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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서 단단면 사 먹어 봤습니다 본문
<제레미20> 잠실 홈플러스점의 홍콩식 단단면 [6,900원]
국물에 단맛이 많이 나는데다 산패된 땅콩이 전체 맛을 그르쳤다며 불평했던 그때 그 단단면입니다. 그래도 태어나 처음 맛본 단단면이어서 각별했습니다. 섞기 전에는 국물이 많아 마치 탕면처럼 보이는데 밑에 깔린 면을 들어올려 섞고 나면 자작한 정도로 국물이 줄어듭니다. 비빔면 형태를 목 메이지 않는 흥건한 소스면 형태로 바꾼 거죠. 한국에서 외식 음식의 단맛은 이제 어느 정도 체념하고 감수할 수 있으나 이 집 단단면은 달아도 너무 달아 아이들 음식 같다는 느낌이 다 듭니다. 이 단맛만 좀 바로잡으면 자주 가서 사 먹을 텐데요. 대신 향신료를 잘 써서 향은 좋았습니다. 뜨거운 국물에서의 계피향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꾸미와 고명의 양이 충분해 면을 건져 먹는 동안 지겹거나 물리지 않았습니다. 고기도 양념이 잘 돼 있으면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 이름 귀엽지 않냐고 꺅꺅대며 단단면을 처음 사 먹고는 폭풍 궁금증에 휩..
<탄탄면공방> 코엑스점의 일본식 라멘 단단면 [8,000원]
땅콩·캐슈넛 돈코츠 라멘입니다. 그래서 정통 사천식 단단면에 들어가는 팔각이니 계피니 하는 매력적인 중화풍 향신료는 사라지고, 화쟈오도 고춧가루로 대체되고, 식초 신맛도 온데간데없고, 육수는 돈코츠 라멘 육수로 깔리고, 아지타마고가 떠억 올라왔습니다. 단단면이라 생각하지 않고 먹으면 고소한 맛 물씬 나는 독특한 라멘쯤으로 여기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겠습니다. 이 집의 재미있는 점으로는, 먹는 중간에 일본 라멘처럼 다진 마늘을 넣거나 볶은 김치를 넣어 국물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국물 양이 넉넉해 세트 메뉴에 아예 밥 말아 먹으라고 밥을 따로 내준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한 음식 가지고 이렇게저렇게 변화 주면서 먹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듯합니다. 파채가 너무 많아 매웠는데 다음 번에는 파를 반 덜어 놓고 먹어야겠습니다.
<호랑이식당> 강남 본점의 '한국 스타일' 일본식 라멘 단단면 [9,500원]
일본식 라멘 단단면을 한국식으로 승화시켰다고 합니다. 즉, 불맛 입힌 부드러운 차슈, 반숙 아지타마고, 숙주, 돼지뼈 육수는 일본식, 청경채는 중화풍, 여기에 한국식으로 생홍고추와 청고추를 씨째 썰어 올렸습니다. 돈코츠 라멘보다는 덜 느끼하게 지방을 조절하면서 견과류 소스의 고소한 맛도 완화시켜 너무 무겁지 않은 국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자그마치 여섯 종류나 되는 다채로운 질감의 고명과 잘 만든 자가제면 생면 덕에 이齒가 다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건더기들은 훌륭하나 국물에는 개성이 좀 떨어진달까요. <제레미20>의 저 향기로운 중화풍 향신료, <탄탄멘공방>의 고소한 맛 물씬 풍기는 땅콩·캐슈넛 견장, <쮸즈>의 흑초 산미를 떠올리면 이 <호랑이식당>의 국물에는 이렇다할 특징이 부족합니다. 아직은 중국 향신료에 거부감 느끼는 사람이 많고, 견과류 국물에 텁텁함을 느끼는 이도 있고, 돈코츠 라멘의 기름지고 끈끈한 국물을 느끼하고 '단정'치 못하다고 꺼리는 우리 권여사님 같은 사람도 있으니(단단은 이 세 요소 모두 매우 좋아함), 단단이 느꼈던 이 개성의 부족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차슈와 아지타마고를 비롯한 고명들과 면발이 훌륭하므로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한국 스타일로 재해석한 단단면이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적인 요소들 때문에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네요. 국물 속 송송 썬 생고추는 사실 뻣뻣하고 질겨 식감이 좋지 않죠. 특히, 청고추가요. 그래서 집에서 요리할 때는 칼칼한 맛만 낸 뒤 건져 내는 걸 선호합니다. 씨째 썰린 두 종류의 고추를 보고 '아, 한국식이라더니, 과연 매울 모양이로구나. 흐읍.' 각오를 단단히 하고 먹었는데 생각보다는 맵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육개장처럼 얼큰하기라도 하면.
