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데벌스 온 호스백 Devils on Horseback 말린 자두 프룬 활용 음식

 

 

영국인들이 와인 파티나 콕테일 파티 때 즐겨 먹는 짭짤한 안주 중에 '담요 두른 돼지들pigs in blankets'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음식이 있습니다. 작고 귀여운 콕테일 생소세지를 베이컨으로 감싸 오븐에 굽는 건데, 재작년에 소개를 해 드렸지요. 

 

오늘은 그와 비슷한 음식인 '말 탄 악마들devils on horseback'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 이것도 이름이 만만찮게 재밌어요. 생굴을 베이컨으로 둘둘 말아 오븐에 굽는 '말 탄 천사들angels on horseback'과 짝을 이루는 음식인데, 이 데벌스 온 호스백에는 굴 대신 말린 자두prunes가 쓰입니다. 그러니까, 익히면 뽀얀 색이 나는 굴은 천사에, 말린 자두는 시커멓다고 악마에 비유하고 있는 거지요. 흰색을 선한 것에, 검은색을 음험한 것에 대입시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돼 오는 참 '유서깊은' 이분법입니다.     

 

 

 

 

 

 

 

 

 

씨를 빼고 꾸덕꾸덕 말린 반건조 자두를 준비해 주세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거피한 뒤 살짝 데친 아몬드도 준비해 주세요. 수퍼마켓 제과 재료 선반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Blanched whole almonds'라고 써 있을 겁니다. 다소 눅눅하니 오븐에 잠깐 구워 고소한 맛도 돋우고 수분도 살짝 날려 주세요. 귀찮으면 그냥 쓰셔도 됩니다.

 

 

 

 

 

 

 

 

 

자두 속에 아몬드를 하나씩 박아 주세요. 안 보이도록 안으로 쏙 넣을 수도 있는데, 저는 자두 속에 단단한 아몬드가 든 줄 모르고 막 씹었다가 깜짝 놀라는 사람 없도록 살짝 보이게 넣습니다.

 

 

 

 

 

 

 

 

 

훈제 베이컨을 준비해 반을 뚝 잘라 주세요. 사진은 아직 반 자르기 전의 모습입니다.

 

베이컨이 참 잘생겼죠?

베이컨도 훈제연어와 마찬가지로 건염법을 쓰고dry-cured, 연기를 씌우기 전 공기 중에 잠깐 말려 준air-dried 것이 식감이 훨씬 좋습니다. 볶아 먹거나 다른 음식에 넣어 먹을 때는 중급 정도의 베이컨을 써도 크게 상관 없으나, 이렇게 베이컨이 두드러져 보이는 음식을 할 때는 질 좋은 것으로 써야 맛도 좋고 모양도 번듯하게 잘 나옵니다. 

 

 

 

 

 

 

 

 

 

베이컨을 반 자른 뒤 아몬드 박은 자두를 하나씩 말아 줍니다. 길이가 긴 베이컨은 반을 잘라 써도 넉넉하게 감을 수 있습니다. 여민 자리가 아래로 오도록 놓으세요.

 

 

 

 

 

 

 

 

 

보통은 일인분으로 서너 개 정도를 잡으나 맛있으니 넉넉하게 준비하셔도 됩니다. 더 찾는 사람이 꼭 있을 겁니다. 

 

그 뒤 기름이 잘 빠지도록 망에 올린 뒤 밑에 로스팅 팬을 대고 오븐에 굽습니다. 온도는 일반 오븐 190˚C, 팬 오븐 170˚C 정도면 됩니다. 굽는 시간은 베이컨의 두께에 따라, 각 가정의 오븐 성격에 따라 달라지니 그냥 눈으로 보고 판단하셔야 합니다. 자두와 아몬드는 안 익어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니 겉에 싼 베이컨이 눈으로 보기에 알맞게 익기만 하면 됩니다.

 

 

 

 

 

 

 

 

 

완성. 
베이컨이 많이 수축했죠?
망 밑으로 베이컨 기름이 많이 빠져 나갔습니다.

 

 

 

 

 

 

 

 

 

말린 자두를 오븐에 굽고 나면 신기하게도 신맛은 많이 누그러지고 잘 익은 군고구마 맛이 나게 됩니다. 자두는 달고 베이컨은 짭짤. 또, 아몬드는 바삭하고, 자두는 부드럽고, 베이컨은 꼬득꼬득. 재료는 세 가지가 전부이지만 맛과 식감이 다채로워 먹는 재미가 있고, 총합이 각 요소의 합보다 큰 음식A dish that's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입니다. 만들기 어렵지 않으니 연말 연시 파티 음식이나 술안주로 내보세요. 익어서 투명해진 지방 밑으로 까만 자두가 비쳐 보인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색이 멋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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