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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에 대해 알아봅니다 본문
▲ 백화점 식품관의 간장 선반.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모처럼 국물요리를 하나 해먹으려는데, 김새고 의욕 사그라들게스리 만들어 둔 국물용 맛간장이 똑 떨어졌습니다.
허나.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까. 만들기 번거로운 맛간장이 시판 제품으로 안 나왔을 리가 없죠. 궁금해서 마트를 검색해 보니 '간장'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의외로 두 개밖에 없고 (☞ 국·찌개용 맛간장) 참치액이나 멸치다시마액 등의 국물 맛내기용 소스나 완성품 육수들은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저처럼 집에서 국물이나 조림용 맛간장 만들어 쓰는 분 계세요? 맛간장 만드는 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죠. 그간 '방배동 최경숙 선생' 레서피로 만들어 썼었는데, 마트에 있는 것 보고 저도 앞으로는 사서 쓰기로 했습니다. 대조해 보니 집에서 만드는 것과 재료가 거의 같습니다.
국물용 맛간장을 한 병 사 와서 바탕이 되는 간장 성분을 살피다가 내친 김에 시판 간장들도 이것저것 찾아 공부해보았습니다. ☞ 체다 글이나 ☞ 안초비 글이나 ☞ 훈제연어 글이나 ☞ 올리브 글처럼 또 장문의 글을 쓰려고 자료를 수집하는데, 오오, 간장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 해놓은 분들이 이미 너무 많은 겁니다. 유튜브에도 좋은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요.
그러니 오늘은 잘 만들어진 영상과 참고하실 만한 글이나 몇 개 찾아서 걸어보렵니다. 한국에 왔으니 한식 재료 이야기도 해볼까 했는데, 이미 레드 오션이더라고요. 좋은 글과 영상이 많아요. 엊저녁에 유튜브에서 찾은 간장 영상 하나 걸어드릴 테니 한번 보십시오.
늘어지지 않게 편집 잘 하셨고, 설명도 잘 해주셨죠?
유튜브에 고마운 분들 참 많아요.
이건 일본식 전통 '양조간장' 만드는 법입니다. 양조간장은 콩, 밀, 물, 소금을 써서 만들고 균을 인위적으로 첨가해줍니다. 어느 미국인이 일본 가서 간장 제조법을 배워 온 모양입니다. 제가 이왕이면 일본에서 만든 영상으로 걸려고 이것저것 찾아서 보았는데, 이 영상이 설명에 군더더기가 없고 편집이 가장 깔끔해 이걸로 걸었습니다.
전통 한식 간장인 '재래한식간장'입니다. 일본식 간장인 양조간장과는 재료도 제조법도 다른데, '콩 벽돌'인 성형메주를 먼저 만들어야 하고, 콩, 물, 소금 외의 다른 재료는 쓰지 않습니다. 우리 전통 간장에는 밀이나 보리 같은 곡류가 들어가지 않죠. 균도 따로 첨가해주지 않아 짚에 붙어 있는 것과 공기 중에 떠돌아 다니는 것들이 메주 표면에 우연히 붙어 번식해야 하고요. 이것도 나름 '떼루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다쓰베이더는 어릴 때 동네 분들이 메주 쑤고 간장 담그는 걸 많이 봐서 공정을 아주 잘 알고 있더군요. 저는 '도시녀'이지만 어릴 때 가족여행 하면서 '템플 스테이'를 통해 메주 주렁주렁 매달린 방에서 자본 적이 있어 메주의 숭악함을 잘 압니다. 메주 표면의 오묘하고 기이하기 짝이 없는 곰팡이와 균열, 그리고 쿰쿰한 냄새. 어찌나 무섭고 괴로웠던지. ㅋ (영국 살다 와서 보니 메주가 꼭 영국 블루치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 블루치즈는 꽃향, 과일향 나는 향긋한 이태리 블루치즈와 달리 된장 풍미가 납니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화니>의 바싹불고기. 기차게 맛있다.
저희 집에서는 현재 간장 및 간장 기초 소스로 다음과 같은 것을 쓰고 있습니다.
샘표 조선간장
식품유형: 개량한식간장
원재료명: 정제수, 메주(대두 100%, 수입산), 천일염(호주산), 발효주정. 끝.
총질소(T.N.) 함량: 1.2% 이상
용도: "색이 맑고 향이 구수하여 국, 전골, 나물 요리뿐 아니라 정갈한 한식 요리에 사용하면 한층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소금 대신 간을 하면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국, 전골 등 국물 요리에 - 감칠맛이 좋고 색이 맑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면 국물이 한층 깊고 시원합니다. 나물, 무침 요리에 - 데쳐서 물기를 꽉 짠 나물에 참기름, 다진 마늘, 그리고 조선간장으로 양념하여 조물조물 무쳐 내면 나물의 향이 향긋하게 살아납니다."
샘표 양조간장 701
식품유형: 양조간장
원재료명: 정제수, 탈지대두(인도산, 미국산, 중국산), 소맥(미국산), 천일염(호주산), 올리고당, 발효주정, 효모추출분말, 감초추출물. 끝.
