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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딤딤섬 코엑스 파르나스몰점 -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단 단 2020. 8. 13. 18:07

 

 

 

 

엊그제(!) 삼성동 코엑스 파르나스몰에 홍콩의 또 다른 유명 딤섬집 <딤딤섬>이 문을 열었습니다. 방문기를 올려 봅니다. 제가 이 집 음식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 입점 매장에서 이미 맛본 적이 있습니다.

 

새로 문 연 매장의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벽에 붙은 그림 중에 새장birdcage이 보이는데, 딤섬집에 새장이 있는 이유, 제 음식우표 중 딤섬 우표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음식우표] 마카오의 전통 찻집 풍경

 

둘이 왔다고 사진에 보이는 편한 소파 자리 대신 좁은 개별 의자 자리로 안내합니다. 앉았더니 앞뒤 식탁들과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 뒷식탁 여성의 포니 테일이 자꾸 제 뒤통수에 닿습니다. 가방 둘 데도 없고, 심지어 스마트폰과 벗은 마스크 올려 놓을 자리도 없어 음식을 먹기도 전에 짜증이 막 치솟습니다.

 

 

 

 

 

 

 

 

 

자스민 녹차

5,000원.

이 집은 차를 돈 받고 제대로 내줍니다. 상 위에 찻잎을 담은 플라스틱 투명 티포트, 손잡이 달린 유리잔 두 개, 재탕을 위한 스테인레스 스틸 키 큰 탕수 주전자, 시원한 물 담은 주전자, 시원한 물용 잔 두 개가 올라옵니다. 분식집 식탁처럼 작은데 물을 마시기 위한 집기들이 무려 일곱 개나 올라와 있으니 붐벼서 주문한 음식 놓을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음식 사진을 한 번에 다 못 찍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차 주문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이 너무 복잡해집니다. 그냥 공짜로 내주는 시원한 물만 마시고 차는 집에 돌아와서 마셔야겠습니다.


차는 보이차, 우롱차, 자스민 녹차, 이렇게 세 종류를 갖추고 있고 값은 모두 5천원으로 동일하게 받는데, 세트 메뉴를 주문한 식탁에는 선택의 여지 없이 자스민 차를 내줍니다. 이 날 다쓰 부처는 잘못 우린 자스민 녹차는 가뜩이나 느끼한 딤섬에 느끼함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자스민 차 좋아해서 집에 늘 찻잎을 사 두고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저 플라스틱 티포트는 편리하고 신기하기는 한데 재질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유리 재질이면 무겁고 관리가 힘들어 손님들도 직원들도 힘들어하겠지요. 속 안 비치는 자기가 산만한 찻잎도 가려 주고 점잖아 보여 좋을 텐데요.

 

 

 

 

 

 

 



고추 기름을 넣은 오이 피클
3,000원.
1회에 한해 리필 가능.


그래서 리필 했다 치고 아예 처음부터 두 그릇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집에서는 이 오이 피클이 가장 맛있으니 꼭 주문하세요.

 

 

 

 

 

 

 



할인된 값에 많은 것을 맛보려고 '2인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상이 좁아 한 번에 못 찍어 다음 사진에서 하가우 자리에 시우마이를 놓고 다시 찍었습니다.

 

 

 

 

 

 

 



하가우 자리에 시우마이가 왔습니다. 
<팀호완>에서는 '샤오마이'라고 하던데 이 집에서는 '시우마이'라고 합니다. 둘 다 홍콩 태생 음식점인데 같은 음식의 발음을 달리하는 게 신기합니다.


자, 그런데요,
뜨겁게 먹어야 할 음식 여섯 개가 이렇게 한꺼번에 다 나와 버렸습니다. 이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저 차슈탕면 국물 속에 담긴 세면이 불까봐 탕면부터 부지런히 먹고 났더니 다른 음식들은 죄 식어서 풀떡이 되었습니다. 시우마이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는데 네 개가 붙어서 한꺼번에 딸려 올라옵니다. 꽈당

 

이 집 하가우는 가뜩이나 다른 집 하가우에 비해 피도 두꺼운데 이것도 식어서 피가 아주 풀떡이 되었습니다. 피 씹는 데 질겨서 애먹었습니다. 맛은 잘못 만든 우리 집 초창기 하가우 맛과 비슷합니다. 참기름향이 강해서 맛있어야 할 죽순맛까지 느끼하게 느껴집니다.

 

소롱포도 다 식어서 육수맛이 아닌 기름맛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만인이 칭송하는 소롱포의 '육즙'은 육수맛이 아닌 실은 잔뜩 넣은 기름맛이라는 폭로를 들은 적 있습니다. 식은 소롱포를 맛보니 과연. )

 

다른 음식의 온도와 질감을 희생시켜 가면서 먹은 차슈탕면도 맛이 시답잖습니다. 국물에서 짙은 육수 풍미보다는 면수 맛이 더 많이 감지되는데, 이게 면 삶을 때 쓴 알칼리수를 충분히 빼지 않고 부주의하게 그냥 건져 담아서 그런 건지, 면에서 빠져 나온 첨가물 맛인 건지, 국물이 이상한 잡맛으로 희석돼 재료들 맛이 충분히 살질 않습니다. 탕면을 시키면 덜어 먹을 빈 공기도 좀 알아서 같이 내주면 좋으련만, 상 치우느라 바빠 보여 빈 공기 달라고 요청도 못 하고 국물 있는 면을 그냥 일(一)자 앞접시에 덜어 먹었습니다. 그러니 결국 저 차슈탕면도 다 식은 면을 먹은 거지요. <팀호완>처럼 빈 공기를 아예 상 위에 앞접시와 함께 미리 놓아 두던가요.    

