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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리터 스포트 슈포트 초콜릿 Ritter Sport Chocolates 본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 크리스마스 트리 보러 가서는 기분이 좋아져 지하 식품관에 내려가 10만원어치 쵸콜렛을 샀다고 했었죠. (꽈당)
그중 독일 리터 슈포트 쵸콜렛을 드디어 다 먹었습니다.
간략하게 시식기를 남겨봅니다.
요거트 Yogurt
요거트맛 쵸콜렛이라니요, 참신합니다. 신맛 부재료 쓴 쵸콜렛 중에서는 맛있는 편에 속합니다. 새콤한 요거트 층 맛이 아주 좋네요. 식감도 부드럽고요. 그런데 쵸콜렛맛은 거의 안 납니다. 쵸콜렛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안 될 것 같고, 티타임에 맛있는 갸또나 식후 디저트 대용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훌륭하겠습니다. 이제는 갸또들이 너무 비싸져 당분간 티타임에는 이 3천원짜리 바 하나 사서 '버튼' 네 개씩 먹기로 했습니다.
스트로베리 요거트 Strawberry Yogurt
밀크 쵸콜렛 속에 하겐다즈 스트로베리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맛이 납니다. 딸기맛과 향이 제대로 나고 요거트 산미도 잘 어울립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요거트 크림 층에서 딸기 씨와 과육 결정이 깨작깨작 씹혀 식감도 재미있고요. 눈에만 보기 좋게 꾸민 딸기 부페 갈 돈[성인 1인 9만 5천원]으로 이거 31개 사서 겨울 내내 먹는 게 낫겠습니다. (말로만 듣던 그 '가성비충' 여기.)
알파인 밀크 쵸콜렛 Alpine Milk Chocolate
심드렁.
달기만.
61% 다크 쵸콜렛
니카라과 코코 빈을 썼답니다. 기본 재료 세 가지만으로 맛낸 다크 쵸콜렛이라고 자랑하는데 간장찜닭맛, 물파스맛이 납니다. 우유나 기타 부재료, 바닐라 같은 향료 없이 다크로 승부하려면 코코맛이 이보다는 진하게 나야 합니다. 코코 빈 함량이 61%밖에 되지 않으니 쵸콜렛 풍미가 충분히 살질 않아요. 나머지는 설탕이라서 달기만 하고 애매합니다. 4부 합창으로 치면 소프라노만 있고 하3성이 없어 '보디감'과 베이스 부재로 가볍고 맹한 맛이 난달까요. 60%도 62%도 아닌 61%로 정했을 때는 이유가 있고 이 비율이 이 산지의 코코 빈에는 최적이라 생각해 정한 걸 텐데 제 입맛에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74% 다크 쵸콜렛
61%짜리에 비해서는 확실히 코코 함량이 높아 코코맛과 쓴맛이 두드러집니다. '딱' 부러지는 스냅도 더 경쾌해졌고 색도 확연히 짙어졌고요. 기대했던 페루산 코코 빈 특유의 화려한 맛에, 이 제품에서는 체리 브랜디나 보라색 과실 리큐어 같은 섹시한 향미가 더 납니다. 바닐라조차 넣지 않은 순수 코코빈 맛이니 이 맛이 진정한 페루 코코 빈 맛이겠지요. 역시 페루산.
그런데 형태와 두께 탓인지 식감이 좋지 않아요. 기분 좋게 씹기에는 지나치게 두껍습니다. 다크 쵸콜렛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분 좋게 녹질 않고 이물질처럼 겉돌며 씹혀요. 석필을 갉아먹는 것 같습니다.
홀 헤이즐넛 화이트 쵸콜렛 White Chocolate with Whole Hazelnuts
어후, 이것도 그저 그래요. 일단 헤이즐넛이 신선하지가 않아 전체 맛을 버렸습니다. 아무리 코코 매스 없이 코코 버터만 쓴 화이트 쵸콜렛이라지만 깊은 맛 없이 가볍기만 하고, 설탕이 너무 많아 목이 다 따가울 지경입니다. 참고로, 저는 화이트 쵸콜렛도 잘 먹는 사람입니다. 하여간 이 제품은 제 입맛엔 많이 부족했습니다.
홀 헤이즐넛 밀크 쵸콜렛 Milk Chocolate with Whole Hazelnuts
너무 달고 쵸콜렛맛이 너무 약합니다. 깊은 맛 없이 싱거운데 목 따가울 정도로 달기만 해서 아쉽습니다. 다크 쵸콜렛이면 좀 나으려나요. 그래도 헤이즐넛은 통으로 실하게 많이도 박혀 있습니다. 헤이즐넛을 써서 그런지 <로아커Loaker>랑 인상이 비슷하긴 한데 맛과 세련된 향으로 치면 웨이퍼를 쓴 로아커만 못합니다. 맛도, 관능적 요소도, 다 떨어져요.
홀 아몬드 밀크 쵸콜렛 Milk Chocolate with Whole Almonds
어후.