빨간 고추와 파란 채소들, 달걀 노른자, 흰 숙주의 색상 대비 덕에 어쨌거나 '사진발'은 가장 좋은 단단면이 되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식욕 돋죠?
신사동 가로수길 <쮸즈柱子>의 싱가포르식 단단면 [7,000원]
드디어 식초 산미가 나타나기 시작.
따뜻한 국물에서 시큼한 맛이 나면 우리 한국인들은 낯설어 하겠지만 본고장 맛에 가까운 흑초 산미만으로도 저는 반가웠습니다. 여기 주방장이 중식을 제대로 공부한 뒤 싱가포르에서 수련하고 오신 분이랍니다. 향도 잘 살리고 고명도 다채로워 먹는 동안 물리지 않았습니다. 국수 요리에 고명이나 곁들이 찬이 부족하면 먹다가 쉬 권태감을 느끼죠.
가지런히 담은 면 좀 보세요. 음식에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이 대번 듭니다. 면은 자가제면하지 않고 잘하는 제면소 것을 가져다 쓴다고 하는데, 뭐, 맛만 좋으면 되죠. (이 집은 면 전문점이 아니라 딤섬집입니다. 각종 딤섬피들은 직접 만들어 씁니다.) 잘하겠다는 장인 정신도 엿보이고 음식도 맛있었으나 '옥에 티'라면, 다이닝 홀이 협소해서 많이 답답하고 편히 먹기가 좀 힘들다는 것. 종업원들이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한 건 위의 첫 두 집도 마찬가지였으니 논외로 하고요. 근처 지날 때 들른다면 모를까, 일부러 다시 찾아가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저한테는 쫓기지 않고 편히 먹을 수 있는 분위기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해 줄까지 서서 먹어야 하는 좁은 공간의 맛집은 잘 찾질 않게 됩니다. 싱가포르에서 공부 잘 마치고 오신 이 집 사장님 겸 주방장님, 어여 돈 많이 버셔서 넓은 곳에 새 둥지 트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리스탈 제이드> 잠실점의 (자기들 말로는) 사천식 단단면 [13,000원]
귀국해서 지금까지 사 먹은 식당 음식 중 가장 맛없었습니다. 하도 맛이 없어 다쓰 부처 둘 다 혹시 주방에서 실수로 미완성된 음식을 잘못 내준 건 아닐까 의아해 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종업원과 지배인한테 두 번이나 물었습니다. "저어, 여기 혹시 갈아서 양념한 돼지고기 고명이나, 뭐 빠진 건 없나요? 맛이 미완성인 듯 밋밋하고 단조로운데, 들어가야 할 것 중 뭔가 빠진 게 있나 해서요." 그랬더니 땅콩과 깨를 갈아 넣은 국물에 새우맛을 더했다며, 원래 그런 거라고 답을 합니다.
이 프랜차이즈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어 싱가포르에서 주방장을 초빙해 중국 여러 고장 맛에 싱가포르 '터치'를 가미한 음식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래서 원래는 돼지고기로 맛내는 단단면을 새우맛으로 대체한 것 같은데, 제가요, 싱가포르에서 많이 쓴다는 그 발효 새우 페이스트(블라찬) 맛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 쿰쿰한 블라찬에 맛들여서 자주 사서 썼었거든요. 좋아하는 싱가포르 <프리마 테이스트> 인스탄트 락사 라면에서도 그 맛이 나고요. 그런데 그 카리스마 넘치는 새우맛이라곤 하나 안 나는, 이상한 단맛 나는 비릿한 가루 뭉친 것 찔끔 올려 놓고는 새우맛을 냈다고 하는 겁니다. 중식이나 동남아 음식에서 기대하는 향신료 향미도 전무하고, 신맛도 안 나고, 채식주의자용 음식인 줄 얼핏 착각했을 정도로 고기 맛도, 해산물 맛도 안 나고, 그렇다고 인상적인 고소한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기분 좋게 매운 것도 아니고, 장점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탈 제이드 잠실점은 싱가포르한테 사과하시오.)
