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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기고만장해진 냉면

단 단 2018. 7. 1. 03:26

 

 

 

얼음 관리에 실패해 무미무취 맹탕이 된 강남 어느 유명 냉면집의 12,000원짜리 평양냉면.

 

 

지난 4월 평양에서의 남북친선공연, 남한에서의 5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 인기가 급상승했죠. 마침 여름이기도 하고요. 꼬질꼬질 다 쓰러져 가는 냉면집 앞에도 우리 머글들이 좋다고 버글버글 줄 서 '질 낮은 서비스도 좋사오니 제발 먹여만 주소서', 버릇을 잘못 들여 놓은 탓에 시답잖은 냉면들까지 값이 후덜덜한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 평양냉면, 인기 만큼 가격도 훌쩍 뛰었다

 

즐겨 먹던 봉피양 냉면도 14,000원으로 올랐고, 강남의 웬만한 냉면집들은 이제 12,000원, 13,000원씩 받아요. 먹을 만한 망둥이 냉면집이 그에 걸맞는 값을 받는데는 크게 불만이 없는데, 꼴뚜기 냉면집들이 이때다 하고 너도나도 올려 받으면 아주아주 같잖고 웃겨요.

 

 

 

 

 

 

 


동네 평범한 라멘집의 7천원짜리 라멘.

달걀과 편육을 눈여겨보자. 7천원짜리 국수도 달걀과 고기에

정성을 들이는데 냉면은 웬 오만자만교만인가.

 

 

저는 냉면을 먹을 때마다 늘 일본 라멘을 떠올리며 아쉬워합니다. 접객도, 가게 분위기도, 그릇도, 꾸미로 올리는 달걀과 고기도, 담음새도, 냉면집보다 라멘집들이 더 나은 경우가 많은데 값은 라멘이 더 싸죠. 냉면에 올린 달걀과 편육을 저는 잘 안 먹습니다. 식상하기 짝이 없는 막 삶은 맨달걀과 맛 다 빠진 뻣뻣하고 냄새 나는 편육을 라멘의 아지타마(일본식 반숙 달걀 장조림), 차슈 편육과 비교해 보세요. 라멘 쪽이 정성도 더 들어가고 맛도 더 낫죠. 냉면은 소고기를 쓰니 재료값이 더 들고, 육수에서 기름을 걷어 내야 하니 품도 들고, 면 식히는 물값도 들겠지만,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끼니음식이라는 점말고는 월등히 나은 요소가 없어요. 육수와 면발을 논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라멘이 육수와 면을 손쉽게 거저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세계에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모르는 심오한 기술들이 있을 텐데요. 라멘집 개업하려는 분들, 면 잘 만들겠다고 일본 가서 제면(製麵)학교도 다 다닌다면서요.

 

냉면 값이 너무 올라 다쓰 부처는 당분간 차가운 메밀 국수가 먹고 싶을 때는 냉면 대신 일본식 냉소바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저한테 최악의 냉면집이란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는 어수선한 환경에, 종업원도 퉁명스럽고, 비싼데 맛없으면서, 설상가상 '스뎅' 그릇에 담아 내주는 집인데요, 무더운데 줄까지 서 가며 이런 데서 사 먹어 준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제 냉면집 평가 글에서도 칙칙한 회색 스뎅 그릇에 막 담아 '걸레 빤 물에 실지렁이 드글대는' 형상의 냉면은 찾아보실 수 없을 겁니다. '스뎅냉면집'들은 서비스도, 음식 담음새도 형편없을 확률이 높으므로 본능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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