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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권숙수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청담동 권숙수

단 단 2022. 6. 10. 17:11

 

 

 

 

단단이 생일을 맞았어요. 

나이 먹는 거 너무 슬퍼서 생일 앞뒤로 2주씩, 즉, 6월 한달 동안 사생결단하고 잘 먹고 잘 놀기로 했으니 말리지 말아 주세요. 

 

권숙수에 생일밥 먹으러 왔습니다. 외식 잘 안 하는 단단은 그저 그런 식당과 커피숍에서 15,000원 쓰고 그저 그런 음식을 먹느니 열 번 참았다가 이런 집에 오기로 했습니다. 내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이 좋든, 재료가 좋든, 그릇이 좋든, 뭐 하나라도 나은 점이 있어야 외식하는 의의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대가 됩니다. 

권여사님이 이 집 음식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드시면서

"권씨들이 원래 요리를 쫌 잘해."

본인이 우쭐해하십니다.

 

 

 

 

 

 

 

 

이 집의 특징 - 옛날식으로 독상 소반을 씁니다. 마음에 들어요.

제가 한식에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바로 '공용 반찬'이거든요.

 

 

 

 

 

 

 

 

 

동절기에는 따뜻하게, 하절기에는 차게 해서 내는 물수건.

 

 

 

 

 

 

 

 

 

그렇죠. 제대로 된 한식당이면 장, 김치, 식초, 장아찌 전부 직접 만들어야죠.

독상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양이 많으니 추가 메뉴는 전부 배제하고 기본 메뉴로만 먹겠습니다.

이날 이 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전날, 당일, 그 다음날, 3일간 한 끼만 먹었습니다.

 

 

 

 

 

 

 

주안상 - 우리 술과 6종 한입거리
Welcome Drink with Small Appetizer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찬찬히 살펴보세요. 

시작부터 호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원래 서양에서도 식전주인 아페리티프apéritif와, 아뮤즈부쉬amuse-bouche, 애피타이저appetizer, 스타터starter라고, 짭짤한 한입거리 작은 음식들을 제공하게 돼 있는데, 그걸 여기서는 주안상이라고 부르는 거죠.

차림새가 훌륭하죠?

 

 

 

 

 

 

 

 

주안상 왼쪽에 있는 것들부터 -

• 씨간장을 곁들인 한우족편

• 들기름마요네즈를 곁들인 사슴육포

• 소고기우둔살과 표고를 끼운 순무선에 무청오일소스

코코넛참외주스

 

 

 

 

 

 

 

 

주안상 오른쪽에 있던 것들 -

 두부, 닭고기, 오이로 속을 채우고 김을 올린 메밀전병

 고추장 뱅어포

 문어숙회

 

"6종"이라더니, 일곱 가지가 올라온걸요?

코코넛참외주스는 단맛 난다고 가짓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 맛있었어요. 식감도 다채롭고 향도 좋고요. 

사진 올리면서 정성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다시 한 번 헤아려 봅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대체음료로 주문했습니다.

이날은 하동매실주스가 나왔습니다. 

술병 술잔의 곡선과 매화문 좀 보세요. 

'오너 셰프'인 권우중 주방장이 직접 디자인해 광주요 측에 제작 의뢰한 작품이랍니다. 

이 분의 외조부께서 유명한 이북식당의 오너 셰프셨고, 부친은 미술쪽에서 일하셨다고 합니다.

 

 

 

 

 

 

 

500년의 무만두
Dumpling, Radish, Korean Beef, Dubu, Pinenut Juice

 

 

 

 

출연.

 

 

 

 

 

 

 

 

우유처럼 뽀얀 잣물을 부어 줍니다.

 

 

 

 

 

 

 

 

무, 한우, 두부로 빚은 피 없는 만두 위에 석이버섯채와 갖은 고명.

500년 된 어느 종가 레서피를 재해석했다고 합니다.

 

저한테는 사실 어떤 음식이 유구한 전통을 가졌다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맛만 좋으면 장땡이나

'스토리텔링'거리가 있으면 감상자(식객)의 기억에 좀 더 깊게, 오래 각인시킬 수 있지요.

