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브랜디 버터, 브랜디 크림, 브랜디 소스 Brandy Butter, Brandy Cream, Brandy Sauce

 

 

 

 

 

브랜디 버터

크리스마스 즈음 수퍼마켓에 가면 냉장 크림 선반에서 '브랜디 버터'라고 써 있는 작은 통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때는 볼 수 없고 크리스마스 때만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이름대로라면 브랜디로 맛낸 버터라는 소리이겠지요? 어떻게 생겼냐면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버터는 맞는 것 같은데 눈으로 보기에도 살짝 입자가 느껴집니다. 설탕 탓이지요.

브랜디 버터 성분:
Unsalted Butter (Milk), Icing Sugar, Brandy (7%). 끝.

또다른 곳의 브랜디 버터 성분:
Unsalted Butter (Milk) (39%), Granulated Sugar, Cognac (19%), Brown Sugar, Orange Juice (3%). 끝.

밀가루처럼 하얗고 고운 아이싱 슈가 대신 반짝이면서 좀 더 입자가 크고 단단한 카스터 슈가caster sugar, 혹은, 그보다도 입자가 큰 그래뉼레이티드 슈가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뉼레이티드 슈가는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보는 설탕을 말합니다. 설탕 입자가 커질수록 깨작거리는 식감이 나니 취향껏 선택하세요. 열을 가해 조리할 필요 없이 재료들을 그저 섞기만 하면 돼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집에서 만들면 더 좋죠. 취향껏 단맛과 술 양을 조절할 수 있고 다른 맛도 첨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 이렇게 만든 브랜디 버터는 어디에 쓰느냐?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올리는 전통 후식인 '크리스마스 푸딩' 먹을 때 곁들입니다. 각자 자기 접시에 푸딩을 조금씩 옮겨 담은 뒤 브랜디 버터와 함께 먹는 거죠. 그런데, 술 일절 안 마시던 다쓰 부처한테는 이 브랜디 버터가 기운이 여간 센 게 아니네요. 영국인들은 아이들한테도 막 먹이던데요. 이게 열을 가해 알코올을 날린 게 아니라서 참으로 '얼콰boozy' 합니다.

 

 

 

 

 

 

 

 

남은 브랜디 버터는?
비스킷 만들 때 쓰시면 됩니다. 간단히 해결되죠.

 

 

 

 

 

 

 

 

 

 

 

브랜디 크림

푸딩에 곁들여 먹기에 버터는 너무 뻑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버터 대신 크림을 쓰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시판 크림은 수분이 좀 더 적은 꾸덕꾸덕한 것과 묽은 것으로 나뉘는데, 가공 기술에 따라 점도가 달라지는 거라서 뻑뻑한 크림이 묽은 크림에 비해 반드시 유지방 함량이 더 높거나 열량이 더 높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브랜디 버터와 마찬가지로 설탕과 선호하는 브랜디를 넣으면 됩니다.

 

 

 

 

 

 

 

 

브랜디 소스

이건 앞의 두 개와는 좀 다른데요, 크리스마스 푸딩에 끼얹어 먹는 건 맞지만 열을 가하는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하고 뜨겁게 내야 합니다. 다른 푸딩에도 활용할 수 있고요. 버터, 크림, 우유가 모두 쓰이고, 증점제thickening agent로 밀가루도 씁니다. 영국 가정요리계의 대모 딜리아 스미쓰Delia Smith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다른 푸딩에 곁들일 때는 취향껏 넛멕nutmeg이나 향신료를 추가하셔도 됩니다. 크리스마스 푸딩에는 향신료가 이미 다 들어 있습니다. 약 6인분이 나옵니다.

 

재료       

• 버터 40g
• 브랜디 2큰술 [1큰술 = 15ml]
• 밀가루plain flour 40g
• 우유full fat milk 300ml
• 골든 카스터 슈가golden caster sugar 40g
• 더블 크림double cream 110ml

만들기

1. 중간 크기 냄비saucepan를 중불에 올려 버터, 밀가루, 우유를 넣고 거품기로 부지런히 저어 가며 데운다. 얌전히 보글보글 끓는 지점simmering point에 도달하고 걸죽해지면 불을 최대한 약불로 줄인다.

2. 설탕을 넣고 10분 정도 더 가열한다.

3. 그 뒤 불에서 내려 브랜디와 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4. 소스 저그에 담아 뜨거울 때 바로 내거나, 필요할 때까지 식지 않도록 잘 보관해 둔다. 막이 생기지 않도록 랩cling film을 씌워 놓는 것이 좋다. 끝.

 

 

 

 

 

 

 

 

▲ 플레인 포어링 크림pouring cream을 부은

미니 크리스마스 푸딩

 

한국인들한테는 설탕 안 든 크림들이 더 잘 맞을 듯

크리스마스 푸딩은 사실 우리 한국인들 입맛에는 많이 달죠. 단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저는 설탕이 들어간 브랜디 버터, 브랜디 크림, 브랜디 소스 대신 그냥 수퍼마켓 크림 선반에서 늘 볼 수 있는 설탕 안 든 플레인 크림을 곁들입니다. 더블 크림, 싱글 크림, 휘핑 크림, 포어링 크림pouring cream,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 중 어떤 것이든 괜찮고, 마스카포네도 잘 어울립니다. (신맛이 강한 사워 크림과 크렘 프레쉬crème fraîche는 썩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디단 푸딩도 걱정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