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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콘 샐러드 세 가지 Sweetcorn Salad 본문
여러분,
얼마 전에 썼던 ☞ 스위트콘 비교 글 기억 나십니까?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너춰 스위트콘'을 꼽았었죠.
이 제품입니다.
옥수수 사진이 이어지는 게 재미있죠?
한 상자 안에 이렇게 생긴 깡통이 열두 개 들었습니다.
참,
코스트코에서 상자에 든 깡통 식재료를 사실 때는 손으로 상자 표면을 꾹꾹 눌러 개수가 맞게 들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전에 토마토 깡통 한 상자 사서 집에 와 뜯어 보니 글쎄, 가운데에 깡통 하나가 빠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고객센터에 말하기도 애매하죠. 믿어 줄 것 같지도 않고요. 누가 상자를 몰래 개봉해 하나만 쏘옥 빼고 다시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죠. 코스트코에 희한한 사람들 많아요.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스위트콘을 맛있으면서도 편하게 먹는 방법 없을까요?
있지요.
코스트코 가신 김에 냉장 소스 매대에서 이렇게 생긴 제품도 찾아 보세요.
양이 좀 많기는 하지만 한 병 집어 오십시오. 만사 귀찮을 때 스위트콘 깡통 따서 이 드레싱에 비벼 먹으면, 크으, 얼마나 맛있는데요.
기웃이: 이보오 주인장, 우리더러 지금 시판 소스 따위나 사서 쓰라는 거요?
아차차,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들 집에서 한요리 하시는 푸디foodie들이라는 사실을 제가 깜빡했습니다;; 푸디 여러분들은 다음의 레서피로 드레싱을 직접 만들어 드시면 되겠습니다.
홈 메이드 어니언 크림 드레싱
[약 500ml]
재료
• 생크림 1컵 (200ml)
• 마요네즈 1/2컵 (100ml)
• 화이트 와인 식초 4큰술 (60ml) [1큰술=15ml]
• 다진 양파 4큰술 (양파 60g)
• 으깬 마늘 2작은술 [1작은술=5ml]
• 설탕 2큰술 [단맛 많은 채소에 곁들일 때는 양을 좀 줄이셔도 됩니다.]
• 소금 1/2작은술
• 후추 약간
만들기
1. 위의 재료들을 블렌더에 모두 넣고 그냥 곱게 갈아 주면 된다. 끝.
Tip.1 조리법은 간단하나 나름 숙성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만들자마자 바로 내면 드레싱의 각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질 시간을 갖지 못해 재료 맛이 따로 따로 나니 최소 하루 정도는 묵혔다 내세요.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분리돼 아래쪽에 가라앉을 수 있으나 염려 마시고 잘 섞어서 쓰시면 됩니다.
Tip. 2 생양파라서 입이 좀 아릴 수 있겠는데, 양파 근처에만 가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초 예민한 단단은 양파를 한 망 사 오면 윗동과 뿌리를 칼로 모두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뒤 물에 가볍게 씻어 잘 말립니다. 그 뒤 두 개씩 '크린백'에 담아 '씰링기'를 써서 밀봉합니다. 이렇게 전처리를 해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 두면 양파를 싹 틔우지 않고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냉기에 의해 매운 기운이 많이 누그러져 칼로 썰 때도 눈물이 나지 않고, 요리에 생으로 써도 덜 맵습니다. 단, 표면에 상처 난 양파는 없는지 잘 살피세요. 이런 양파가 있으면 같이 담은 양파까지 금방 상하니 상처 난 것들은 따로 두셨다가 먼저 써 버리세요. 한 번에 두 개 이상 담지 마시고요. 아놔, 양파를 영국처럼 낱개로 필요한 만큼 무게 달아 살 수 있게 하면 좀 좋아요?
홈 메이드 어니언 크림 드레싱에 버무린 스위트콘입니다. 생양파를 갈아서 쓰기 때문에 시판 제품처럼 윤나면서 매끄럽지는 않지만 맛은 시판 드레싱보다 훨씬 낫습니다. 생생하면서 짜릿한 맛이 나죠. 식전 입맛 돋우는 데 적합합니다.
