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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피노끼오나 Finocchiona PGI 본문

조제 고기

조제고기 ◆ 이태리 피노끼오나 Finocchiona PGI

단 단 2016. 5. 23. 04:00

 

 

이태리의 조제 고기들.

 

 

 

 

 

 

 

 

토스카나 지역.

 

 

 

 

 

 

 


 
토스카나 지역의 이름난 살라미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토스카노 살라미salame Toscano'라고 불리는, 큰 지방 입자를 가진 살라미.

토스카나 전 지역에 흔히 자라고 있는 야생 회향finocchio의 열매를 넣은 '피노끼오나finocchiona 살라미'.

• (회향 씨seeds가 아니라 회향 열매fruits가 맞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토스카나 지역의 살라미는 후자인 피노끼오나 입니다. 회향을 이태리어로 피노끼오라고 부릅니다. 야생 회향풀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 wild fennel

 

저는 아니스anise 계열 향신료들을 몹시 좋아해서 아니씨드aniseed, 회향 열매fennel fruits, 캐러웨이 열매caraway fruits, 팔각star anise, 오향분five-spice powder 등은 떨어뜨리지 않고 늘 집에 두고 씁니다. 요리에 안 쓸 때는 그냥 꺼내서 씹기도 합니다. 인도 음식점에서도 식사 마치고 나가는 손님한테 알록달록 설탕막 입힌 회향 열매를 건네죠.

 

아니스 계열 향신료들은 공통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지만 뉘앙스가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향초들herbs 중에서도 아니스 느낌이 나는 타라곤tarragon을 특히 좋아합니다. 무수한 인도 커리들 중에서도 회향 열매가 들어가는 맵지 않고 향기로운 ☞ 에그 쿠르마를 가장 좋아하고, 캐러웨이 열매로 맛낸 ☞ 쇼트브레드도 밀크티에 자주 곁들이곤 합니다. 그러니 회향 열매가 들어간 이 살라미도 제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피노끼오나. 이름도 예쁩니다. 발음할 때마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회향 꽃이 떠오릅니다.

 

오래된 전통 식품들이 수두룩한 이태리이고, 이 피노끼오나도 그 기록이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어쩐 일인지 유럽연합으로부터 PGI 인증은 작년인 2015년 5월에야 받게 되었습니다. 토스카나 지역의 피노끼오나 생산자들이 이 때문에 요즘 아주 신났죠.

 

중세 때 외국에서 들여 와야 하는 비싼 후추 대용으로 이 회향 열매를 많이들 썼다는데, 식품 저장 시설이 열악했던 시절이라 신선도가 떨어지는 고기의 잡내를 가리기 위해, 그리고 품질 저하된 와인의 좋지 않은 맛을 가리기 위해 주로 이용했다고 하네요. 피노끼오나 생산자 조합 누리집에 들어갔더니 자기들 입으로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있어 '앗, 재미있는 사람들이네.' 웃다가 나왔습니다. 토스카나 지역에 지천인 것이 이 야생 회향이었으니 후추 대신 이를 사용한 것은 현명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후추가 흔해진 지금은 피노끼오나 만드는 데 후추와 회향 열매를 함께 쓰지만요.

 

건조 및 숙성 기간은 살라미의 크기, 즉, 무게에 따라 달라지는데

 

 500g짜리 덩어리는 최소 15일을,

 1-6kg짜리는 최소 21일을,

 6-25kg짜리는 최소 45일을 들인다고 합니다.


PGI로 지정된 식품이므로 사용해야 할 재료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태리에서 나고 자란 이태리 품종 돼지를 써야 하고, 여기에 소금, 후추, 회향 열매, 마늘을 넣어 맛을 내야 합니다. 레드 와인은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고 생산자 재량껏 정할 수 있습니다. 재료의 비율은 생산자마다 달리할 수 있습니다.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에서 사 온 제품 포장에 있던 설명:

Dry Cured and Infused with Fennel Seeds. A classic Italian combination of finely minced Italian pork and whole fennel seeds. During dry curing the aromatic flavours develop and result in a fragrant, soft salami.

 

 

 

 

 

 

 



하얀 지방에, 까만 통후추알에, 노오란 회향 열매에, 표면이 복잡합니다.

 

성분:

Pork, Salt, Skimmed Cows' Milk Powder, Spices (Fennel Seed, Black Pepper, White Pepper, Cinnamon, Allspice, Cloves), Dextrose, Sodium Ascorbate (Antioxidant), Potassium Nitrate and Sodium Nitrite (Preservative). 끝.


이 살라미 100g을 만드는 데는 128g 의 돼지고기를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제품에는 와인이 들어가지 않았네요. 향신료 외에 분유가 들어간 것이 특이합니다. 가끔씩 살라미에서 유제품 맛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아마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PDO나 PGI 인증을 받은 조제고기라 할지라도 식중독 방지와 안전을 위해 첨가물 사용은 허가를 합니다. 선진 식문화를 가진 유럽이니 가공육에 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죠. 그렇지 않습니다. 파르마 햄은 해체되지 않은 온전한 한 덩이의 고기라서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조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많은 양의 간 고기를 섞어서 쓰는 소세지들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첨가물을 넣어 주는 것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회향 열매가 든 살라미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거라서 우리 한국인들한테도 익숙할 텐데요, 짭짤하면서도 이태리 살라미들 특유의 달고 고소한 누룽지향이 나고, 산화방지제인 아스코르빈산 나트륨 때문인지 산미도 있고, 거칠거칠한 살코기 질감에 가끔씩 지방 입자가 씹히기도 합니다. 후추와 회향 열매가 어우러져 기분 좋게 맵고 상쾌합니다.

 

 

 

 

 

 

 



살라미 포장에는 이렇게 즐기면 좋다고 써 놓았습니다:

Serving Suggestion - Great as part of an antipasto platter, served with a selection of warm breads or create your own taste of Italy by adding this aromatic salami to a pizza.
 

한마디로 '네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세요'인데, 따끈한 빵과 함께 먹으면 열에 의해 회향 열매의 향기가 좀 더 돋워지는 효과는 있겠습니다. 이 회향 열매 든 살라미는 피짜 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죠.


피노끼오나 생산자 조합에서는 소금간이 거의 안 된 토스카나 지역의 빵과 치즈, 채소 피클 등을 곁들이면 좋고, 토스카나 지역의 와인Chianti red wine까지 곁들이면 더욱 좋다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저는 피노끼오나를 볼로띠 빈borlotti beans, 토마토와 함께 접시에 올리고, 드레싱은 레드 와인 비니거와 올리브 오일을 섞어 초간단 전식starter으로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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