게다가, 저 유부 말입니다. 저는 국수에 올린 전처리 안 된 유부를 맛있게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간 하나도 안 된, 기름 잔뜩 머금어 느끼하면서 두부 쉰내나 내는 걸 뭐 하러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올리려면 따로 양념을 잘 해서 올리든가요. 국물에 푸욱 담갔다 씹을 때 '찍' 내뱉는 국물 맛을 느껴 보라고 올리는 모양인데, 저게 생각만큼 국물을 흠뻑 머금지도 못 하는데다, 머금었다 한들 국물이 유부 속 신선하지 않은 기름과 범벅이 되고 희석돼 맛있지도 않아요. 식감도 안 좋고요. 손쉬워 보이고 싼 티나 나죠. 잘못 보관한 것은 냉장고, 냉동고 냄새나 풀풀 나고요.
청경채도 너무 크게 썰어서는 제대로 익히지도 않아 씹느라 애먹었습니다. 사진상으로도 안 익은 게 보이죠? 위의 <쮸즈> 청경채와 비교해 보세요. 값은 거의 두 배인데 <쮸즈>에 비해 무엇 하나 나은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맛없는 국수 한 그릇이 13,000원. 돌아다니면서 사 먹은 단단면 중 맛은 가장 없었는데 값은 제일 비쌉니다. 한국인들이 이국 향신료나 이국 양념 잘 모르는 '맛알못'이라고 만만하게 보고 안일하게 영업하고 있는 거죠. 싱가포르 본사에 투서 올릴까 생각까지 다 했습니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귀사의 명성에 대단히 누를 끼치고 있는 한국 잠실점의 라이센스는, 에... 취소하심이 어떨지."
싱가포르나 외국에 여행 가셔서 그곳 <크리스탈 제이드> 단단면 드신 분 계시면 어땠는지 소감을 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 와서 형편없어진게 분명합니다. 새로 지은 롯데월드몰의 임대료 비싼 명품관에 입점해서 그런지 음식 값은 비싼데 재료비 아끼려는 티가 역력합니다. (고기 안 보이는 유일한 단단면) (같이 시켰던 우육탕면도 마찬가지로 한심천만)
<시추안 하우스>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사천식 비빔 단단면 [11,000원]
드디어 비빔면 형태의 단단면을 만났습니다. 가게명이 아예 사천음식 전문점이라고 못을 박고 있으니 본고장 맛에 가깝게 내지 않을까 싶어 가 본 집입니다. 오이채가 뜬금 없긴 하지만 사천성 안에서도 변주가 제법 있다고 하니 안될 것 없죠. 껍질이 붙어 있는 부들부들한 닭고기를 따로 올렸는데, 생오이와 삶은 닭고기가 같이 있는 걸 보니 싱가포르의 해남식 치킨라이스가 떠오릅니다.
다만 비빔장에 기름기가 너무 없어 비비는 게 굉장히 힘들었고, 고군분투하며 비비고 났을 때는 면이 털실 뭉치처럼 거대한 한 덩어리가 돼 도저히 젓가락으로 가닥가닥 들어 올려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주방에 음식을 물리고 새로 받았습니다. 아무리 까탈스러운 단단이라지만 음식점에서 주방에 음식 물린 적은 여태 없었는데, 면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었으니 젓가락 써서 음식을 먹을 수가 있어야죠. ㅋ 그런데 다시 받은 것도 마찬가지로 비비기가 힘들었습니다. 아, 이래서 사천성 밖에서는 정통 비빔면 형태보다 국물면 형태가 많이 보이는구나, 깨달았죠. 그래도 청두 여행 가신 분들 사진이나 '오센틱' 레서피를 보면 이렇게까지 뻑뻑하지는 않던데요.
☞ 본고장 청두의 단단면과 마파두부
이 집은 지금보다 잘 비벼질 수 있도록 레서피에 손을 좀 봐야 할 듯합니다. 사천에서 하는 식으로 그릇 바닥에 고추기름과 장을 조금 깔아 주면 한결 좋아지겠습니다. 아니면 담음새만 좀 달리해도 나아지겠고요. 저 넓은 그릇에 면을 높게 똬리 틀어 올리고 고명들을 무작정 위로만 쌓을 게 아니라 옆으로 약간만 펼치면 구성 요소들을 한 눈에 파악하기도 좋고 섞기도 편할 텐데요. 잘 삶은 닭고기와 예쁜 색의 비빔장이 가려서 안 보이니 답답했습니다.