작품(음식)에 애착도 더 생길 수 있고요. 

 

진하고, 고소하고, 식감 좋고, 합에 담겨 있으니 기분 좋고.

 

 

 

 

 

 

 

남해 바다
Raw Fish, Sea Squirt, Seaweed, Bang-A

 

 

 

 

합 또.

"남해 바다"라고 파란색 합을 채택한 모양입니다.

 

 

 

 

 

 

 

 

감성돔회 위에 멍게젓, 그 위에 가늘게 채썬 방아잎과 감태 파우더, 주변의 하얀 것은 참기름 파우더.

 

평소 액젓은 사용해도 씹는 젓갈이나 회 같은 날해산물은 안 먹으려 드는데 잘한다는 집이니 눈 질끈 감고 먹습니다. 바다향이 강하지만 기분 좋게 나고 감성돔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오돌오돌, 좋네요. 저는 면역력이 시원찮아 날해산물을 삼갈 뿐이지, 사람들이 왜 회를 즐기는지는 이유를 압니다. 맛이 생생하고 식감이 좋더라고요.   

 

여기 주방이 우리 전통 유지인 들기름과 참기름을 고집해서 재미있었습니다. 들기름 마요네즈, 참기름 파우더, 들기름 막걸리 소스, 전복용 참깨 소스 등, 이 두 유지를 변형시켜 내는 일이 많으니 눈여겨보세요. 

 

 

 

 

 

 


민어구이
Pan Fried Croaker, Venus Clam Porridge, Beach Silvertop

 

 

 

 

세 번째 합.

여름 생선인 민어.

 

 

 

 

 

 

 

 

민어는 먼저 찐 다음 가볍게 지졌고, 백합으로 맛낸 죽과 함께 담았습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방풍나물을 곁들이고 사랑초꽃 한 송이로 마무리했고요. 다쓰베이더는 서버의 설명 듣고 재료 적느라 정신 없고, 저는 사진 찍느라 정신 없고. 이것도 맛있었어요. 백합죽은 강한 우마미에 짭짤하니 고소하면서 찰지고, 불맛 나는 민어는 한 입 깨무니 녹아내립니다. 

 

 

 

 

 

 


민들레 국수
Dandelion leaf, Perilla oil, Noodle, Smoked Prawn

 

 

 

 

'시그너춰'인 민들레 국수.

크게 띄워 놓고 보세요. 담음새가 예술입니다.

 

 

 

 

 

 

 

 

좀 더 단단한 식감과 색을 위해 우리 소면 대신 스파게티 중 가장 가는 카펠리니cappellini를 쓰고, 들기름과 막걸리 식초로 만든 소스를 넉넉히 담아 냅니다. 사과나무로 훈제한 홍새우를 납작하게 반 갈라 얹었습니다.  

 

 

 

 

 

 

 

 

 

국수 그릇에 부어 섞어 먹어야 하는 민들레 샐러드는 까나리액젓과 매실청으로 버무려 담았습니다. 모친이 자주 해주시던 토종고수무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담은 것 좀 보세요. 일류 꽃꽂이입니다. 주방에 쫓아 들어가 카펠리니 야무지게 돌돌 말아 담은 분과 민들레 샐러드 담은 분 뵙고 칭찬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습니다. 샐러드는 핀셋 써서 정성껏 배치했겠죠. 저도 집에 플레이팅용 핀셋이 있어서 담음새를 눈여겨봅니다.

 

기름 고소한 맛에 새콤달콤하면서 면발은 적당히 힘이 있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집이 '들기름 국수' 맛집이네요. 일상 한식에서 국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면 좋아하는 이들이 많으니 파인 다이닝 코스에 국수를 넣는 건 잘 하는 거지요. 여기 음식이 다 맛있는데 일행 모두 이 민들레 국수와 디저트를 그중 가장 기억 나는 권숙수 음식으로 꼽았습니다.

