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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샌드위치 ① 프론 마요 샌드위치, 새우 샌드위치 Prawn Mayo Sandwich 본문
샌드위치의 고향 영국.
영국이 전세계 식문화에 끼친 가장 큰 공로는 아마 이 샌드위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참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거나 사 먹고 있으면서도 영국음식 흉을 보고 있으니 재미있습니다. ㅋ 매일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TV를 시청하고, 인터넷을 하면서도 이것들이 영국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에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지역이 있습니다. '샌드위치 백작Earl of Sandwich'은 바로 이 고장 이름을 딴 호칭이지요. 옛 시절에는 귀족의 영지가 있는 곳의 지명을 따서 작위 앞에 붙이는 관습이 있었는데 요즘은 꼭 그 고장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명을 갖다 쓸 수 있습니다. 결혼한 윌리엄 왕세손의 새 공식 호칭은 '캐임브리지 공Duke of Cambridge'입니다.
더운데 불 써서 요리하기 힘드실 테니 이달 말까지는 샌드위치 중에서도 작고 고상한dainty '티 샌드위치'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홍차 애호가들께서는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티타임에 먹기 좋도록 작게 썬 샌드위치들을 '티 샌드위치'라고 부릅니다. 햄버거처럼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도록 여러 재료들을 겹겹이 쌓으면 안 되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하나의 티 샌드위치에는 두 개 이상의 주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스시처럼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를 늘어놓고 즐기죠. 클래식 티 샌드위치 중 단단이 특별히 좋아하는 샌드위치가 몇 가지 있는데, 오늘 소개해드릴 '프론 마요 샌드위치'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프론 마요 샌드위치는 클래식 샌드위치라서 영국의 어느 수퍼마켓, 어느 샌드위치 전문점이든 취급을 합니다. 시판 제품들 중에서는 <웨이트로즈> 수퍼마켓 것이 다쓰 부처 입맛에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샌드위치란 건 영국의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간단한 점심 식사로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이라서 재료비와 인건비가 상승한다고 값을 막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샌드위치가 비싸면 다른 제품들도 비쌀 거라 생각해서 고객들이 아예 거래 수퍼마켓을 바꿀 수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퍼마켓들이 새우 소filling를 점점 적게 넣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 프론 마요 샌드위치 애호가인 단단은 여간 못마땅한 게 아녜요.
그래서 요즘은 재료 사다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어차피 한국 가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니 미리 연습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죠. 소를 충분히 넣을 수 있어 더 맛있기도 하면서 비용은 저렴합니다. 위 사진의 것은 제가 집에서 만든 건데, 만들었다기보다 '조립'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ㅋ
만들기 전에 시판 제품들을 사다가 분석해보았습니다.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시판 제품들 중 가장 맛있었던 웨이트로즈 프론 마요 샌드위치 성분을 적어드립니다.
포장의 광고 문구:
"A sandwich made from prawns with mayonnaise in sliced oatmeal bread"
성분:
Prawns (crustaceans) (38%), fortified wheat flour (wheat flour, calcium carbonate, iron, niacin, thiamin), water, rapeseed oil, oatmeal, wheat bran, pasteurised free range egg yolk, spirit vinegar, yeast, salt, sugar, cornflour, wheat protein, emulsifiers mono and diglycerides of fatty acids and mono and diacetyl tartaric acid esters of mono and diglycerides of fatty acids, malted barley flour, concentrated lemon juice, palm fat, palm oil. 끝.
한국에서는 샌드위치 만들 때 소만 중요하게 여겨 빵과의 궁합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흰 식빵 하나로 통일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영국인들은 소와 빵의 궁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에 맞춰 식빵 종류를 잘 선택해야 하죠. 영국인들은 프론 마요 샌드위치에는 거의 항상 귀리oatmeal, 밀기울wheat bran, 맥아보리분malted barley flour을 넣은 식빵을 씁니다. 새우와 맛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 Sainsbury's Wholemeal Bread, SO Organic 800g,
£1.20/unit £0.15/100g
영국에 계신 분들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에 들러 이렇게 생긴 식빵을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시판 식빵 중 프론 마요 소에 가장 잘 어울리고, 맛있고, 성분도 좋고, 값도 쌉니다.
세인즈버리즈의 유기농 스톤그라운드 통밀 식빵 성분:
stoneground wholemeal wheat flour, water, yeast, malted barley flour, fermented wheat flour, sea salt, fortified wheat flour (wheat flour, calcium carbonate, iron, niacin, thiamin), palm fat, spirit vinegar, flour treatment agent: ascorbic acid; emulsifier: soya lecithin. 끝.
▲ Sainsbury's Cold Water Prawns, Basics 250g,
£2.50/unit £10.00/kg
그런 다음, 냉동 식품 매대로 가셔서 이렇게 생긴 포장의 콕테일 새우를 사세요. "Basics"이면 세인즈버리즈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군인데도 포장에 'MSC' 표식이 있습니다. 영국 수퍼마켓들 중에서는 세인즈버리즈가 해산물을 제일 신중하게 구매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잡은 북대서양 콕테일 새우입니다. (단단은 동남아나 중미 새우보다는 북대서양 새우를 선호.) 이 제품은 왜 이렇게 싸냐면요, 맛이 없거나 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새우 크기가 작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품을 이용하면 실속 있고 아주 좋아요. 참, 냉동 식재료를 해동할 때는 상온이 아니라 반드시 냉장고 안에서 밤새 천천히 해동하셔야 합니다.
콕테일 새우를 마요네즈에 잘 버무려 식빵 두 장 사이에 끼운 뒤 가장자리를 잘 저며내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드시면 됩니다. 재료라고는 빵, 콕테일 새우, 마요네즈가 전부. 이 블로그에서 그간 소개해드린 레서피 중 가장 간단하지 않나 싶은데, 궁합이 잘 맞는 빵을 못 구하면 직접 구워서 써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하지요. ㅋ
마요네즈는 '하프-팻half-fat' 같은 것 쓰지 마시고 제대로 된 기름진 걸로 쓰세요. 세인즈버리즈 프론 마요 샌드위치가 웨이트로즈 것보다 맛이 없는 이유는 칼로리 줄인답시고 하프-팻 마요네즈를 쓰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다음 끼를 기름기 없는 식사로 하더라도 프론 마요 샌드위치는 마요네즈로 새우의 고소한 맛을 잘 살려서 먹는 게 나아요. 하프-팻 마요네즈는 통밀 빵이 가진 쓴맛을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간단하면서도 세련된 맛이 나는 고소한 티 샌드위치입니다. 채소가 부족하다고 샌드위치 안에 무얼 끼워 넣을 생각 일절 마시고 접시 한쪽에 따로 곁들이세요. 티 샌드위치는 '선택과 집중'을 해서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집에서 만든 새콤달콤한 배추 피클을 곁들여 먹습니다.
바로 앞 글에서 프론 콕테일을 소개해드렸죠. 남는 콕테일 새우가 있으면 이 프론 마요 샌드위치 해 드시면 좋지요. 다음 글에서는 영국의 양대 하드 치즈를 이용한 '치즈 앤드 어니언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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