비싸지만 맛은 좋아요. 한국인 입맛에 타협하지 않고 단맛 없이 사천식으로 성깔을 잘 냈습니다. 향도 좋고, 화쟈오도 충분히 넣어 먹는 내내 입술과 혀에 전기 오르듯 미세한 떨림이 짜르르 일어납니다.
중구 회현동 <금산제면소> 비빔 단단면 [12,000원]
집에 TV가 없어서 저는 잘 모르는데, 여기 주방장이 유명한 분이라고 합니다. 완성돼 나온 음식이 한눈에도 벌써 'chefy'하죠? 파를 흰 부분과 녹색 부분을 따로 쓰고 써는 방법도 달리했네요. 돼지고기 볶은 것과 짜차이榨菜zhàcài 채썬 것도 올렸습니다. 한입 맛보았 때 과연 지금까지 먹은 단단면과는 차원이 다른 '차분하면서 우아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허나.
고급스럽고 좋은데 한편으론 어딘지 완성이 덜 된 듯하면서 뭔가 조심스럽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음식에서의 식초 산미와 이국 향신료에 익숙치 않은 한국인을 배려해 식탁에 "먼저 잘 비벼서 두 젓가락 정도 드신 후, 앞에 놓여 있는 산초(화쟈오), 고춧가루, 흑식초, 떠먹는 고추기름을 기호에 따라 추가하여 드시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흑식초를 좋아합니다."라고 써 붙여 놓았습니다. 이런저런 고명도 비용을 들여 추가할 수 있고요.
흐음...
인지도 높은 실력 있는 주방장에, 여덟 명만 겨우 수용할 수 있는 다소 엄한 분위기의 일(一)자형 카운터석 다이닝 홀에, 음식은 단단면 딱 하나만 선보이는 과감한 가게 구상에, 이 값의 음식이라면, 그냥 주방장이 생각한 궁극의 맛을 주방에서 미리 완성해 손님한테 제시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요? '자, 이것이 제 솜씨입니다. 이렇게 먹는 것이 제 생각엔 가장 맛있습니다.' 이렇게 배짱 있게요. 주방장 생각에 흑초를 넣은 것이 맛있었다면 처음부터 흑초를 넣어 내면 되잖아요?
부족한 맛을 채우려 다쓰 부처가 앞에 놓인 흑초와 화쟈오를 무려 세 번에 걸쳐 추가하고 나니 그제서야 맛이 또렷해지면서 '성깔oomph'이 느껴집니다. 맛보고 양념 추가하고, 맛보고 양념 추가하고, 맛보고 양념 추가하고... 이 작업을 세 번 반복하는 동안 아쉽게도 음식은 이미 반이나 사라졌고요. 반 정도 남았을 무렵에야 겨우 최상의 맛을 찾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우리가 이것저것 추가해서 완성한 이 맛이 과연 주방장이 원하는 그 맛일까, 궁금했습니다.
영국의 피쉬 앤드 칩스도 먹는 사람이 알아서 소금과 식초를 뿌려 먹게 하죠. 그건 값싼 길거리 음식이고, 이건 유명 요리사가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드는 비싼 음식입니다. 그러면 요리사가 완성해서 제시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피쉬 앤드 칩스도 값이 올라가면 주방에서 알아서 맛을 완성해서 냅니다.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에서 낼 때도 있죠. 고급 평양냉면집들 냉면도 손님상에 겨자와 식초를 올려 두기는 하지만 대개는 주방에서 내준 그대로가 가장 맛있습니다. <금산제면소>의 단단면을 맛있게 잘 먹고는 왔지만 아직도 우리가 향상시킨 (혹은 망친) 그때 그 맛이 과연 주방장이 원하던 궁극의 맛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가고 싶느냐 묻는다면,
아니오.
대중교통 여러 번 갈아타고 고생해서 가 추운데 줄까지 섰다가 먹었는데 주방장의 완성된 솜씨를 볼 수 없었으니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듭니다. 맛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차라리 <시추안 하우스>의 단단면이 더 낫습니다. <금산제면소>는 어제[2018. 10. 11.]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년> 판의 '가성비 맛집Bib Gourmand'에 새로 등재가 되었으니 주방장이 이제는 호기를 좀 부려도 될 듯합니다. 예술가는 수용자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이마트> 피코크 탄탄멘 [한 봉지 2인분 6,480원]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으로도 맛을 봅니다. 얼굴 뻘개져 땀 뻘뻘 흘리고 있는 총각 모습을 보고는 다소 불안했으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휴...
