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구름감상협회 The Cloud Appreciation Society 본문

영국 이야기

구름감상협회 The Cloud Appreciation Society

단 단 2016. 4. 20. 00:00

 

 

 

일광욕 중인 젊은 남녀. 우리 동네 공원.

 

 

 

 

영국 구름감상협회The Cloud Appreciation Society 회원인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만큼 지루한 것은 또 없다고 생각을 한다. 영국에는 고층 건물이 많지 않아 고개를 많이 들지 않아도 언제나 시야 한가득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비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의 연강우량은 서울의 반도 안 되고, 시드니, 뉴욕보다 적으며, 심지어 저 건조해 보이는 이태리 로마보다도 적다는 사실. 조금씩 자주 내려 비가 많이 오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대기 중에 먼지가 적어 좋고, 식물에 일부러 물을 줄 필요가 없어 가드닝 하기 좋다.)

 

영국에서는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을 때가 많다.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땅이 붐빈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는데 영국에 와서는 구름 때문에 하늘이 와글거린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머리 위가 늘 간지럽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이 광활하면서도 정교하고, 오묘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우주는 제 스스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솜씨 좋은 누군가가 공들여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쪽에 더 수긍이 간다. 구름은, 말하자면, 창조를 마치고 더이상 할 일이 없어진 조물주가 손이 근질근질해 매일 백지에 해대는 호작질인 것이다. 나는 예술작품과 일상에서 발견되는 반복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반복과 변화는 내 박사논문의 열쇳말이기도 했다. 추측컨대 구름은 그 억겁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차이를 드러내며 무한히 반복되는 현상들에 매력을 느끼고 영감을 얻는다. 

 

구름감상협회 회원답게 남의 사진을 들여다볼 때는 사람과 건물만 보지 않고 하늘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구름이 담겨 있으면 반갑고, 멋진 구름이면 더 반갑다. 집을 나서면 하늘을 먼저 살핀다. ☞ 협회 누리집에 들어가 다른 회원이 발견한spot 개성 넘치는 구름 사진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구름으로 마음에 쉼표를 찍는다. 매일 바뀌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시물이 머리 위에 한가득인데 관람은 늘 공짜다.

 

구름을 감상하고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예술 감상과 마찬가지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학성을 드러내며 알은체를 할 수도 있지만 "그냥... 뭔가 좋네..." 하더라도 감상자의 순수한 마음은 예술가로부터 타박 받지 않는다. "이것은 해발고도 4천미터에서 5천미터 사이에 나타나는 중층운들 중 고적운(高積雲, altocumulus)이다."라고 근사하게 말하는 어른과, "저기 구름 좀 봐! 양떼 같아!" 눈 크게 뜨며 외치는 꼬마는 구름을 통해 똑같이 즐거움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시적이고 해학적이면서 다소 과학적이기도 한

구름에 관한 이야기.

 

 

 

 

I am the daughter of Earth and Water,

And the nursling of the Sky;

I pass through the pores of the ocean and shores;

I change, but I cannot die. 

For after the rain when with never a stain 

The pavilion of Heaven is bare, 

And the winds and sunbeams with their convex gleams 

Build up the blue dome of air, 

I silently laugh at my own cenotaph, 

And out of the caverns of rain, 

Like a child from the womb, like a ghost from the tomb, 

I arise and unbuild it again. 

 

Percy Bysshe Shelley, 'The Cloud' (18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