 

 

 

 

 

 


전복구이와 토종 참깨소스
Pan Fried Abalone with Kelp, Korean Sesame Sauce

 

 

 

 

깻잎 동그랗게 찍어 올린 것 좀 보세요. 향미가 강한 향초니 모양틀로 작게 찍어 올린 겁니다. 채썬 향초들은 앞에서 이미 여러 번 봤으니까요. 

 

깻잎 바로 밑에는 간장에 조린 다시마채, 그 밑에는 술찜한 뒤 기름에 지진 전복, 죽순의 일종인 '분죽'을 귀하다는 연천 참깨로 소스를 만들어 버무린 뒤 깔았습니다. 

 

제가 "전복은 질기기만 하지, 자체의 개성 있는 맛도 없고, 우마미도 부족하고,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린 적 있죠. 이날 이 집에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드럽게 씹히도록 조리하기가 힘든가 보죠? 다들 이 집처럼 잘 조리해서 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조개류(실은 달팽이류라 함.)에 비해 맛이 부족한 건 맞으니 양념을 잘해야 하는데 술향이 배도록 살짝 익히니 좋네요. 영국에 갔다 오니 전복이 흔해져서 이제는 어느 한식당이든 전복을 내지만 잘하는 집이 없어 물려하던 참에 구세주 같은 접시를 만났습니다. 감사.  

 

 

 

 

 

 

 

소르베 - 입가심

Sorbet - Palette Cleanser

 

 

 

 

 

본식 전에 입가심 하라고 내준 소르베입니다. 

2019년에 직접 담근 청귤 식초와 샤인 머스켓을 쓰고 앙증맞게 타임thyme을 한 잎 따서 얹었습니다.

메뉴에도 안 적혀 있는 별것 아닌 소르베조차 훌륭히 맛냈습니다. 

 

 

 

 

 

 


홍합솥밥과 한우 떡갈비 제철 반상
Mussel Pot Rice, Korean Beef Tteokgalbi, Banchan

 

 

 

 

완성된 홍합 솥밥을 밥그릇에 덜기 전에 보여 줍니다.

 

 

 

 

 

 

 

 

참깨와 쪽파를 얹은 홍합무나물솥밥에 새우근대된장국.

솥밥 훌륭합니다.

 

 

 

 

 

 

 

 

반찬은

 제피 장아찌

 유자더덕초무침

오이지무침

소고기 표고 장조림

총각김치 (김치 이름 웃겨 죽것어요. ☞ 숫총각버섯도요. 짓궂은 한국의 아지매들.)

 

 

 

 

 

 

 

 

더 먹고 싶은 반찬 있냐고 서버가 물어 봐 줍니다. 

유자 더덕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솥밥은 반찬이 많지 않아도 되지요. 밥, 국, 반찬, 다 맛있었습니다.

 

 

맨 오른쪽에 찔끔 담긴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나는 '제피'인데, 제피뿐 아니라 딜dill과 딜꽃도 즐겨 쓰는 걸 보니 여기 주방이 저처럼 아니씨드anise, aniseed 계열의 향신료와 향초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적은 양으로도 입맛과 기분을 돋웁니다.

 

 

 

 

 

 

 

 

반상에 떡갈비 작은 것 한 조각이 곁들여집니다. 백김치, 시래기, 표고조림, 청경채가 같이 놓입니다. 메뉴에 "그 유명한 한우 떡갈비"라고 써 있어서 웃었습니다. 네에, 과연 세련된 맛이 나면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청경채에서 신기한 맛이 나 '무슨 짓을 한 거냐' 물었더니 볶을 때 문배주를 같이 썼답니다. 눌은 단맛과 기분 좋은 향이 은은히 납니다. 맛있어서 저도 앞으로 청경채는 뿌리쪽만 살짝 데친 다음 기름과 맛있는 술로 플랑베flambé 해 볶아 먹기로 했습니다.

 

이 코스는 밥과 반찬 없이 좀 더 실한 크기의 고기 요리로 대체할 수도 있는데, 저는 한 번에 많은 양의 고기는 잘 먹지 못 하므로 떡갈비 반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집에서 양갈비 고추장 구이와 한우 채끝 구이를 본식으로 선택해 맛본 적 있습니다만, 저한테는 솥밥에 국과 반찬 이것저것 나오는 이 떡갈비 반상이 가장 나았습니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고요. 

