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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중면의 매력

단 단 2020. 3. 7. 00:11

 

 

 

잠깐, 잠깐.
제목을 '중년의 매력'으로 잘못 읽고 가슴 벅차 냉큼 클릭해 들어오신 중년분들, 눈 비비고 다시 잘 보세요. 눈 비벼도 잘 안 보이면 당장 ☞ 오메가3 복용 시작하세요. 

사진은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어느 소박한 국숫집의 비빔국수입니다. 맛집이라서 찾아간 건 아니고 근처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국수와 만두를 판다길래 밥때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싸고 맛있는 집이었습니다. 싸고 맛있는 집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맛잘알' 주방이 저비용 고효율로 맛을 낸다는 거지요. 햐, 양념장에 콩나물과 지방 너덜너덜 붙은 저품질의 불고기만 올렸는데도 기찬 맛이 납니다. 면은 소면이 아닌 중면을 씁니다. 저는 밖에 나와 밀가루 소면이나 중면으로 만든 음식은 처음 사 먹어 봤습니다. 소면은 집에서 자주 쓰고 있기는 한데 외식 메뉴로는 접해 본 적이 없어요. 소면을 쓴 식당음식이 있었나요? 잔치국수? 이걸 멀쩡한 단품으로 낼 줄 아는 식당이 있나요? 결혼식 부페에서 퉁퉁 불어 들러붙은 잔치국수는 많이 먹어 봤어요. 옛날에는 회갑연에도 먹었다고 하죠. 희고 긴 국숫가락 = 장수.

소면의 '소' 자가 가늘거나 작다는 뜻의 소 자가 아니라 '소박(素朴)하다' 할 때의 '흴 소' 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었습니다. 하얀 국수라는 뜻도 있고, 고기붙이를 넣지 않고 말거나 비빈 소박한 국수라 뜻도 있고, 왜인들의 국수라는 뜻도 있답니다. 그렇다면 '중면'이라는 이름은 소면을 잘못 이해한 데서 붙은 거네요. 

어떻든, 
먹으면서 맛이 센 양념장에는 소면보다 중면이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에서 양념장 밑으로 중면이 살짝 보이죠? 콩나물 굵기보다 약간 가늡니다. 이 집에서 중면의 매력을 깨친 뒤로는 마트의 건면 선반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는데, 제가 어릴 때는 수퍼마켓에서 중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소면 옆에 중면이 항상 나란히 놓여 있더라고요. 앞으로 고추장 비빔국수에는 저도 중면을 써야겠습니다. 

참, 
파스타 면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형태의 것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소스의 성격에 따라 면을 달리 써야 한다고 하지만 만일 딱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링귀네를 고르겠습니다. 동그란 단면이라서 깍쟁이 식감이 나는 스파게티나, 넙적해서 한 번에 밀 맛이 너무 많이 나는 페투치네, 딸리아뗄레, 빠빠르델레보다는 묘한 형태의 단면을 가진 링귀네가 저한테는 식감이 제일 흥미롭고 맛있더라고요. 가운데에 단단한 심도 있으면서 가장자리는 마치 칼국수처럼 부드럽고 적당히 탄력 있죠. 짧은 면 중에서는 가늘고 긴 마카로니를 좋아합니다. 유제품 소스일 때, 특히 ☞ 마카로니 치즈 만들 때는 꼭 이 면을 씁니다. 우아한 식감의 떡볶이 같은데 씹으면 속에서 소스가 찌익. 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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