제가 스위트콘 외에 다른 채소들을 이렇게저렇게 넣어 먹어 봤는데, 물 많고 아삭한crunchy 양상추iceberg lettuce가 궁합이 특히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얇게 저민 생콜라비kohlrabi도 좋고요. 빨간색으로 악센트를 주고 싶어 홍고추를 깍둑 썰어 넣어 보기도 하고, 빨간 파프리카를 넣어 보기도 했으나 한국 고추와 파프리카는 맛도 싱겁지만 일단 껍질이 너무 두껍고 플라스틱처럼 뻐득거려 식감이 좋지가 않아요. 깍둑 썰어 생긴 뾰족한 모서리가 잇몸을 다 찌를 정도입니다.
저는 사진용으로 멋내느라 양상추를 큼직하게 뜯어 담았는데, 먹기 좋은 한입 크기로 잘게 뜯거나 칼로 굵게 채썰어 담는 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연두색의 잎 끝부분보다는 뿌리쪽 물 많은 아삭하고 고소한 흰 부분을 많이 담는 게 더 맛있고요. 스위트콘의 '뽁' 터지는 아삭함과 양상추의 '콰드득' 부서지는 아삭함, 두 가지 다른 종류의 아삭함을 즐기는 거죠.
이번에는 클래식 멕시코판입니다.
• 물기 뺀 스위트콘을 버터에 볶은 뒤 불에서 냄비를 떼어
• 스페인산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 라임 즙,
• 파마산 가루,
• 고수coriander, cilantro를 넣고 버무려 드시면 됩니다.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때문에 옥수수 알갱이가 빨개졌습니다. 조리라고 할 것도 없이 간단한데 고소하고 향기롭고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고수도 꼭 넣으세요. 고소한 옥수수에 버터, 치즈, 고수, 그리고 열기를 더해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샐러드입니다. 따뜻한 샐러드라서 스테이크나 바베큐에 곁들여 내면 좋을 듯합니다.
▲ 두 종류의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
pimentón dulce (덜 매운 맛), pimentón picante (매운 맛).
▲ 백화점 식품관들이 스페인산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깡통 제품을 팔고 있으니 보시면 사 두시라.
껍질 뻣뻣하면서 맛 약한 한국 생홍고추 대신 파프리카 파우더를 써서 매운맛을 내면 더 맛있으니 파프리카 파우더를 보시면 사 두세요. 훈향 입힌 것과 안 입힌 것, 두 가지 판이 있는데, 각각은 또 매운 맛과 덜 매운 맛, 두 가지로 나뉩니다. 보시면 넷 다 사 두세요. 스페인산 훈제 파프리카 가루인 '삐멘똔pimentón'을 쓰면 생옥수수를 통째로 불에 구운 듯한 바베큐 불맛이 나서 재미있습니다. 초릿쏘chorizo 소세지에도 들어가죠.
집에 생홍고추가 있어 파프리카 파우더 대신 써 본 적 있는데, 한국 생홍고추는 익혀도 식감이 좋질 않아요. 껍질이 너무 억세요. 온 나라가 미세먼지로 신음중인데 집에서 고추나 파프리카를 직불에 태워 껍질 벗겨 쓰란 말은 하지도 마십시오. 저는 튀기거나 센 불에 볶는 음식을 '오픈 키친'으로 하는 식당도 가급적 가지 않으려 듭니다. 눈과 호흡기 점막이 약해 눈물 흘리고 기침하느라 음식 맛도 모르고 먹게 돼요. 게다가 한국 파프리카는 맹탕이라서 이런 수고를 감내할 만큼 맛있지도 않아요. 색깔별 맛 차이도 안 나고요.
마지막으로, 영국판도 소개해 드립니다. 영국 살 때 즐겨 사 먹던 따뜻한 스위트콘 혼합 샐러드입니다.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의 ☞ 써코태쉬succotash를 완두콩, 당근, 브로콜리, 납작잎 파슬리flat-leaf parsley 같은 유럽 채소들로 바꿔 변주를 준 거죠. 고소함의 끝판왕입니다.
