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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귀엽지 않냐고 꺅꺅대며 단단면을 처음 사 먹고는 폭풍 궁금증에 휩싸인 단단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이름 귀엽지 않냐고 꺅꺅대며 단단면을 처음 사 먹고는 폭풍 궁금증에 휩싸인 단단

단 단 2018. 8. 20. 00:00

 

 

 


<홈플러스>가 영국 저지 섬의 저지 품종 소 젖으로 만든 버터를 판다길래 신나서 다녀왔습니다. 저지 소는 ☞ 저지 크림을 다룬 글에서 소개해 드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건물 위층에 단단면 파는 중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단 말이죠.


단단면?
영국에서 이름만 들어 봤던 그 'Dan Dan Noodles'?


참으로 음악적인 어감, 귀여운 이름일세.
먹어 보고 맛있으면 단단의 마스코트 음식 삼아야겠습니다.

 

 

 

 

 

 

 



(손바닥 비비며) 기대가 됩니다.
필명이 '단단'인 푸드 블로거가 남들 다 아는 단단면을 이제야 맛보다니요. 

 

 

 

 

 

 

 

 


위에 있는 것은 다쓰베이더가 주문한 우육탕면(이것도 처음 먹어 봅니다), 아래의 붉은 색 나는 것이 바로 단단면.

 

 

 

 

 

 

 

 

 

먼저 우육탕면.
농심 사발면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맛이 완전히 다르네요.
오향 중에서도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아니씨드aniseed 계열 향신료 팔각과 회향 향이 비강을 가득 채웁니다. 으흠, 이 향. 고기도 맛 다 빠진 뻣뻣하고 냄새 나는 냉면 고기 같지 않고 양념 잘 된 맛있는 불고기 맛이 납니다. 씹는 맛도 좋고요.


허나.
향기롭고 맛은 좋은데 많이 달아요. 중국인들은 끼니 음식을 이렇게까지 달게 먹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단단의 마스코트 음식이 될지도 모를 단단면, 드디어.
여기서도 오향 향미가 물씬 나는데, 이번에는 그중
계피cassia 맛이 두드러집니다. 짭짤한 음식에서 계피 맛이 강하게 나 신기했으나 독특하고 괜찮았습니다. 색은 빨갛지만 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많이 달아요. 암만 생각해도 중국인들이 끼니 음식을 이렇게 달게 먹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보나마나 한국인들 입맛에 맞춘다고 설탕을 잔뜩 넣었겠지요. 게다가, 보관을 잘못했는지 땅콩에서 산패된 고약한 맛이 나 전체 맛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잘못 보관한 견과류 먹으면 간(肝) 망가집니다. 아아, 처음 맛본 단단면이었는데. 덜 달면서 땅콩만 신선했어도 '정통' 안 따지고 맛있게 먹었을 텐데. (이 집은 단단면보다 우육탕면이 더 낫습니다.)

 

집에 돌아와 어떤 집인지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프랜차이즈 중식당이었습니다. 면은 단단면과 우육탕면, 두 가지만 내고 있습니다.

 

 

 

 

 

 

 

 

 

 

 

 

어라?
음식 설명 좀 보세요.
내가 먹은 단단면이 '홍콩식'이고 '라미엔(납면拉面 = 수타면)'이었다고?


단단면은 사천 음식 아니었나요?
게다가, 비빔면을 국물 있는 면으로 재해석한 모양이네요.


음식에 변주를 주거나 재해석 한다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달고 사천 음식에서 기대하는 '성깔'이 부족해 사실 김이 좀 샜습니다. 검색해 보니 한글 표기도 '단단면'과 '탄탄면' 두 가지가 있는데, 단순한 발음 차이가 아니라 중국에서도 '担担面'이라 쓰는 사람이 있고 '摊摊面'으로 쓰는 사람이 있답니다. 영국인이면서 사천 요리 전문가인 푸셔 던롭Fuchsia Dunlop의 클래식 단단면 레서피를 올려 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단아해 보이죠?
비빔장sauce은 면 위에 끼얹지 않고 그릇 바닥에 먼저 담는 것이 전통식이라고 합니다.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뜨니 관심 있는 분은 크게 띄워 놓고 보세요. 놀랍게도 땅콩이나 참깨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단단면 하면 으레 땅콩과 참깨를 떠올리는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목록에 있는 재료 중 몇 가지 사진을 올리자면,

 

 

 

 

 

 

 



레서피에서 'fermented sweet sauce'라는 것은 위 사진의 맨 아래에 있는 까만 첨면장을 말합니다.

