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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스카치 에그, 스코치 에그 Scotch Eggs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스카치 에그, 스코치 에그 Scotch Eggs

단 단 2017. 1. 3. 00:00

 

 

 

 

샌드위치와 영국식 아침식사 외에 요즘 한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 먹고 있는 영국음식은 '스코치 에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Daum 대문에 뜨는 것도 자주 봅니다. 

 

일년 내내 즐길 수 있으나 영국인들은 이를 대개 5월에서 8월 말까지의 피크닉 철에 파란 잔디 위에 앉아 즐기는 나들이 음식으로 생각을 합니다. 말하자면, 영국인들의 '김밥'인 거죠. 수퍼마켓이나 백화점 식품관에서도 팔고, 펍에서도 내며, 고급 식당들도 본식인 고기 요리에 바삭한 요소로 많이들 곁들여 냅니다. 서민 음식도 됐다가, 파인 다이닝 음식도 됐다가, 아이들 간식도 됐다가, 어른들 술안주도 됐다가, 합니다. 식은 것도 맛있지만 저는 갓 튀겨 촉촉하고 뜨거울 때 먹는 것을 좋아해 집에서 만들거나 펍에서 사 먹곤 합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의 가정식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코치 에그

[12개] 

 

 

재료


• 맛있게 양념한 생소세지 고기sausagemeat 200g [주로 넛멕, 타임 등으로 맛을 냅니다.]

• 훈제 베이컨 50g, 다지기

• 소금, 양은 취향껏

• 후추, 즉석에서 간 것 0.5g

•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 0.4g


• 메추라기 알 12개,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할 것


• 밀가루

• 달걀 3개, 그릇에 풀어 놓을 것

• 빵가루


• 마요네즈 400g

• 프렌치스 머스타드French's mustard 200g

 

 

만들기


1. 소세지 고기에 훈제 베이컨, 소금, 후추, 카이옌 페퍼를 넣고 잘 섞는다.


2. 강불에 냄비를 올리고 물을 3/4쯤 채운 뒤 얌전히 끓인다simmer.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메추라기 알을 여섯 개만 넣고 정확히 2분간 삶은 뒤 곧바로 얼음물에 담가 식힌다. 나머지 여섯 개도 같은 식으로 작업한다. 알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껍질을 깐다. 공기 주머니가 있는 평평한 부분의 껍질을 먼저 벗긴 뒤 물에 적신 티스푼을 껍질과 알 사이에 넣고 살살 돌려 주면 좀 더 쉽게 깔 수 있다[영상 참조].  

 

3. 1의 혼합 고기를 12개로 나누어 공 모양으로 굴린 뒤 손바닥으로 눌러 얇게 편다. 메추라기 알을 드러나는 부분이 없도록 꼼꼼히 감싼다. 손에 물을 묻히고 작업하면 고기가 손에 덜 들러붙는다. 알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히 다룬다. 

 

4. 밀가루 → 달걀 → 빵가루 → 다시 달걀 → 다시 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두 겹 입힌다. 그 뒤 냉장고에 넣어 30분간 굳힌다.

 

5. 굳히는 동안 마요네즈와 머스타드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6. 튀김 기름은 190˚C로 올리고, 오븐은 180˚C(팬 오븐은 160˚C)로 예열해 둔다. 기름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소량씩 몇 차례에 나누어 2분간 튀긴다. 그 뒤 망에 올려 오븐에 4분간 '크리습 업crisp-up'을 해준다. 두 번 튀기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속까지 더 잘 익고 더 바삭하다. 

 

7. 뜨거울 때 머스타드 소스와 좋아하는 샐러드를 곁들여 낸다. 끝.

 

 

 

 

 

 

 

 

 

스코치 에그는 반 갈랐을 때 노른자가 수란처럼 흘러 내려야 제대로 만든 것으로 쳐줍니다. 수퍼마켓이나 백화점 식품관 냉장 선반에 놓일 것들은 안전을 위해 완숙 달걀을 쓸 수밖에 없지만 가정집이나 음식점들이 주방에서 갓 튀겨 내는데 스코치 에그의 노른자를 다 익혀서 내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하죠. 이건 마치 퐁당 쇼콜라fondant au chocolat의 반을 갈랐는데 안의 쵸콜렛 소스가 다 굳어 있는 것과 같은, 요리사도 손님도 탄식이 절로 나오는 악몽 같은 상황인 겁니다. 그래서 다들 만들고 나서 반 가를 때 조마조마해 하죠. (영국인들은 이런 'self-saucing' 음식들을 무척 즐깁니다. 음식 속에 깜짝 놀라게 하는 무언가를 감춰 놓는 것도 좋아하고요.) 고기는 완전히 익히면서 노른자는 흐르게 해야 하니 이게 좀 까다로워요. 집에 온도 조절 장치 달린 튀김기가 없어 저는 냄비의 기름 온도를 190˚C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부터가 우선 힘들더라고요. 기름 온도가 높으면 겉만 홀랑 까매지고 속의 고기가 안 익습니다. 

 

알은, 작은 크기의 달걀과 메추라기 알 중 취향껏 선택해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알을 쓰든 흰자만 겨우 익혀 쓰기 때문에 껍질을 까거나 소세지 고기로 감쌀 때 알에 힘이 없어 잘 터집니다. 조심해서 다루세요. 모양은 좀 울퉁불퉁 못생겨도 괜찮으니 예쁘게 만들려고 한참 주물럭거리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 영상에서 미슐랑 3-스타 셰프인 헤스톤도 스코치 에그를 삐뚤빼뚤 못난이로 만들잖아요. 알을 감싼 고기가 뻑뻑해 보이지 않고 좀 얼기설기 허술해 보여야 오히려 맛있어 보입니다. 스코치 에그를 목 메이는 음식으로 기억하고 계신 분들은 잘 못 만든 걸 드시고 있는 겁니다. 흐르는 노른자에, 촉촉한 고기 소에, 기름지고 알싸한 머스타드 소스. 수분이 충분히 느껴지는 음식이면서도 겉은 바삭바삭. 이게 스코치 에그의 묘미죠. 

 

고기 소를 어떤 것으로 쓰냐에 따라 변주도 가능해집니다. 맛있게 양념한 소세지 고기와 훈제 베이컨을 혼합한 소가 가장 흔하게 쓰이며, 매콤한 초릿쏘chorizo나 카리스마 넘치는 선지 소세지인 블랙 푸딩도 자주 쓰입니다. 영국에서는 수퍼마켓들이 아예 ☞ 소세지 롤과 이 스코치 에그를 집에서 만들어 먹으라고 소세지용 양념 돼지고기를 케이싱에 넣지 않은 상태로 팔기도 합니다. 돼지고기 외에 소고기, 양고기, 사슴고기 같은 사냥고기game, 칠면조 등의 가금류, 생선살, 게살, 새우살 등의 해산물로 맛을 내기도 합니다.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해 보세요. 

 

 

 

 

 

 

 


스코치 에그와 소세지 롤을 위한 시판 소세지 고기.

영국에서는 'sausagemeat'이 아예 한 단어.

 

 

 

 

 

 

 

 

갸스트로펍 ☞ The Woodman Inn의 블랙 푸딩 스코치 에그.

 

 

 

 

 

 

 

 

씨푸드 레스토랑 ☞ Outlaw's At The Capital게살 스코치 에그.

 

 

 

 

 

 

 

 

갸스트로펍 ☞ The Harwood Arms사슴고기venison 스코치 에그.

어떤 맛을 내든, 어떻게 담아 내든, 노른자는 반드시 흘러야 한다.

 

 

☞ 영국음식 총정리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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