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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머쉬룸 케첩 Mushroom Ketchup, Mushroom Catsup

단 단 2016. 5. 27. 00:00

 

 

 

헤스톤의 시그너춰 디쉬 중 하나인 'triple cooked chips'와

18세기 레서피에서 영감 받아 재창조한 스테이크용 머쉬룸 케첩.

 



1600년대에 중국에서는 생선이나 갑각류, 조개 등을 절여 즙을 얻은 뒤 이 즙에 향신료를 가미한 것을 '꿰챱'이라 부르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민자들을 통해 꿰챱은 지금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땅에도 건너갔고, 그곳에 있던 영국의 탐험가들에 의해 영국에도 전해졌습니다. 영국에서는 굴, 안초비, 홍합 같은 해산물뿐 아니라, 버섯, 호두, 엘더베리, 오이, 맥주 등으로도 다양한 실험들을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어 단어 케첩ketchup의 철자도 이때 굳어졌습니다. 1700년대 중반에 영국에 케첩 광풍이 불어 이 시기 영국 요리책들을 보면 별별 재료로 만든 재미난 케첩 레서피들이 잔뜩 나옵니다. 그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이 머쉬룸 케첩. 영국에서는 원래 중세 말부터 버섯으로 피클을 담가 먹던 관습이 있었으므로 버섯으로 케첩을 만드는 것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New World'에서 전해진 저 '미심쩍은' 작물 토마토로 만든 케첩은 머쉬룸 케첩이 나온 지 한 세기가 지나서야 영국에 등장을 했습니다.

 

영국의 머쉬룸 케첩과 월넛 케첩 등은 식민지 개척자들을 통해 미국에도 건너갔습니다. 미국 남북전쟁[The Civil War 1861-5] 당시 통조림 식품의 편리함에 눈을 뜬 미국인들에 의해 통조림 식품 산업이 급격히 발달을 하게 되었는데, 미국의 토마토 농장에서 통조림용 토마토를 가공하고 남은 자투리 토마토를 모아 머쉬룸 케첩이나 월넛 케첩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토마토 케첩을 대량생산해 공급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 시판 토마토 케첩의 시초라고 합니다.

 

케첩의 시조였던 중국 꿰챱은 아마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피쉬 소스와 비슷한 점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영국의 머쉬룸 케첩도 성상이 토마토 케첩처럼 걸죽하지가 않고 간장이나 피쉬 소스처럼 묽은 액상을 하고 있습니다. 토마토 케첩도 초기에는 묽은 액체였다고 하지요.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는 지금도 머쉬룸 케첩이 놓여 있습니다. 토마토 케첩의 인기에 밀려 이제는 대량생산하는 곳이 <지오 왓킨스> 한 곳으로 줄었지만 우스터셔 소스와 마찬가지로 여러 음식에 맛과 활기kick를 더해주기 때문에 아직도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영국의 미식가들 중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이도 있고요.

 

 

 

 

 

 

 



저도 한 병 사 왔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1837년에 왕위에 올랐으니 1830년에 시판되었다는 이 대량 생산 머쉬룸 케첩은 리젠시 시대[Regency, 1811-1837]의 산물입니다. 시판 케첩치고는 역사가 참 오래됐죠. 병 디자인이 예스럽고 근사하죠? 색상도 멋있고요. 병만 봐도 버섯 느낌이 물씬 납니다.

 

 

 

 

 

 

 



확대해 봅니다.
이 시절에 출판된 책들처럼 식품 포장의 문구도 거창하기 짝이 없고 설명도 구구절절, 수퍼마켓 선반 앞에 서서 문구 들여다보며 혼자서 웃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성분을 뒷면도 아니고 앞면에다 떠억 적어 놓았습니다. 생버섯이 아니라 머쉬룸 파우더를 쓴다고 돼 있네요. 아마 대량생산 제품이라서 레서피가 다른 것 같은데, 옛 시절 영국의 가정집들에서는 머쉬룸 케첩을 다음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 도기earthenware jar에 버섯을 담고 소금을 뿌려 열원stove 근처에 둔다.

- 진한 색의 버섯 즙이 생기고 발효가 일어날 것이다.

- 그 발효된 즙을 받아 후추, 넛멕, 메이스 같은 향신료를 넣고 이번에는 오븐에 넣어 끓인다.

- 병에 담고 밀봉해 3개월간 숙성을 시킨다.

- 천에 받쳐 말끔하게 거른 뒤 향신료를 새로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 그 뒤 밀봉해 보관한다.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현대식 간단한 레서피로 다시 정리해 드리자면 -
[<The Taste of Britain> 영국음식사전에서 발췌]


1. 버섯과 소금 비율을 5:1로 잡아 며칠간 절인다.
2. 약한 불에 두 시간 얌전히 끓인다simmer.
3. 간장과 향신료[생강, 정향cloves, 피멘토pimento, 후추 등]를 넣는다.
4. 천에 거른 맑은 액을 열탕 살균한 병에 담아 밀봉 보관한다.

 


이 머쉬룸 케첩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병 위쪽에 파이나 짭짤한 식사용 푸딩, 소스 등에 활용하면 좋다고 친절하게 용도를 밝혀 놓았습니다.

 

 

 

 

 

 

 



용기 뒷면에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쇠고기 또는 풍미 짙은 야생동물고기game로 파이나 푸딩 등을 만들 때 고기450g당 2큰술(30ml)을 넣으면 버섯 풍미를 가미하고 색을 좀 더 짙게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저처럼 고기를 잘 먹지 않는 사람들은 버섯 수프나 소스, 그레이비 등에 넣으면 좋다 하고요. 버섯 애호가이므로 저한테는 이 소스가 유용할 것 같습니다. 안초비가 들어가는 우스터셔 소스와 달리 머쉬룸 케첩에는 동물성 재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으므로 엄격채식주의자vegan들한테도 소중한 조미료로 통합니다.

 

 

 

 

 

 

 

 


성상은 간장과 비슷합니다.
맛을 보니 우리 간장과 영국 우스터셔 소스의 중간쯤 되고 여기에 버섯 풍미가 살짝 얹혀집니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요리하시는 분들은 감이 대번 올 겁니다. 이 <지오 왓킨스>의 머쉬룸 케첩은 190ml 한 병에 £1.79, 우리돈으로 3,100원쯤 됩니다. 영국의 요리사들과 미식가들의 비밀 병기로 통합니다. 이들은 영국의 다양했던 케첩들이 미국의 저렴한 생산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해 토마토 케첩 한 가지로 평정된 것을 아쉬워합니다.

 

 

 

 

 

 

 

 

 옛 시절, 영국에서는 오이로도 케첩을 만들었다.

게살 로프에 곁들인 헤스톤의 큐컴버 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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