<웨이트로즈> '프레쉬, 컬러풀 앤 버터리 베지터블 레이어스' 성분:
sweetcorn (32%), peas (32%), carrots (16%), broccoli (14%), butter, salt, parsley, black pepper. 끝.
브로콜리가 안 보이는 이유는, 보글보글한 꽃부분이 지저분해 보일까봐 포장 밑바닥에 깔았기 때문입니다. 파슬리가 안 보이는 이유는 잘게 다져 버터에 합쳤기 때문이고요.
자, 이 제품을 가정요리로 변환해 봅시다.
▲ 이마트에서 살 수 있는 냉동 완두콩 두 가지 -
벨기에산 유기농 제품과 미국산 소포장 제품
완두콩이 필요합니다. 생완두콩은 제철에 아주 잠깐만 볼 수 있으니 가정집에서는 냉동 완두콩을 사서 쓰시면 좋습니다. 제철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 곧바로 급속 냉동을 하기 때문에 긴 유통 과정 중 시들시들해진 생완두콩보다 맛과 영양이 훨씬 나을 때가 많습니다. 깡통 제품도 있긴 한데, 급속 냉동한 것이 깡통 제품보다 맛도 더 좋고 색도 더 파랗죠. 쓰고 남은 냉동 완두콩은 다음과 같이 활용해 보세요. '뽀대'도 나면서 기차게 맛있습니다.
☞ 큐민 거품과 완두콩 퓨레를 곁들인 관자
재료들을 다 구하셨으면 다음과 같이 '조립'해 보세요.
1. 스위트콘과 완두콩은 동량으로,
2. 완두콩 크기로 깍둑 썬 브로콜리와 채친 당근은 양을 1의 반으로 잡고,
3. 1과 2를 버터에 볶으세요. 생재료인 브로콜리를 가장 먼저 볶으시면 좋습니다.
4.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5. 납작잎 파슬리를 잘게 다져 버무려 내면 됩니다. 소금을 너무 적게 넣으면 간이 싱거워 고소한 맛이 잘 안 사니 넉넉히 넣으세요. 끝.
사진의 웨이트로즈 샐러드 제품은 전자 레인지로 데워 먹을 수 있게 낸 즉석식품ready meal이라서 버터와 파슬리를 '허브 버터' 형태로 합쳤는데,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지요. 그냥 냄비에 버터를 녹여 채소들을 볶은 뒤 잘게 다진 파슬리를 섞어 주면 됩니다. 당근은 금방 익지 않으니 깍둑 썰지 말고 채를 치셔야 합니다.
브로콜리는 보글거리는 꽃부분과 거대한 몸통 줄기 부분을 같이 쓰면 더욱 고소하고 맛있으니 몸통 버리지 마시고 꼭 활용하세요. 브로콜리는 꽃부분보다 몸통이 훨씬 고소하다는 것 잘 아시죠? 꽃부분은 사실 톱밥 같은 식감이라서 씹기에 썩 유쾌하지는 않죠.
이 샐러드는 따뜻한데다 콩을 비롯한 채소가 이것저것 골고루 들어 있어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합니다. 여러 종류의 채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어 '장내 유익균 숲 가꾸기'에 관심 있는 분들께 특히 좋습니다. (단단이 웬일로 '효능 드립'을 다 하나.) (늙은 게지.)
▲ 브로콜리는 이 부분이 가장 맛있으니 송이floret만 떼어 내고 버리지 마시길.
'Y-peeler'로 한 겹 벗긴 뒤 납작납작 저며
편마늘, 안초비, 로즈메리와 함께
올리브 오일에 볶아 먹으면 별미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재료로도 훌륭하다.
▲ ♬ 단단 님, 바부바~부~ 마트에 비슷한 스위트콘 샐러드, 냉동 제품으로 팔아요~ ♬
아, 브로콜리와 파슬리가 없잖소. 맛이 달라요!
얼렸던 거라 식감도 향도 그지 같고. (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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