사람이 먹을 음식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습니까.
일단 너무 짜고 자극적이서 품평이고 뭐고 할 계제가 아녜요.
매운 두반장 날내에, 간장 날내에, 검은깨 쓴맛까지.
몸과 영혼을 몹시 좀먹히니 여러분은 이거 사 드실 생각 절대 하지 마세요.
맵고 자극적이기만 하면 다 사천식인 줄 아나 봅니다.
(이마트는 사천성 청두에 사과하시오.)
한국의 대형 마트들과 식품업체들은 가공식품을 대체 왜 이렇게 촌스러울 정도로 자극적으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물 단단면은 어차피 땅콩과 깨 때문에 텁텁하니 차라리 땅콩버터를 더 써서 험한 맛을 좀 완화시키면 좋겠습니다. 국물 맛이 하도 험해 동봉된 수프 1인분으로 2인분, 아니, 3인분을 끓여도 될 지경입니다. 땅콩버터를 좀 더 넣어 주고 싱거운 청경채를 면 삶는 마지막 단계에 넣어 데쳐 얹으면 짠맛과 매운맛을 다소 중화시킬 수 있을 듯 합니..
아니다, 땅콩버터와 청경채가 아까워요, 취소 취소.
사지 마세요.
저 따위 엉터리로 맛낸 식품이 무슨 2인분에 6,480원이나 합니까.
그냥 밖에 나가 사 드세요.
<세븐일레븐> 냉장 생면 컵라면 탄탄면 [3,000원]
<이마트> 제품 먹고 개탄·한탄했던 단단을 측은히 여기신 닥터 드레 님께서 덧글로 추천해 주신 상품입니다. 편의점은 여름철에 길 가다 차게 식힌 생수나 한 병 사러 들르던 곳이었는데, 단단면 찾으러 냉장 매대에 가 보니, 와아, 별세계더군요. 일인용 간편식 천국입니다.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이래서 요즘 대형 마트들마다 매출 부진으로 고심한다는 기사가 났나 봅니다.
첫 번째 시식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 했고, 두 번째 시식에서야 사진을 남겼습니다. 첫 번째 시식 때는 무엇이 문제였는고 하니,
1.
100˚C로 팔팔 끓은 물을 컵라면 종이컵에 부었더니 코팅된 종이컵 자체의 향이 음식 먹는 데 영향을 제법 많이 미치더라.
2.
동봉된 건조 '후레이크' 속에 땅콩 부스러기가 소량 들어 있었는데, 이게 미미한 양이긴 하나 단단히 산패돼 알갱이 하나라도 씹고 나면 입 안에 어마어마한 '쩐내'를 남겨 기껏 입에 넣은 음식 맛을 망치더라.
그래서 두 번째 시식 때는 아예 원래 포장인 컵라면 종이컵 크기와 비슷한 도자기 그릇을 찾아 옮겨 담은 뒤 조리를 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700W 전자 레인지에서 2분 30초, 또는, 1,000W에서 2분 돌려 주면 됩니다. 건조 후레이크는 뜯어서 선도를 먼저 확인해 보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땅콩이 심하게 산패되어 매우 불쾌한 향을 내고 있길래 넣지 않았고, 대신 데친 청경채, 송송 썬 파, 반숙 달걀을 얹었습니다. 건조 후레이크 내용물 중에는 마늘편과 깨도 있었으니 취향껏 간마늘과 집에 있는 신선한 깨, 신선한 땅콩을 부수어 더 넣어 주셔도 되겠습니다. 이런저런 부재료 곁들이는 수고를 할 만한, 제법 잘 만든 제품입니다. 일본풍이라서 중화풍 향신료 맛은 하나도 안 나지만 국물에서 산미가 다 납니다. (어쭈?) 동봉된 수프 세 종류 중 희석된 땅콩버터 소스는 넣어도 맛있고 넣지 않아도 깔끔해서 맛있으니 취향껏 하세요. 둘 다 시도해 보았는데 어느 쪽이든 괜찮았습니다. <이마트> 제품보다는 덜 자극적이라 누구든 무난하게 먹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 [월간식당] 중독성 있는 탄탄면, 한국 스타일로 해석하다
참,
일본의 음식만화 <맛의 달인> 85권에 단단면 소개가 아주 잘 되어 있더군요.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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