홀 아몬드 다크 쵸콜렛 Dark Chocolate with Whole Almonds
이것도 아쉬워요. 아몬드를 통째로 넣었는데도 아몬드 고소한 맛도 모자라, 다크 쵸콜렛인데 코코맛도 부족해, 설탕맛이 가장 먼저 치고 나옵니다. 여기 쵸콜렛들이 참 단데, 핵심 재료인 코코 고형물 함량이 부족하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값이 싸고요. 한마디로 설탕맛만 물씬 나는 맹탕입니다. 견과류들도 신선하지가 못하고 전내 풀풀, 이건 생산하는 쪽 문제가 아니라 판매하는 쪽 문제겠지만요. 보관을 어떻게 하고들 있길래요.
버터 비스킷 Butter Biscuit
독일 <발젠Balsen> 사의 쵸콜렛 라이프니츠를 모방했으나 쵸콜렛 회사답게 쵸콜렛 비율을 높인 제품입니다. 그런데 비스킷맛도, 쵸콜렛맛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나질 않고 설탕맛만 나는 맹탕입니다. 비스킷이 주는 고소한 맛도 없고, 쵸콜렛이 주는 쌉쌀한 맛도 없어요. 아무리 밀크 쵸콜렛이라 해도 이렇게 깊이 없이 달기만 할 수가 있나요. 물엿 한 숟가락 먹고 난 뒷맛이 납니다.
콘 플레이크 밀크 쵸콜렛 Milk Chocolate with Cornflakes
지나치게 달아요. 먹고 나면 목이 다 칼칼해집니다. 콘플레이크가 단단하면서 바삭해 식감은 흥미로우나 자체 맛은 잘 안 느껴집니다. 맛이 쌀뻥튀기crispy rice 쓴 쵸콜렛만 못합니다.
- 낱개 포장의 '쵸코 큐브'들 -
연두색 포장의 홀 헤이즐넛 프랄린 크림 Whole Hazelnut in Praline Crème
헤이즐넛이 신선해서 위에서 소개한 판형 제품보다는 좀 낫습니다. 부드러운 질감이 좋네요.
주황색 포장의 더블 캬라멜 Double Caramel
맛있습니다. 쵸콜렛이라 하기에는 코코 빈 맛이 너무 안 나고, 맛있는 쏠트 캬라멜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쵸콜렛맛보다는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먼저 치고 나옵니다. 단짠. 질감도 부드럽고요.
파란색 포장의 프랄린 Praline
이것도 맛있습니다. 헤이즐넛맛이 물씬. 씹히는 건 없고 마냥 부드러운 질감인데, 끝에 진보라색을 연상케 하는 진하고 섹시한 리큐어향이 기분 좋게 남습니다. 뭘까요?
노란색 포장의 쵸코 크리습 Choco Crisp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과자 부스러기가 바삭바삭.
선물하기 좋게끔 감사 문구가 인쇄돼 있는 큐브들.
꽃분홍색 포장의 무스 쵸콜렛 a la Mousse au Chocolat
맛있습니다. 쵸콜렛 무스에서 깊은 맛이 나면서 질감은 쫀득쫀득 끈적끈적 관능적.
나머지는 위에 언급한 제품들과 동일.
흰색 포장의 요거트 Yogurt
맨위에 소개해 드렸던 판형 요거트맛과 같은 맛인데, 두껍긴 해도 6면이 전부 쵸콜렛으로 쌓여 있어 똑똑 끊어 먹는 판형에 비하면 요거트 신맛이 덜 두드러집니다. 어쨌거나 맛은 좋습니다.
분홍색 포장의 딸기 요거트 Strawberry Yogurt
판형 제품과 마찬가지로 과육과 씨가 기분 좋게 씹히면서 맛있습니다. 이건 또 신맛이 충분히 쵸콜렛 벽을 뚫고 나옵니다.
보라색 포장의 블랙커런트 요거트 Blackcurrant Yogurt
맛있습니다. 요거트 시리즈 셋 중에서 가장 새콤달콤합니다. 블랙커런트 씨가 깨작깨작 기분 좋게 씹힙니다. 판형으로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하반기 국내에 수입된 <리터 슈포트> 제품을 전부 시식해 본 소감
값이 타 브랜드보다 저렴한데 저렴한 만큼 쵸콜렛맛도 떨어집니다. 돈값을 하는 정직한 쵸콜렛입니다. 독일 <바인리히Weinrichs> 사 쵸콜렛을 먹었을 때도 같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린트Lindt> 사의 '엑설런스' 제품군 다크 쵸콜렛들이 대중적이면서도 정말 훌륭한 쵸콜렛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맛도 떨어지지만 질감이 특히 형편없는데, 플레인 다크 쵸콜렛들과 통 견과류 쓴 다크 쵸콜렛들은 제품 개발 시 질감이 주는 관능미는 아예 고려 대상에 넣지도 않은 듯합니다. 이것들은 이 브랜드의 코코 빈 다루는 부족한 솜씨를 극명하게 드러내므로 추천하고 싶지 않고, 다른 부재료 넣어 맛낸 것들이 그나마 나은 편이니 그중 취향껏 골라 사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큐브 제품들이 특히 먹기 좋네요. 제과점의 질 떨어지고 맛없는 케이크나 허세 갸또 사 먹는 것보다는 여기 쵸콜렛 큐브 제품들을 먹는 게 낫겠습니다. 질감이 다들 부드러워 케이크 대용으로 삼기 좋습니다.