 

 

 

 

 

 

 



'Sichuanese ya cai'는 사천성에서 나는 겨자과 식물의 줄기 부분을 말려 향신료를 가미해 발효시킨 채소절임을 말합니다. 지나치게 짜거나 달거나 맵지 않고 적당한 짠맛이 나는, 단단면 필수재료라고 합니다. <킨톤라멘>에서 일본 라멘 먹을 때 내주는 갓절임이 아마 이것과 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에서는 사진에 있는 제품이 가장 유명하다는데,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Sichuan Yibin Suimi Yacai Co>의 'Preserved Mustard Stem' 성분:
mustard greens, salt, brown sugar, compound spices (chili, ginger, Sichuan pepper, Chinese cinnamon, fennel, clove, Chinese nutmeg, garlic), potassium sorbate, acesulfame-k. 끝.

 

화쟈오花椒, Sichuan pepper가 언제 쓰이나 했더니 이 채소 가공품 안에 들어가는 거였네요. 돼지고기 볶을 때 넣기도 하고, 완성된 단단면 위에 솔솔 뿌려 주기도 합니다.

 

 

 

 

 

 

 

 


화쟈오(쓰촨 페퍼)는 사진과 같이 준비해서 씁니다. 조리 중에 쓰지 않고 완성된 음식에 그저 뿌리기만 할 때는 기름기 없는 마른 지짐판에 덖어 향을 좀 돋운 뒤 쓰면 좋습니다. 음식에 향만 입힌 뒤 건져 낼 때는 꼭 빻지 않아도 됩니다. 알이 찌질하지 않고 굵으면서 예쁜 자주색 나는 것이 상품上品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파는 것들 품질이 어떨지 몰라 영국에서 잔뜩 사 갖고 왔는데, 마파두부에도 넣고, ☞ 제이미 올리버의 '무늬만' 김치 만들 때 넣기도 합니다. 잘 어울립니다.

 

 

 

 

 

 

 

 

궁금해서 동영상도 이것저것 찾아 보았습니다. 이 영상은 위에 올린 클래식 레서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분간은 외식할 때 단단면을 좀 사 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재료 사다가 직접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단단면 맛집 아시는 분들은 귀띔 좀 해주세요. 꼭 정통이 아니어도 됩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가야 할까요? 차 없는 '뚜벅이'이니 기왕이면 서울에 있는 집으로 알려 주세요.

 

유심히 살펴보니 사천식은 그야말로 매콤한 비빔면인 것 같고, 홍콩식은 땅콩이나 참깨 소스로 고소한 맛을 더하고 매운 맛은 다소 누그러뜨린, 마장면麻酱面, sesame sauce noodles 맛 비슷한 탕면 형태가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잘만 만든다면 양쪽 다 맛있을 것 같네요. 탕반문화 탓인지 한국은 홍콩식 국물 많은 형태를 선호하는 듯 보입니다. 면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 말아 먹으라며 밥을 내주는 집도 다 있습니다.


참, 
이 블로그 주인장의 필명은 왜 '단단'인가.
제가 찍은 사진들 하단의 영어 소문자로 된 서명을 보면 이분음표가 두 개 들어 있습니다. 종탑 달린 오래된 영국 교회들의 느리게 울리는 고즈넉한 종소리를 상징합니다.

dan... dan... 
발음도 종소리를 닮았습니다. 



☞ 어느 푸드 블로거의 매우 근사해 보이는 홍소우육면
☞ 같은 블로거가 만든, 역시 근사해 보이는 단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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