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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글래모건 소세지 Glamorgan Sausages 채식 소시지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글래모건 소세지 Glamorgan Sausages 채식 소시지

단 단 2017. 1. 14. 00:00

 



리크leek를 쓰는 레서피를 소개해 드린 김에 하나 더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웨일즈 지역의 전통 음식인 '글래모건 소세지'입니다. 레서피가 무려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런데 소세지라면서 고기는 전혀 들어 있지 않으니 재미있습니다. 웨일즈는 예로부터 질 좋은 고기 생산지로 유명하지만 그곳에도 고기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있었겠지요. 고기 대신 빵가루와 치즈를 소세지 모양으로 빚어 먹은 데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데, 오늘날에는 채식 소세지의 조상쯤으로 나름 '추앙'을 받게 되었으며, 세계 각국의 소세지를 소개하는 소세지 백과사전에도 당당히 등재가 되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맛있어서 일부러 사 먹기도 합니다. 저도 그 일부러 사 먹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펍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호기심에 주문해 먹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처음 맛보고는 홀딱 반했습니다. 맛은 소세지와 전혀 다르지만 질감은 그래도 영국식 생소세지와 비슷하기는 합니다. 맛있는 '치즈야채빵'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주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글래모건 소세지 주재료:

빵가루, 치즈, 리크, 달걀, 그 외 이런저런 맛내기 양념들과 향초herbs.

 

바싹 마른 시판 빵가루가 아닌 즉석에서 갈아 쓰는 신선한 빵가루여야 합니다. 풍미를 위해 흰빵과 통밀빵(혹은 호밀빵)을 반씩 섞어서 쓰면 더 좋습니다. 치즈는 종류 안 가리고 각 가정에서 만든 것으로 썼으나, 치즈 생산이 농가 주부의 손에서 전문가의 손으로 옮겨진 오늘날에는 대개 웨일즈의 대표 치즈인 ☞ 캐필리나 영국의 '국민 치즈'인 ☞ 체다를 써서 만듭니다. 캐필리로 쓰면 좀 더 순하면서 우아한 맛이 나고, 체다를 쓰면 진하면서 익숙한 맛이 납니다. 취향에 따라 감자를 소량 섞기도 하는데, 너무 많이 섞으면 크로케트croquette나 해쉬 브라운 맛이 나고 식감이 달라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빵가루에 치즈와 달걀을 섞어 뭉치면 글루텐 덕분에 정말 꼬득꼬득한 고기 식감이 나는데, 감자가 많아지면 이 식감을 낼 수가 없게 됩니다. 12세기부터 기록이 있던 음식이라면 유럽에 아직 감자가 들어오기 전이니 감자를 쓰지 않는 것이 원형에 좀 더 가깝겠고요. 영국식 생소세지 익힐 때처럼 지짐판frying pan에 지져 먹습니다. 

 

 

글래모건 소세지

[10개]

 

재료


바싹 마르지 않은 촉촉한 빵가루 150g [식빵을 껍질 제거하고 푸드 프로세
서로 바로 갈아서 쓰시면 됩니다. 흰빵과 통밀빵(혹은 호밀빵)을 섞어서 쓰면 더 맛있으나 집에 흰빵만 있으면 그냥 그걸로 쓰세요.]

 삶거나 찐 뒤 으깬 감자 50g [같은 양의 빵가루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캐필리 혹은 체다 200g, 강판에 갈기 

 리크 1대, 초록색 잎 부분은 제거하고 먹을 수 있는 대 부분만 다지기

 양파 작은 크기 1개, 잘게 다지기

 마늘 1톨, 강판에 갈기 

 소금·후추·넛멕nutmeg 

 생파슬리 다진 것 혹은 생타임 1큰술 [1큰술 = 15ml]

 잉글리쉬 머스타드 1작은술 [1작은술 = 5ml]

 이스트 엑스트랙트 1작은술 [마마이트Marmite 추천. 없으면 생략 가능.]

 달걀 큰 것 2개, 두 개 중 한 개는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놓을 것

 우유 5큰술

 밀가루 소량, 소세지 겉에 씌울 용도

 버터와 식용유, 소세지를 지질 용도, 동량으로 준비 

 

 

만들기


1. 리크, 양파, 마늘을 버터에 아주 잠깐만 볶아 소금·후추·넛멕으로 간을 한 뒤 빵가루, 감자, 치즈, 파슬리 혹은 타임과 합친다. 