큐브 제품들은 선물로도 좋겠습니다. 케이크를 선물 받으면 당장 먹어야 하거나 냉장고 자리를 확보해야 해서 받는 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리터>사의 큐브 제품들로 하면 포장도 예쁘고 상온에 둘 수 있는 데다 낱개 포장돼 있어 여러모로 편하겠습니다. 쵸콜렛맛은 많이 약하니 쵸콜렛 애호가보다는 차나 커피 즐기는 사람의 곁들이 음식으로 선물하면 좋겠습니다.
못 보던 새로운 맛이 입고될 때마다 사서 맛보고 시식 소감을 추기하겠습니다. 가끔씩 다시 들여다봐 주세요. ■
- 2023년 화이트 데이 즈음 2차 시식 -
캐슈 밀크 쵸콜렛 Cashew
1차 시식 때 실망해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고 먹었는데도 맛이 여전히 후집니다. 캐슈가 원래 견과류 중에서는 싱거운 편에 속하긴 하나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전혀 살질 않고, 일단 너무 달아요. 영양 정보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총 100g에 설탕이 무려 47g(47%)이나 차지하더군요. 아휴, 쵸콜렛을 누가 이렇게 만듭니까.
크리스피 커피 Crispy Coffee
쵸콜렛 버튼 바닥쪽은 밀크 커피 색, 위쪽은 다크 쵸콜렛 색에 작은 옥수수칩까지 박혀 있어 외형은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커피맛도 쵸콜렛맛도 제대로 안 납니다. 중량 총 100g에 설탕이 51g이니 3,500원 중 1,750원이 설탕값이란 소리. 1,750원 지불하고 설탕 사서 자기 몸에 넣는 사람 여기요~ 쵸콜렛에 설탕을 반 이상 넣는 미친 회사 여기요~ 맛이라도 잘 냈다면.
캬라멜라이즈드 아몬드 Caramelized Almonds
점입가경. 이건 설탕이 56%.
화이트 시나몬 크리습 White Cinnamon Crisp
첩첩산중. 설탕 61%.
설탕이 아예 서걱서걱 덩어리로 씹힙니다.
시나몬맛도 잘 못 내 러쉬 바쓰 밤LUSH bath balm 먹는 듯합니다.
아마란쓰 뻥튀기 넣은 엄격채식주의자용 크런치 50% 다크 쵸콜렛 Crunch Amaranth 50% Dark Chocolate
아마란쓰 곡물 뻥튀기는 이 쵸콜렛을 통해 처음 먹어봅니다. 쌀뻥튀기와 식감이 거의 같으면서 고소한 맛은 살짝 떨어지는데, 그래도 쌀rice보다는 이름이 예쁘면서 덜 식상하고 재미있는 식감을 내주니 쵸콜렛용 부재료로 안성맞춤인 듯합니다. 튀긴 아마란쓰의 식감과 맛이 궁금한 분들은 식품 내공 증진 차 한번 드셔보십시오. 유통·판매처에서 보관을 잘못해 헤이즐넛에서 전내가 아주 풀풀 납니다.
페퍼민트 Peppermint
코코 성분 총 30%, 페퍼민트 오일 0.5%.
<휘태커스>처럼 다크 쵸콜렛에 페퍼민트 오일을 직접 섞어 코코 함량을 높이지 않고 페퍼민트 필링을 삽입해 코코 성분 대폭 감축. 고로, 쵸콜렛맛은 약한 대신 퐈한 민트맛은 확실. 그런데 뒷맛에서 뭔가 흙맛 같은 잡맛이 납니다.
81% 가나 다크 쵸콜렛 81% Dark Chocolate
바닐라 같은 향료나 첨가물 일절 없이 코코 매스, 설탕, 코코 버터, 이 세 가지 재료만 써서 만든 순수한 다크 쵸콜렛. 설탕 비율이 확연히 줄어 드니 맛도 질감도 좀 낫습니다만, 다른 산지의 코코 빈에 비해 개성이 떨어지는 가나산 코코 빈을 써서 맛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 영국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산지별 코코 빈 쵸콜렛들
☞ 전쟁과 쵸콜렛
☞ 금화 쵸콜렛, 메달 쵸콜렛 애호가 단단 (쉿! 쪽팔린다)
☞ 민트 쵸콜렛이 왜 괴식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단단
☞ [음식우표] 프랑스 2009 - 코코 빈 프랑스 땅 도달 400주년 기념 우표
☞ [음식우표] 스위스 2014 - 가필드, 스위스 밀크 쵸콜렛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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