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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19금] 손국수의 세계

단 단 2018. 9. 4. 23:05

 

 

아니, 국수 이야기에 19금은 또 왜.

아래에 중국과 일본의 손국수 장인 작업 영상을 걸어 봅니다.

한숨 나올 정도로 관능적입니다.

완성된 국숫가락들도 아름답지만 작업 과정도 예술이에요.

15%와 0%라는 글루텐 차이가 작업 과정에 있어 저토록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니 신기합니다.

 

 

 

 

 

 

중국 장인의 수타면 작업

제가 중식을 참 좋아하는데요, 
영상에서 그릇에 담긴 우육면과 도삭면 보시면 왜 중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우마미 짙은 발효장들을 쓰면서도 서양음식 못지않게 기름지니 동·서양인 모두를 아우르기에 손색이 없죠. 신맛 내는 데도 주저함이 없고요.

기름기 도는 탄력 있는 반죽,

꽈배기처럼 서로를 희롱하듯 합쳐지는 두 선,

물결치는 가닥들,

128개의 가느다란 가닥을 연인의 긴 머리카락 매만지듯 조심스레 다루는 손,

끓는 물 속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는 국숫가락,

국수 위 아롱아롱 아롱사태.

투명 힘줄이 물결무늬를 한껏 뽐내고 있어 지금까지 본 국수 편육 중 가장 예쁩니다.

꼼지락거리지 않는 호쾌한 웍질과 불질로 만들어 낸 저 윤기 잘잘 흐르는 도삭면 볶음을 보면 동북아 3국 음식 중 보는 즉시 식욕을 불러 일으키는 건 역시 중식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우아함을 모르느냐.  
정교한 딤섬들을 보세요.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이 완벽한 형태의 이태리 만두ravioli 만드느라 원형 커터 써서 귀중한 반죽을 낭비할 때 우리의 중국 장인들은 반죽 낭비 일절 없이 오밀조밀 딤섬을 빚습니다. 섬세한 주름들.  


일본 장인의 소바 작업 

살면서 지금까지 소바를 숱하게 먹었으면서도 손제면 작업은 처음 봅니다. 영상 제작자가 감각이 뛰어난 사람인지 중국면과 일본면 작업 장면을 표현하는데 화면 색조를 달리합니다. 따뜻한 색조의 중국면 작업 화면이 일본 소바로 넘어오면서 청아한 '쿨톤'이 되죠. 중국면은 영업 시간대인 점심과 저녁에, 소바는 영업 시작 전인 아침에 제면을 하는 탓도 있겠지만 우육면·도삭면이 주는 느낌과 일본의 소바가 주는 느낌이 실제로 영상의 색조처럼 다르기도 합니다. 소바에는 기름진 따뜻한unctuous 느낌이 없잖아요.

눈 감고 열 손가락으로 물에 젖은 메밀가루를 음미하는 장인,

봉긋한 반죽은 허물어져 밀대에 감겨 구슬처럼 구르고,

켜켜이 주름져 접혀서는 추상 같은 칼날에 의해 눈보라 속 춤추는 국숫가락으로 변모, 

관능미 철철. 

남성 독자 여러분, 
여성의 몸에서 어디를 보면 가슴이 뛰십니까.

여성 독자 여러분,
남성의 몸에서 어디를 보면 싱숭생숭해지십니까.

저는 손과 팔이요. (응?)
특히, 힘 주어 작업하느라 손등에 핏줄 솟아 있고 팔에 근육 불거졌을 때요. 그래서 빵이나 면 반죽 중인 남성 장인의 작업대 클로즈업 영상을 좋아합니다. 얼굴은 필요 없어요. 오로지 손과 팔만.   


 

 

 

 

 

"I never knew flour could be so sensual."

- <Keeping Mu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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