총질소(T.N.) 함량: 1.7% 이상
용도: "회, 전복, 새우장, 갈비찜 등 품격 있는 요리에 더욱 좋습니다."
[단단: 성분을 보니 탐탁치 않으나 총질소 함량 1.7이라길래 호기심에 한 번 사서 써보는 중입니다.]
기꼬망 100% 양조간장
식품유형: 양조간장
원재료명: 정제수, 대두(미국산), 소맥(미국산), 식염, 주정. 끝.
총질소(T.N.) 함량: 표기 없음
용도: "조림 간장, 불고기 간장, 샐러드 드레싱용"
[단단: 양조간장은 이렇게 성분이 단순해야 합니다. 탈지대두를 쓰지 않는 게 좋고요.]
샘표 맛간장 (국·찌개용)
식품유형: 한식간장
원재료명: 대두(미국산, 캐나다산, 호주산 등), 천일염(호주산), 발효주정, 국산채소해물농축액[표고버섯(국산), 다시마(국산), 양파(국산), 마늘(국산), 멸치(국산), 무(국산), 대파(국산), 생강(국산), 국산해물육수[홍합(국산), 게(국산), 미더덕(국산)]], 효모추출분말. 끝.
용도: "국·찌개용"
기꼬망 4배 농축 혼쓰유
식품유형: 소스(살균제품)
원재료명: 정제수, 간장(정제수, 탈지대두, 정제소금, 밀, 대두, 주정), 포도당과당액당, 설탕, 정제소금, L-글루탐산나트륨(향미증진제), 주정, 가다랑어추출물[건조가다랑어, 주정, 가다랑어추출물, 정제수, 정제소금], 건조가다랑어, 건조참치, 소맥발효조미액[정제수, 밀, 정제소금, 주정], 건조정어리, 미림[포도당시럽, 정제수, 쌀, 주정, 콘시럽], 호박산이나트륨, 5'-리보뉴클레오티드이나트륨, 다시마. 끝.
용도: "메밀국수, 덮밥, 전골 등."
이금기 프리미엄 노추 (노두유)
식품유형: 소스
원재료명: 간장(정제소금, 대두, 밀가루), 캬라멜색소, 설탕, 정제소금, 정제수, L-글루탐산나트륨(향미증진제). 끝.
용도: "맛깔스러운 요리 색을 살려주는 비밀병기. 짜지 않게 음식에 맛깔스러운 색을 완성해주는 프리미엄 노추. 동파육, 잡채, 갈비찜, 달걀(감자)조림 등에 사용."
▲ 중국 노추를 사용해 맛과 색과 광택을 입힌 '한입' 동파육.
영국 수퍼마켓의 연말연시 반조리 파티 음식 사다가
소스 끼얹어 가며 오븐에서 완성했다. 기차게 맛있다.
각 간장의 '식품유형'에 써 있는 용어들을 이해하시려면 이 문서를 읽어보셔야 합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한국 시장에서의 간장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식간장 (재래/개량)
메주를 주원료로 하여 식염수 등을 섞어 발효·숙성시킨 후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을 말한다.
양조간장
대두, 탈지대두 또는 곡류 등에 누룩균 등을 배양하여 식염수 등을 섞어 발효·숙성시킨 후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을 말한다.
산분해간장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산으로 가수분해한 후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을 말한다.
효소분해간장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효소로 가수분해한 후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을 말한다.
혼합간장
한식간장 또는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 또는 효소분해간장을 혼합하여 가공한 것이나 산분해간장 원액에 단백질 또는 탄수화물 원료를 가하여 발효·숙성시킨 여액을 가공한 것 또는 이의 원액에 양조간장 원액이나 산분해간장 원액 등을 혼합하여 가공한 것을 말한다.
문제는, 간장병 앞면에 적힌 이름은 이렇지가 않아 소비자들이 헷갈려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대개 '국간장 = 조선간장 = 집간장 = 한식간장', '왜간장 = 양조간장', '진간장',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우리 권여사님도 '조선간장', '왜간장', '진간장', 이렇게 부르십니다. 진간장은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섞어 만들므로 혼합간장에 해당합니다. 국간장 중에도 저렴한 것들은 한식간장과 산분해간장을 섞어 혼합간장으로 냅니다. 산분해간장은 열을 가하지 않고 쓰면 문제가 없고, 감칠맛도 오히려 다른 간장들에 비해 더 많이 난다지만, 볶음, 조림, 찜 등의 조리를 할 때는 혈관에 악영향을 주는 최종당화산물AGEs이 양조간장이나 한식간장보다 더 많이 생성된다 하니 당뇨 있는 분들은 특히 신경 쓰셔야 합니다. 생산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통용됐던 간장의 분류가 조만간 바뀔 것 같긴 합니다. '혼합간장'의 야무지지 못한 정의와 업계의 기만적인 관행이 소비자한테 혼란을 야기해 온 점, '산분해간장'을 과연 간장으로 부를 수 있느냐 하는 문제 때문인데요, 이 기사를 한번 읽어보십시오.