 

2. 달걀 한 개와 노른자 한 개를 잘 푼 뒤 잉글리쉬 머스타드와 이스트 엑스트랙트를 넣고 섞는다. 1에 합쳐 골고루 섞는다. 마지막으로 우유를 넣어 반죽이 한 덩어리가 되도록 뭉친다. 남은 흰자는 보관해 둔다. 

 

3. 반죽을 10등분 한 뒤 소세지 모양으로 빚는다. 냉장고에 넣어 30분간 휴지시킨다.

 

4. 보관해 둔 흰자를 거품이 일 때까지 푼다. 휴지를 마친 소세지를 흰자에 담갔다 꺼내 밀가루에 굴린다. 얇은 밀가루 막이 씌워질 것이다.

 

5. 지짐판에 버터와 식용유를 넣고 녹인 뒤 노릇노릇 지져서 낸다. 취향껏 토마토 처트니나 어니언 처트니, 선호하는 소스 등을 곁들여 낸다. 뜨거울 때 먹어도 맛있고, 식힌 것도 맛있었으며, 반나절 지난 뒤 다시 데워 먹은 것은 더 맛있었다. 다시 데울 때는 오븐에 굽는 것이 좋다. 끝.   

 

 

 

 

 

 

 

 

성형을 마친 글래모건 소세지.

 

 

 

 

 

 

 

 

달걀 흰자에 담갔다가 밀가루에 굴려 소세지 껍질 비슷한 효과를 낸다.

 

 

 

 

 

 

 

 

버터에 노릇노릇 지져 완성. 익히고 나면 부피가 좀 커진다.

 

 

맛있는 치즈야채빵 맛에, 빵가루의 글루텐 덕에 영국식 생소세지와 비슷한 질감이 납니다. 겉에 씌운 달걀 흰자와 밀가루 막도 나름 소세지 껍질 역할을 하고요. 바싹 마른 빵가루 입혀 튀긴 것들로는 절대 이런 질감을 낼 수 없지요. 

 

 

 

 

 

 

 

 

 

바쁜 유학생들은 수퍼마켓에서 잘 만든 냉동 완제품 사다 오븐에 구워 드셔도 됩니다. 시판 제품들 중에도 성분 좋고 맛을 잘 낸 것들이 많아요.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돈도 훨씬 적게 듭니다. 

 

 

 

 

 

 

 

 

 

이 제품의 성분을 한번 살펴볼까요?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냉동 글래모건 소세지 성분:

Leek (34%), Onion, Dried Potato, Welsh Mature Cheddar Cheese (9%), Mature Cheddar Cheese (Cows' Milk) (5%), Potato, Sunflower Oil, Cauliflower, Mozzarella Cheese (Cows' Milk) (3%), Wheat Flour, Water, Wheat Gluten, Rye Flour, Cheese Powder (Cows' Milk), Salt, Pea Fibre, Yeast Extract, Flavouring, Onion Powder, Black Pepper, Garlic Powder. 끝.

 

성분 좋죠? 맛도 괜찮습니다. 값도 싸고요. 글래모건 소세지 여섯 개들이 한 상자가 1.50파운드.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는 1,500원 정도. 훌륭하죠. 그럼에도 시판 제품들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감자가 많이 들어 질감이 소세지보다는 크로케트에 가깝다는 겁니다. 맛은 한국의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갓 튀겨 파는 야채 어묵과 크로케트의 중간쯤 됩니다. 빵가루만 써서 만든 원형에 가까운 것들에 비하면 소세지 질감이 덜 나고 감자 맛이 많이 납니다.

 

참, 

첫 사진에 있는 캐필리 치즈 말입니다, 이제는 저 캐필리 치즈가 아티잔 치즈가 되어 버려서 사진에 있는 한 조각이 4파운드가 넘습니다. 돼지고기 살 돈 없는 가난한 자들이 고기 대신 치즈를 써서 만들던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고급 소세지 사 먹는 것보다 캐필리 치즈 사는 게 돈이 훨씬 많이 들죠.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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