 

 

 

 

 

 


청명호
CheongMyeongju, Sliced Canded Ginger, Yogert, Applemint, Oriental Melon

 

 

 

 

여름 디저트.

레몬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사각사각 생강 소르베와 참외 콤포트, 그리고 레몬생강 파우더,

투명한 생강칩 위에 청명주 젤리, 물망초와 딜꽃.

 

저 나이 적지 않은데 지금까지 고급 식당에서 맛본 디저트 중 이게 가장 훌륭했습니다.

맛 진하고 향기롭고 식감도 다채롭습니다. 

맨 위의 생강칩은 맛폭탄이면서 얇고 바삭하게 잘도 만들었어요.

요리도 다 훌륭하고 디저트까지 잘 만들고, 이 집 뭔가요? 

 

 

 

 

 

 

 

 

옆에서 본 모습.

 

 

 

 

 

 

 

 

 

다과상의 과자를 집어먹을 때가 되어 물수건을 다시 제공.

 

 

 

 

 

 


다과 카트와 커피 또는 차
Petits Fours Trolley with Coffe or Tea

 

 

 

 

꺄오. 

차음식 수레가 우리 식탁으로 왔습니다.

고르는 게 아니라 여기 있는 걸 하나씩 다 준답니다.

 

 

 

 

 

 

 

 

 

신난다.

 

깨물면 조청과 생강즙청이 '쭈아악' 배어 나오는 막걸리맛의 한국식 도넛 개성주악

생강으로 맛내고 백년초로 색을 낸 매작과

망고 타트

얼 그레이 찻잎을 넣고 구운 뒤 얼 그레이 크림을 충전한 프리앙friand

 오미자와 자몽으로 맛낸 '오미자몽' 젤리

 

영감은 애플민트 인퓨전을, 저는 녹차에 곁들여 먹었습니다.

 

아니? 이 집 뭔가요? 

차음식도 일류 한과집들 것보다 훨씬 나은데요? 

아프터눈 티 전문점 차려도 되겠습니다.

 

 

 

총평

 

살면서 지금까지 경험해 본 파인 다이닝 음식 중 이 집 음식이 다쓰 부처한테는 으뜸입니다.

'맛잘알'도 이런 맛잘알이 없어요. 한국에 이런 실력자가 있었다니요. 

 

한식 재료들을 뚝심 있게 쓰면서

재료들 간의 맛 궁합과 식감 조화를 훌륭히 이루어 내는데,

주재료를 주재료 농축액에 담갔다 쓰는지 재료의 맛과 향이 강하고 생생합니다.

인상적입니다. 저 먹고 나면 맛 금방 까먹는데 이 집 음식은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 '슴슴'하고 '담백'한 파인 다이닝 한식 넌더리내는 단단)  

 

동물성 재료들은 다들 어찌나 잘 익혔는지 보들보들 야들야들 살살 촉촉, 관능적.

 

어느 코스 하나 처지지 않고 다 뛰어나 다 '시그너춰' 삼아도 되겠고

심지어 마지막 다과상까지 훌륭합니다.

한식을 이렇게 낸다면 단단은 한식을 중식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습니다.

 

서버들도 훈련이 잘 돼 있어서 제가 재료와 조리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묻는데도 마치 그 음식을 만든 당사자인 양 설명을 구체적으로 잘해 줍니다. 질문을 하면 보통은 "주방에 가서 물어 보고 오겠습니다." 하거든요. 손님의 필요를 살펴 그때그때 재빠르게 제공해 주기도 하고요.   

 

두 번째 방문인데, 두 번 다 일행 모두 만족스러워했습니다. 

'권숙수 적금' 들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와야겠습니다.

