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체리 크럼블 Cherry Crumble

 

 

 

 

오늘은 제철 체리를 활용한 크럼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파이처럼 크럼블도 영국음식에서 거대한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BBC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후식이나 간식으로 꼽힌 것이 이 크럼블이었고, 파리에 있는 영국 <막스 앤드 스펜서> 매장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도 이 크럼블이라 하고, 셰프 레이몽 블랑은 TV에 나와서 프랑스인들이 요즘 영국의 크럼블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를 다 하고, 프랑스인이 한국어로 낸 프랑스 가정요리 책에도 크럼블이 다 들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영국인들은 원래 아래 위 이중으로 반죽을 댄 'double crust pie'로 과일을 즐겼었는데, 식료품이 귀했던 2차대전 때 밀가루를 아끼려는 자구책에서 과일의 위쪽에만 크럼을 만들어 보슬보슬 뿌려 주었다고 하죠. 밀대로 민 밀도 높은 파이지를 이중으로 대는 것보다는 크럼이 밀가루가 훨씬 적게 들거든요. 그런데 먹어 보니 웬걸요, 이게 파이만큼 (어쩌면 파이보다 더) 맛있는 겁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 배급제가 종료된 뒤에도 온 국민이 이 프룻 크럼블을 만들어 먹게 되었지요.

 

크럼블의 매력과 장점은, 철에 따라 과일을 계속 바꿔 줄 수 있다는 것, 토핑에도 원하는 부재료를 섞어 맛과 식감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 과일이 아니라 제철 채소와 치즈를 써서 짭짤한 식사용 크럼블도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파이보다 만들기가 훨씬 쉽다는 것. 맛은 파이보다 더 좋을 때가 많고요. 한국에도 이 크럼블 내는 영업집들이 제법 생겼고, 포탈들 첫 화면 요리 코너에서도 가끔씩 소개되는 것을 봅니다.  

 

☞ 이른 봄의 루바브 크럼블

☞ 식사용 리크 크럼블

 

오늘은 제철 체리를 이용한 체리 크럼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의 푸드 라이터food writer (이거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할까요?) 빅토리아 글라스Victoria Glass의 레서피입니다. 가을이 되면 애플 크럼블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체리 크럼블

[4인분]

 

 

크럼블 필링

 

• 체리 900g, 반 갈라 씨 뺄 것

• 연한 색 머스코바도 설탕light muscovado sugar 2큰술

• 키르쉬Kirsch 2큰술 [아이들용은 양을 반으로 줄여도 됨.]

• 버터 25g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2. 체리는 반 갈라 씨 뺀 뒤 오븐 용기 네 개에 나누어 담는다. 

 

 

 

 

 

 

 

 

 

3. 체리 브랜디인 키르쉬에 머스코바도 설탕을 녹여 체리에 부어 준다. 

 

4. 그런 뒤 작게 깍둑 썬 버터를 고르게 얹어 준다.

 

 

 

 

 

 

 

 

 

크럼블 토핑

 

• 쌀가루 100g [쌀가루가 없으면 밀가루로 대체 가능.]

• 연한 색 머스코바도 설탕 100g [80g까지 줄여도 됨.]

• 귀리 누른 것rolled oat 50g, 분쇄된 것은 그대로 쓰고, 통곡 압착한 것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쓰기

• 껍질 벗긴 무염 피스타치오 넛 50g, 적당한 크기로 썰기

• 무염 버터 100g,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 것으로 깍둑 썰기

• 소금 한 꼬집pinch

 

5. 버터를 제외한 마른 재료들을 우묵한 큰 그릇에 한데 담은 뒤 잘 섞는다.

 

6. 버터 깍둑 썬 것을 넣고 손가락 끝으로 버터가 녹지 않게 부지런히 비벼 큼직큼직한 크럼이 되게 한다. 

 

7. 체리 위에 크럼을 얹는다. 체리 소스가 끓어 넘칠 수 있으므로 용기 밑에 베이킹 트레이를 받친 뒤 예열을 마친 오븐에 넣고 35~40분 정도 굽는다. 굽는 시간은 상태를 살펴서 조절하도록 한다. 소스가 부르르 끓어야 하고, 크럼에 먹음직스러운 구운 색이 나면 된다. [뚜껑 덮지 않고 굽는 겁니다. 크럼이 바삭해져야 합니다.] 

 

8. 너무 뜨거우니 조금 식혔다 내도록 한다. 끝.

 

 

 

 

 

 

 

 

 

완성.

체리 소스가 막 끓어 넘쳐 냄비가 지저분해지기도 하나 이런 건 오븐 요리의 매력으로 봐 주기도 합니다. 

 

크럼에 녹색의 피스타치오와 귀리가 보입니다. 이 레서피의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쓴다는 것. 즉, '글루텐 프리'라는 것. 그래서 한국에서는 드물지만 셀리악병(글루텐 민감성 장질환) 앓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다는 것. 영국 수퍼마켓들은 제과에 쓰라고 밀가루 옆에 쌀가루를 나란히 놓고 팔기도 합니다. 쌀가루를 쓰면 과자 질감이 훨씬 가볍게 나오죠. 잘 바스라지고요. 그래서 요즘은 영국인들 중에도 자국의 전통 과자인 쇼트브레드 구울 때 쌀가루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은 요즘 국민들이 쌀 안 먹어 고민이라는데, 꼭 한식으로만 먹일 생각말고 이런 서양 음식을 통해 먹게 해도 되지요.

 

 

 

 

 

 

 

 

 

키르쉬 향이 밴 체리도 맛있지만 압권은 역시 크럼. 

 

아, 크럼 정말 예술이네. 

크럼이 아주 맛있으니 양을 늘려서 체리 위에 꽉꽉 눌러가며 산처럼 얹으셔도 됩니다. 굽고 나면 체리 부피가 줄어 크럼도 같이 꺼지거든요. 브릿들과 프렌치들과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좋아하는 크럼블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만들기 쉬우면서도 맛있게 잘 나오는 레서피니 체리 사 오셔서 한번 즐겨 보세요. ■

 

 

 

 

 

 

 

 

▲ 아 맛있는 건 제발 그냥 좀 즐기자고.

 

 

 

☞ 영국음식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