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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있는 농산물 (1) 고구마 본문
농산물 맛과 품질이 대체로 신통찮은 한국이지만 단단이 매의 눈으로 관찰을 해 보니 그래도 우리 한국이 잘하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고구마를 꼽아 사진 찍어 올려 보았습니다. 서양인들이 먹는 고구마는(품종도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당도에 있어 우리 고구마에 명함도 못 내밉니다. 우리 고구마는 특히 군고구마 상태일 때 환상의 맛을 내죠.
영국은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고구마를 전량 수입해 먹다가 2015년에야 맞는 품종을 겨우 선발해 찔끔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건 아니고 그냥 'tokenism' 차원에서요. 영국산 고구마는 맛을 못 보고 왔는데, 영국인들은 고구마를 식사 때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해 너무 단 품종은 또 선호하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영국뿐 아니라 서양인들 요리책에서는 고구마가 항상 주식main meal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는 단 간식으로 생각해 단맛이 많은 품종을 좋아하는데 말이죠.
제가 오늘 다리가 많이 불편하신 권여사님 일을 몇 가지 처리해 드리기로 약속했었는데 이석증 여운이 남아 아침부터 어질어질한 통에 밖에 나가질 못 했습니다. 이를 측은히 여긴 권여사님께서 아 글쎄, 잘 구워진 군고구마를 잔뜩 사서 보내셨어요. 먹고 기운 차리라고요.
햐, 이게 얼마만에 먹는 군고구마냐.
12년만입니다.
이런 잘 구운 고구마는 대체 어디서 사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진 좀 보세요. 한국음식 중에서 '캬라멜화'한 음식의 끝판왕을 꼽으라면 저는 저 군고구마를 꼽으렵니다. 껍질을 벗기니 진이 잔뜩 흐르는 찐득찐득한 고구마 속살이.
그런데, 영국 가 있는 사이 한국 고구마 모양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고구마가 좀 더 크면서 가운데가 뚱뚱했는데 가늘고 길어졌네요. 속살도 병아리 노란색에서 주황빛에 가까워졌고요. 금방 구울 수 있고 빛깔도 식욕을 좀 더 돋우도록 개량을 한 걸까요? 아니면 선호하는 품종이 바뀐 걸까요? 이렇게 가늘고 길면 가운데 심 대비 캬라멜화한 표면적이 넓어져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죠. 고르게 익고요.
속살이 그냥 녹아 내립니다. 이 자체로 훌륭한 디저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떡보다 먹기가 낫네요. 찐고구마는 먹고 잘 체해 꺼리는데 군고구마는 잘 넘어갑니다. 조청 맛도 나고, 시판 밀크티인 '데자와Te Java' 맛도 납니다. 고구마가 예전보다 더 맛있게 개량된 것 같아요.
네 개째. ㅋ
잘 익어 투명해진 섬유질 좀 보세요. 꼭 시럽에 담갔다 꺼낸 것 같죠. 한국 가공식품들 중 특별히 형편없는 분야가 서양식 단과자인데요, 재료와 맛만 형편없는 게 아니라 값도 더럽게 비싸죠. 그딴 과자 사 먹느니 군고구마 먹는 게 낫겠습니다. 우리 권여사님이 군고구마 광(狂)인데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이 글 마치고 저는 한국 고구마 품종이나 알아봐야겠습니다. ■
☞ 반전: 한국 고구마 품종 알아보다가 실망, 죄 일본 품종이었네
☞ [해남 고구마] 수고 많으십니다. 계속 애써 주세요.
☞ [기사] 통념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혀야 맛있는 군고구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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