아, 예약하기 힘든 집이라서 블로그에 막 이렇게 칭찬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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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7.07 21:19 2022.06.11 04:36

    이거 평이 <라연>보다 훨~~~~~씬 후하신것 같은데요? 여기도 고추장/고추가루/된장/마늘 안들어간 것 같은데.
    별2개 식당이 저렇게 나오고 155,000원이면 너무 너무 너무 괜찮네요. 환율/세금/팁 생각하면 $100밖에(?) 안 하는거잖아요. (샌프란 별1개보다 저렴해요)

    27" 모니터에서 사진만 슬라이드쇼로 봤습니다. 늘 그렇듯 너무 잘 찍어주셔서 제가 상 앞에 앉아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어설픈 퓨전 요리 정말 싫어하는데, 여긴 그 어려운 숙제를 잘 해결하신것 같아 보입니다.

    블친 중에 파인다이닝 좋아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도 민들레 국수와 떡갈비가 엄청 인상깊었다고 하시더군요.

    전복은 찌는 시간 조절이 핵심인가 봅니다. 저희 동네는 작은 전복은 잡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어른 양주먹 합친 크기의 전복만 구할 수 있는데, 누가 한머리 줘서 이짓 저짓 참 많이 해봤어요. 날것은 돌, 구워도 돌, 많이 찌거나 삶으면 자동차 타이어. ㅎㅎ 그래도 부드럽게 찐 것은 괜찮더라고요.

    저도 6월이 생일인데, 단단님 따라서 1달 먹고 놀고 할까봐요 ㅋㅋ (5월에 아이슬란드 가서 실컷 놀고 와서 또 논다고? 정신 차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7 21:22 신고 2022.06.14 22:36

    미슐랑 별 세 개인 <라연>보다 별 두 개인 <권숙수> 음식이 훨~~~~~씬 낫거든요. 여기 고추장/고춧가루 쓴 음식 제법 있어요. 본식인 양갈비구이가 고추장 양념인데 먹어 봤고요, 김치도 빨갛게 나오고요, 주안상의 뱅어포도 맛깔난 고추장 양념이에요. 마늘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떡갈비서부터 여기저기 은은한 맛 내도록 들어갔을 것 같아요. 재료를 죄 물에 빨아 쓰나 의심이 들 정도로 재료 맛과 향이 안 나는 <라연>에 비해 이 집은 재료 향미가 생생해요.

    네, 한 끼에 155,000원을 쓴다는 건 과한 것 같지만 나온 음식의 가짓수와 품과 정성과 창의성을 생각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고 오히려 자선사업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간 밖에서 맛본 게 하도 맛없어서 전복은 사다 직접 요리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 집 전복 먹고 나서 (잘) 조리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도전정신이 불끈 솟습니다.

    어떤 음식에 대해 투덜거리고 있는 사람은 (1) 음식에 조예가 아주 깊은 사람이거나 (2) 맛있게 잘 조리된 걸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살면서 체험 및 관찰해 본 바로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일천한 경험 가지고 성급히 결론 내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음식과 요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날것은 돌, 구워도 돌, 많이 찌거나 삶으면 타이어..."
    리드미컬하고 어감이 좋아 곡 붙이고 싶어요. ㅋ 음악적인 더가까이 님.

    앗? 진짜요? 6월 언제쯤인데요? 저는 6월 중순이요! 와아, 앞으로는 6월에 같이 놀아요! 6월에 훌륭한 사람 많이 태어났구나! >_<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7.07 21:23 2022.06.14 23:16

    단단님 블로그 글 날짜로 미루어보건데 제가 며칠 빠른가 봅니다. ^_^ (노세 노세~ 6월엔 노세~)

    곡 붙이신다면 가사를 살짝 좀 더할까요?
    "날것은 젖은 돌, 구우면 마른 돌, 많이 찌거나 삶으면 타이어"? ㅋㅋ
  • 프로필사진 희건 2022.07.07 21:20 2022.06.11 16:42

    이것도 아이폰으로 찍으신 건가요? DSLR?
    사진 퀄이 훌륭합니다 큰사진으로 보니 윗분 말씀대로 내 눈 앞에 놓인 상 같습니다
    저도 6월생인데 지금 예약해도 이달 안에는 못가겠죠?ㅎㅎ
    생일 축하드립니다
    한달동안 단단님 즐기시는거 보면서 대리만족 해야겠습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7 21:22 신고 2022.06.14 22:53

    외식 사진은 전부 아이폰이요~

    희건 님도 6월생이라고욤?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축하 드립니다.

