진 겉껍질을 가졌어요. 껍질 쪽으로 가면서 그라데이션 생긴 것도 좀 보세요. 허리는 왜 저렇게 잘록하냐면요, 응유curd를 유장에서 건진 뒤 너도밤나무beech 띠에 넣고 압착을 해서 저렇습니다. 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때문에 보포르는 누구든 금세 알아볼 수 있습니다. 치즈 전체의 모습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너도밤나무 나무 틀 안쪽이 불룩 튀어나와 있어서 치즈의 허리가 잘록해지는 겁니다.

 

 

 

 

 


 
보포르는 지름 35~70cm, 높이 11~16cm 정도의 큰 원반으로 만드는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젖소 35마리분의 우유가 듭니다. 그래서 치즈를 하나 이상 만들려면 근방에서 짠 우유들을 모두 합쳐서 쓸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이미 저 옛날부터 협동조합이 생겼다고 하지요. 소 치는 일, 젖 짜는 일, 치즈 만드는 일, 숙성시키는 일을 여럿이 모여 분담합니다.


 
론-알프 지역의 보포르탱Beaufortain, 따롱떼즈Tarentaise, 모리엔느Maurienne 계곡, 발 다를리Val d'Arly에서 만듭니다. 유럽연합이 설립되기 전인 1968년에 이미 프랑스 정부로부터 AOC로 지정되어 보호 받게 된 전통 치즈이며, 유럽연합이 생긴 이후로는 PDO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14, 15세기 때 교회와 지주들이 합심해 프랑스 알프스 지역의 싸부와-보포르탱 일대의 숲을 밀고 초원으로 개간을 했는데, 그때 조성된 목초지로 지금까지 치즈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풀뿐 아니라 들꽃, 향초 등 수천 가지 식물이 자라므로 소들이 이를 먹고 고소하고 달고 향기로우며 복잡한 맛의 우유를 냅니다. 완성된 치즈 풍미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고요. 아래 영상에서 보포르 생산지의 풍광과 소들을 보세요. 소들이 얌전히 일렬로 걸어 산을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소는 아봉덩스Abondance 품종과 따린Tarine 품종입니다. 여름철에는 신선한 풀을 직접 뜯고, 겨울에는 여름철에 베어 저장해둔 건초를 먹습니다. 전통치즈이므로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12~15개월 숙성을 시키고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보포르 달빠쥬Beafort d'Alpage

여름철에 알프스 산자락의 신선한 풀을 뜯은 소의 젖으로 만든 것.

 

샬레 달빠쥬Chalet d'Alpage

해발 1,500m의 고산 지대에서 풀을 뜯은 한 떼의 소에서만 짠 젖으로 만든 장기 숙성 보포르. 꿀 맛과 들꽃 향이 나면서 향기롭고 길게 지속되는 쨍한 우마미가 있어 풍미가 더 좋다고 합니다.


보포르 디붸허Beaufort d'Hiver

겨울철에 건초를 먹은 소들이 낸 젖으로 만든 보포르. 건초는 여름 풀에 비해 베타카로틴이 적어 치즈 색도 흐려지나 건조한 풀이므로 영양은 더 농축돼 있다고 합니다. 고로, 색이 진한 치즈가 맛도 더 진할 거라는 생각은 꼭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숙성이 더 된 치즈는 어린 치즈보다 색이 짙고 풍미도 짙지만요.

 

제가 산 치즈는 여름에 짠 젖으로 만든 '보포르 달빠쥬'입니다. 포장에 그렇게 써 있었어요. 제가 그간 맛본 알파인 경성·반경성 치즈들 중에서는 이 보포르가 속살paste 색이 가장 짙었습니다. 치즈 포장을 끌러보고는 중후한 노란색에 감탄사를 내뱉었지요.

 

 

 

 

 

 

 

 

 

만드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아래 영상은 숙성실의 모습입니다.

 

 

 

 

 

 

 

 

 

숙성실에 관광객들이 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는 모양인데, 깊고 청정한 천연동굴이 관광객들 입김으로 오염되는 것처럼 치즈 숙성실에도 사람이 자꾸 드나들면 왠지 치즈가 망쳐질 것 같아서 저는 조바심이 드네요. 산지 주민들이 치즈 사 갖고 가는 모습, 참 좋아 보이죠. 치즈 한 조각, 빵 한 덩이 사서 경치 좋은 데 앉아 여럿이 나누는 모습도 참 꿈만 같아 보입니다.

 

 

 

 

 

 

 



시식해 봅니다. 여느 알파인 치즈들과 달리 보포르는 껍질이 매우 질척거립니다. 꼭 된장 덕지덕지 발라 놓은 것 같아요. 잘못해서 껍질에 손을 댔다가 된장 묻힌 것처럼 잔뜩 묻어나서 손을 한참 씻었습니다. 껍질은 칼로 도려내고 먹는 치즈입니다.

 

 

 

 

 

 

 




킁킁킁. 마른 오징어 같은 건어물 향, 신선한 버터 향 등이 납니다. 매력적이에요. 코쟁이들은 이같은 마른 오징어 향을 건초향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껍질쪽에서는 불에 구운 마른 오징어 맛이 나는데, 다행히 마른 오징어에서 나는 쓴맛은 안 납니다. 갑각류의 단 우마미도 납니다. 매우 고소합니다. 견과류의 고소함이 아니라 갑각류 해산물의 고소한 맛이 납니다.


속살은 껍질쪽에서 나는 맛들을 약하게나마 다 갖고 있으면서 꽃향 같은 향기로움과 풋풋한 풀향, 밀크 캬라멜의 고소한 맛, 신선한 버터 풍미 등이 추가로 납니다. 숙성 콩떼에서 나는 쓴맛이 보포르 달빠쥬에는 없네요. 속살 뒷맛에는 알싸하게 매운 기운도 좀 있습니다. 그뤼예르나 아펜젤러보다는 각각의 맛 요소들간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서 향미가 짙습니다. 향신료와 향초를 써서 복잡하게 조제한 술츠sulz로 표면을 닦는 아펜젤러보다는 덜 '스파이시'합니다.

 

질감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치즈의 겉껍질에서 가운데 속살로 갈수록 점점 더 촉촉해집니다. 부드럽게 씹힙니다. 콩떼, 그뤼예르, 아펜젤러처럼 부드럽게 씹히고 잘 녹되 미끌거리며 녹는 게 아니라 미세한 입자를 남기면서 녹습니다. 콩떼, 그뤼예르 등도 마찬가지이지요. 쫀득해서 이에 살짝 붙다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총평

다쓰 부처는 보포르를 프랑스 경성 치즈의 최고봉으로 임명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맛있는 치즈입니다. 콩떼, 그뤼예르, 아펜젤러의 장점만 모아 놓은 것 같아요.


활용 및 곁들임

요리에 쓰기에는 좀 아까운 치즈입니다. 산지 사람이라 늘 이 치즈만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겨워서 이런저런 요리에 활용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작심해서 비싼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우리 같은 도시 사람들에게는 이 맛있고 비싼 치즈를 요리에 쓰긴 좀 아까워요. 치즈 자체의 풍미와 질감을 최대한 음미해 가며 맨입에 먹는 게 낫겠습니다. 싸부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호두와 함께 먹어도 좋고, 술을 곁들일 경우는 치즈가 진하면서 기름지고 단맛이 있어 샴페인, 샤도네, 리슬링과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최고 품질의 피노 누와하고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합니다. 저가는 안 되고 꼭 최고 품질이어야 하나 봅니다.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은 치즈 맛을 반감시키므로 잘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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