한국 식약처의 간장에 대한 정의와 규제가 얼마나 허술하고 업계친화적인지에 대한 소비자단체의 폭로 기사입니다.
간장별 쓰임새가 궁금하시다고요? 샘표에서 제공한 아래의 문서를 보십시오. 연결문서가 사라질 경우를 대비해 갈무리한 화면도 같이 심어 놓습니다. 생산자라서 제품의 단점은 쏘옥 빼고 적었으니 감안하고 보세요. 진간장 설명에 산분해간장은 언급도 없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양조간장 만들 때 탈지대두를 쓰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부족한 단맛과 우마미와 부드러운 맛을 첨가물을 따로 넣어주어 해결하는 데가 많습니다. 성분표를 보셔야 합니다.
저희 집은 사실 간장 쓰는 요리를 자주 해먹질 않아 간장 소비량이 매우 적은 집이긴 합니다. 진간장은 집에 아예 있지도 않고, 양조간장도 1리터짜리 한 병 사서는 4년 동안 300ml도 못 썼습니다. (꽈당) 각종 간장들이 100ml, 200ml짜리 작은 포장으로도 나와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명인이 만든 비싼 재래한식간장들이 대체로 양이 적던데, 그런 간장들도 한 번쯤 써보고 싶긴 합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니 장독이 땡볕에 노출돼 있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지하수를 쓴다는 곳도 많던데, 수질 검사는 철저히 받고 있는지, 또, 주원료인 콩의 아플라톡신 유무는 꼼꼼히 살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엄선한 재료 써서 재래식으로 만든다는 한식된장과 간장들도 발효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특히 히스타민)을 잘 통제하고 있는 거겠죠?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히스타민 함량이 조금이라도 높은 음식을 섭취하면 몸에 이상 반응이 오는 저한테는 '전통의 우리 맛'보다는 안전한 식품이 더 중요합니다. (개인이 집에서 유해물질 측정과 통제도 없이 주먹구구로 만들어 선물하는 장기 발효·숙성 식품을 꺼립니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의 고급 재래한식간장들.
5년 숙성! 가만, 우리 집 간장은 6개월+4년 숙성인데?
노추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금기 제품을 쓰고 있는 반면, 선택지가 많은 쯔유つゆ는 워낙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핵심재료 함량이 적혀 있질 않아 고르는 데 애먹고 있습니다. 어떤 게 좋은지 몰라 그냥 '포장 예쁜 제품'을 집어 오거나 매번 다른 제품을 써보는데, 일식 잘 아는 분 계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 만두용 간장이 다 있네. 내일 당장 사 와야지.
- 내일 -
두 제품 다 사서 찐만두·군만두에 모두 찍어 맛보았습니다. 다쓰 부처 입맛에는 둘 다 별로였습니다. 둘 다 지나치게 달고, 생강즙, 레몬즙, 조미료의 맛과 향이 너무 강해 만두맛을 해칩니다. 맛있는 만두 냄새가 먼저 나 식욕을 자극해야 하는데 종지에 담긴 맛간장향이 하도 세서 방금 찐 만두향이 묻힐 정도입니다. 그냥, 만두 살 때 딸려오는 미니 파우치 간장에 찍어 드세요. 아니면 양조간장에 식초 많이, 설탕(올리고당) 아주 조금 넣고 직접 조제해 드시던가요. 만두 소도 점점 달아지는 추세인데 찍어 먹는 간장까지 이렇게 달게 내면 어쩌자는 걸까요? 엊그제는 기존 신라면보다 "당류"가 2배나 높아진 블랙 신라면 맛보고 넌더리를 냈는데, 소비자들 미각 망치려고 식당들과 식품업계가 작당을 한 모양입니다.
청정원 햇살담은 찍으면 맛있는 간장
식품유형: 소스(살균제품)
용량 및 가격: 150g 2,980원
성분: 양조간장 29%[천일염(호주산), 탈지대두(인도산), 소맥, 과당, 주정], 설탕, 화이트식초, 과당, 미작[정제소금(국산), 그레이프화이트후레바(헝가리산)], 레몬주스농축액(이탈리아산), 레몬퓨레, 생강, 건고추입자, 정제소금, 풋고추풍미료, 감초추출물, 이스트엑기스, L-글루탐산나트륨(향미증진제), 산도조절제, 혼합제제(향미증진제), 혼합제제[혼합제제(유화제), 올레올레진캪시컴, 혼합제제(폴리글리시톨시럽, 이소말토올리고당), 레시틴], 영양강화제. 끝.
샘표 만두가 맛있어지는 간장 소스
식품유형: 소스(살균제품)
용량 및 가격: 200ml 5,400원
성분: 정제수, 발효식초[주정, 맥아(국산), 포도당, 기타설탕], 설탕, 탈지대두(인도산,미국산, 중국산), 소맥(미국산), 천일염, 국산생강농축액, 기타과당, 발효주정, 생강농축액, 레몬농축액, 정제소금.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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