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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비를 먹어 보자 - 인스탄트 라면과 식용유는 쟁이지 말자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콜라비를 먹어 보자 - 인스탄트 라면과 식용유는 쟁이지 말자

단 단 2020. 3. 4. 00:46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지난 주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panic buying'을 해대서 마트의 신선식품 매대와 일부 저장식품 매대가 텅텅 비었었죠. 우유가 떨어져 이마트에 갔더니 글쎄, 그 넓은 냉장 선반에 달걀과 두부가 단 한 팩도 남아 있지 않은 겁니다. 텅 빈 매대를 보자 초현실감이 밀려왔죠. 채소 매대도 마찬가지여서 콜라비만 혼자 외로이 산처럼 쌓여 있고 나머지 채소들은 전부 품절. 콜라비는 왜. 외래 채소치고는 값이 싼 편인데도 소비자들한테 아직은 생소한 거죠. 

 

저도 콜라비는 귀국해서 처음 써 봤는데요, 이렇게저렇게 먹어 보니 생으로도 참 맛있습니다. 무보다는 결이 곱고 조직이 치밀해 식감이 좋고, 매운 맛 일절 없이 단맛이 아주 많이 납니다. 야, 이거 사탕무 변종이나 사촌 아니냐? 가공하면 설탕 많이 나오것다, 생각이 대번 들었죠. 요리감각 좀 있는 분들은 생으로 한 조각 맛본 뒤 금방 쓰임새를 떠올릴 겁니다. 영양을 살려 생으로 드시고 싶은 분들은 채칼로 얇게 저며 ☞ 홈메이드 어니언 크림 드레싱에 스위트콘과 함께 버무려 보세요. 귀차니스트인 저는 드레싱 한 번 만들어 놓고 이렇게 먹고 있습니다. 식초의 짜릿한 맛과 양파·마늘의 아릿한 맛이 단맛만 많은 콜라비에 훌륭한 보완이 돼 줍니다. 피클로 담가도 좋을 것 같고요. (얇게 저미면 콜라비의 특장점인 고운 결이 혀 위에서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익혀 드시고 싶은 분들은 ☞ 이 레서피를 참고하세요. 이게 독일쪽 채소인데 독일에서는 이렇게 오븐 베이크로 잘 해먹는다고 합니다. (셀러리나 치커리chicory, endive도 오븐 베이크 하면 맛있습니다.) 

가만.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비상 시에 식품 비축해 둔다고 인스탄트 라면 많이들 사시잖아요? 봉지 뜯어 전내 풀풀 나는 유탕면 냄새를 맡은 이후 저는 인스탄트 라면은 절대 저장용 식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유통기한이 아직 남은 제품이었는데도요. 어쩌다 가끔 먹는 집이나 식구 수 적은 집들을 위해 마트에서도 라면을 낱개로 팔았으면 좋겠어요. 다섯 개들이 한 봉지를 사면 남은 한두 개는 꼭 전내가 나서 버리게 됩니다. 게다가 지진이나 전쟁 같은 상황에서 쌀, 건면처럼 열과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식품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없죠. 뜯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깡통식품이 최곱니다. 

식용유도 마찬가지여서, 이것도 신선식품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식품쪽 과학자들이 역설하곤 하죠. 열은 고사하고 빛만 쐬도 품질 저하가 온다잖아요. 저는 그래서 아무리 값이 싸도 대용량이나 묶음으로는 기름을 사지 않습니다. 그런데 명절 선물 세트에는 막 세 병씩, 다섯 병씩 들어 있기도 하잖아요. 아니, 수퍼마켓에서 365일 늘 살 수 있는, 특별하지도 않고 몸에 좋지도 않은 카놀라유, 포도씨유 따위를 왜 선물로 줍니까? 선물 상상력이 그렇게 없나요? 혹시 명절에 전 실컷 부치(고 고생하)라는 의미에서? 그렇다면 이거 진짜 사악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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