 

이렇게 탕면 하나가 상 위에 떠억 오르면 다른 음식들은 무엇 하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맛있게 먹을 수가 없게 됩니다.

 

저는 딤섬집에서 여간해서는 한 번에 세 개 이상의 음식을 주문하지 않습니다. 탕면이 없더라도 식탁에 딤섬이 세 개 이상 올라오면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맛있게 먹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차림판에서 먹고 싶은 단품 종류를 고르고 나면 신경 써서 안배해 꼭 두 차례로 나누어 주문하는데, 다음부터는 몇 천 원 아끼자고 세트 주문하는 짓은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야겠습니다. 두 번에 나누어 주문하면 바쁜 딤섬집에서는 직원들이 귀찮아하고 한 번에 주문하기를 권할 때가 있죠. 한상 그득하면 '사진발'도 좋고요. 그래도 나누어 주문해야겠습니다. 제가 그래서 한식 한상차림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든 음식은 맛있는 온도가 다 따로 있는 법인데요. 

 

조리 속도가 다 다른 음식이 한꺼번에 나왔다는 것도 사실 의아하죠. 내고 나서 먹기 시작하기까지의 시간 격차를 최소화해야 하는 게 이 딤섬들인데, 어떤 음식은 다른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주방 벤치에서 대기를 했다는 소리가 됩니다. 몇몇 음식들은 그래서 이미 많이 식어서 우리 식탁에 도착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팀호완>은 주문한 음식 중 먼저 완성된 것들을 바로바로 갖다 줘 김이 펄펄 나는 상태에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튀긴 음식들도 기름을 좀 충분히 뺀 뒤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춘권가지튀김에 기름이 어찌나 흥건하던지 (사진상으로도 느껴지죠? 클릭해서 확대 사진으로 보면 더 끔찍합니다.) 춘권 한 개당 냅킨 네 장을 써서 닦아 내도 기름이 안 빠져 기겁을 했습니다. 젓가락으로 춘권을 집어 드는데 접시에도 노오란 기름이 동전만 하게 고여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도 기름을 넉넉히 써서 요리하는 편이고 느끼한 음식도 매우 잘 먹는 사람인데, 이 날 이 집의 튀긴 딤섬들은 너무했습니다. 

 

 

 

 

 

 

 

 

 

영업 초기라서 그런지 개선할 점이 많이 보입니다. <팀호완>처럼 다 먹고 난 상을 직원들이 쟁반에 조용히 치워 가는 게 아니라 수레를 끌고 와서 치우는데, 직원들의 편의를 생각하면 수레까지는 괜찮으나, 먹고 있는데 종이와 휴지 등을 쑤셔 담은 거대한 쓰레기통이 코 앞에 잠깐도 아니고 너무 오랫동안 보이고 자주 보여 썩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빈 그릇 겹치는 소리도 시끄럽고요.

 

섬세하지 못한 접객과 조리 솜씨도 아쉽지만 음식 설계 자체도 전반적으로 <팀호완>보다 실력이 떨어집니다.

 팀호완 삼성점 - 차림표에 있는 것 다 먹어 봤습니다

 

일단 맛과 향 내기에 너무 소극적입니다. 다른 음식들도 더 맛봐야겠지만, '중국향' 물씬 나는 음식도, 이 집만의 개성 있는 맛 나는 음식도 부족해 보입니다. 차슈바오 애호가인 다쓰 부처한테는 찐 차슈바오에 이스트향과 오향향이 거의 안 나는 것이 특히 아쉽습니다. 영국에 있을 때 수퍼마켓에서 사다 쪄 먹은 공장제 차슈바오만도 맛이 못해요. 차슈가 들어가는 이 집 음식은 세 종류를 맛보았는데[차슈바오, 차슈덮밥, 차슈탕면] 전부 맛과 향이 부족합니다.

 

차슈 외의 음식들도 여느 한국 중식당들에서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맛이 납니다. 사실, 한국의 중식당들보다도 솜씨가 못하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한국에도 실력 있는 중식당들과 딤섬집들이 많아졌잖아요.

 

보통 새로 지점을 내면 본점에서 실력파들을 파견해 신경 써서 지도할 텐데 이렇게 음식과 접객에서 '개업발'이 안 느껴지는 식당은 오랜만에 봅니다. 유동 인구 많은 대형 쇼핑몰에 입점해서 그런 걸까요? 그런 곳들은 자릿세도 비싼데다 입점한 상가들로 하여금 오전에 앞당겨 문을 열도록 하고 점심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 사이에 '브레이크 타임'도 못 갖게 하니 직원들도, 준비해 놓은 재료들도 지칠 수 있겠습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입점 식당에서 음식 맛있게 먹은 기억이 드뭅니다. [이 집 영업 시간 - 10:30-21:30]

 

그래도 공정한 비교와 평가를 위해 이 집 음식들도 시간 날 때마다 와서 다 맛보기로 했습니다. (헉, 닭발!) 먹을 때마다 사진을 추가하겠습니다.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점은 좀 나으려나요.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딤딤섬>. 2020년 5월.

이 중에서는 부추 넣은 변종 하가우인 구채교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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