    캐치 테이블 확인해 보면 2인 자리는 항상 일찍 차고 3-4인은 늦게 차니 여러 분과 함께 가실 계획이면 지금도 늦지 않았을 거예요. 츄라이 츄라이.
  • 프로필사진 하양이 2022.07.07 21:20 2022.06.13 11:19

    제가 아직 가족들 다 데리고 갈 경제력은 안되니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두분만 알아서 다녀오시라고 권해 드려야겠어요. ㅎ 해산물이 많아 부모님 취향에 잘 맞을것 같아요. 자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7 21:22 신고 2022.06.14 22:56

    맛집 알고 권하는 것도 능력이니 충분히 효녀이십니다. 제 친구 중에도 맛집 잘 아는 이가 있는데 돈 한푼 안 쓰고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짱이에요. ㅎㅎ
  • 프로필사진 물소리 2022.07.07 21:21 2022.06.13 16:37

    푸른꽃님 깊이 있는 글 잘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보기만 하다가 글 남기는 이유는...

    총각은 야한게 아니라 뿌까? 같은 뿔머리 스타일(묶을총 뿔각)에서 유래했다는 책(성석제?)을 본 적이 있어서 입니다.
    나름 설득력 있는 가설인 것 같으나...
    숫총각버섯에 이르러 가설이 무너지네요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7 21:23 신고 2022.06.14 23:01

    허어어억, "총각"이 그 총각이 아니라고요?;;;;
    저는 썩었나 봅니다.;;;;

    그런데,
    '알타리'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 고어를 지금까지 줄기차게 쓰고 있는 건 암만 생각해도 아짐들의 힘이 아닐까 하는. 으흐흐. 숫총각버섯도 '초고버섯'이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더라고요.

    물소리 님 반갑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 프로필사진 Ashley 2022.07.07 21:21 2022.06.28 04:21

    가끔씩 와서 단단님 글을 읽고있는 팬입니다. 4년전쯤 한국에 갔을때 권숙수에 갔었는데 그때 생각이 떠오르네요. 코스 하나하나 많은 고민을 한 흔적들과 execution에 감탄.. 직원분들이며 소믈리에를 겸하시고 계셨던 지배인분의 음식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완벽해서 또 한번 감탄 했었더랬습니다. 어지간한 프랑스의 별 3개 레스토랑보다 훌륭했어요. 한국전통주들과 와인으로 준비한 페어링또한 참 잘 어울렸고요. 디저트 먹을때는 저도 키친안으로 들어가서 "대체 어떤분이 만드셨냐!" 라며 붙잡고 칭찬해드리고 싶은 맘이 들정도로 맛있더라고요. 다음번 한국에 갈때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 뉴욕에도 한식을 재해석한 식당들이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있는데, 제맘속에는 권숙수가 아직도 최고입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7 21:23 신고 2022.06.30 07:24

    Ashley 님, 오랜만입니다!
    몇 번 오셔서 음식에 대해 심도 있는 말씀 해주셨던 그 Ashley 님 맞지요?

    권숙수가 4년 전에도 이미 훌륭한 집이었군요. 꾸준하다는 것도 실력인데요. 음식에 맞춰 술까지 같이 드셨으니 Ashley 님이 경험하신 건 제 것보다 훨씬 넓고 깊었겠습니다. 그쵸, 잘 만든 음식 받으면 주방에 막 칭찬 전해 주고 싶죠. 권숙수에서 일하시는 분이 제 본문과 Ashley 님 덧글 보면 뿌듯하시겠어요. 제가 저 날 정말 권우중 님께 사인까지 다 받고 싶었습니다. ㅎㅎ 뉴욕에 잘하는 한식당 외에도 간지 철철 나는 식당들 수두룩할 텐데 궁금합니다. 자주 오셔서 맛있는 이야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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