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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 만드는 거 생각보다 성가시다 본문
덴마크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오픈 샌드위치smørrebrød.
한글로는 '스뫼레브뢰드'라고 표기하고,
원어민들은 '슈뫼어브롣'이라고 발음합니다.
소개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 [음식우표] 덴마크 2012 - 오픈 샌드위치 '슈뫼어브롣'
오늘은 우표에 담긴 클래식 슈뫼어브롣 4종 중 집에 재료가 거의 다 있으면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에그프론prawn마요'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만만해 보여 덤볐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왕투덜이 됐었습니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시대라서 음식의 알록달록한 색을 중시하는 데다 건강을 따지는 시대이니 잎채소는 한 장이라도 넣는 시늉을 해줘야 합니다. 버터헤드 레티스butterhead lettuce가 궁금해서 사보았는데, 역시 레티스 계열 잎들은 맛이 참 없어요. 이렇다 할 맛이 없다는 건 영양가도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이고요. 부드러우면서 윤이 난다는 장점은 있는데 아이스버그 레티스에 비하면 아삭거리는 맛은 많이 떨어지고 맛도 못합니다. 영국에 있었으면 영양가 높고 맛도 좋고 개성까지 있는 ☞ 워터크레스를 썼을 텐데요. 서양식 레티스보다는 차라리 우리나라 상추가 맛이 더 낫겠습니다.
단맛 적은 사워도우 호밀빵을 구했습니다.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독일식 호밀빵 전문점 <로겐하임>에서 덴마크식 호밀빵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것으로 사 왔습니다. 덴마크식은 견과류 대신 호밀 알곡 부순 것과 호박씨를 넣어주어야 합니다.
먼저, 상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버터를 꼼꼼히 칠해주고.
토핑 재료들에 소금간을 따로 하지 않으므로 버터를 저염demi-sel, slightly salted으로 쓰시면 좋습니다.
빵 속살crumb의 기공 사이로 버터 들어가 박힌 것 좀 보세요. 아흐. (→ 버터 성애자)
그 위에 레티스 계열 잎을 깔아줍니다.
버터헤드 레티스와 집에 있던 그린 로메인 레티스를 같이 썼습니다.
맨 아래 깔린 곱슬머리 레티스가 바로 그린 로메인입니다.
그린 로메인도 버터헤드와 마찬가지로 맛이 참 없는데, 차이라면,
그린 로메인이 잎은 살짝 더 질기고 뿌리쪽은 더 아삭거립니다. 맛은 거의 같습니다.
삶은 달걀을 편 썰어 얹어줍니다.
빵이 너무 작아 달걀편이 네 개밖에 안 올라갑니다.
전全과정 중 삶은 달걀 모양 안 망가뜨리고 편 써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집에 있는 에그 슬라이서는 지나치게 얇게 썰고 달걀을 막 부서뜨립니다.
겨우 세 개 삶았는데 에그 슬라이서 때문에 하나를 말아먹고,
남은 두 개를 칼로 써는 데 아주 애먹었죠.
(칼날 면적 적은 치즈 나이프를 쓰면 조금 수월해집니다.)
모양을 개의치 않는다면 쐐기꼴wedge로 써는 게 작업하기도 먹기도 낫겠습니다.
새우도 얹습니다.
저는 뻘맛muddy 나는 동남아산 양식 새우farmed hot water prawns보다는 달고 고소한 북대서양 바다 새우North Atlantic cold water prawns를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힘드네요. 집에 있는 아르헨티나산 중새우를 잘게 잘라서 얹었습니다. 식감이 단단해서 고명으로 얹기에는 부드럽게 씹히는 작은 새우만 못합니다. 원래 ☞ 이 글에 있는 것과 같은 크기의 새우를 써야 맛있습니다.
토마토도 얹습니다. (우표에 있는 대로 따라하는 겁니다.)
토마토의 단점 - 토핑으로 올려 먹기에는 껍질이 두껍고 질긴 데다 속은 물기가 많죠.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속은 파 내고 칼로 과육만 도려 내 씁니다. 십十자로 위쪽에 칼집을 낸 뒤 뜨거운 물에 잠깐 담갔다 꺼내도 껍질을 쉬 벗길 수 있기는 한데, 이렇게 벗긴 건 과육 표면이 우툴두툴해서 예쁘지가 않지요. 그러니 귀찮아도 우리는 프로들처럼 칼을 씁시다.
토마토 과육 깔끔하게 저미는 방법
4등분 혹은 그 이상으로 쪼갠 토마토 조각에서 속을 파 낸 뒤, 껍질쪽이 도마에 닿도록 놓고, 밀착되도록 손바닥으로 납작하게 누르세요.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잘 벼린 칼을 토마토 꼭지쪽이 아니라 밑쪽부터 넣어 가로로 움직이면 잘 저며집니다. 참고로, 이 작업을 할 때 저는 사각 야채칼을 씁니다.
사진에서 접시 왼쪽 아래에 있는 게 칼로 벗겨 낸 껍질입니다. 과육 네 쪽의 표면이 매끈하죠. 먹는 사람을 최대한 배려하는 겁니다.
토마토 맛이 싱거우면 토마토 속을 넣은 단촛물이나 화이트 발사믹 비니거에 잠깐 재었다 물기 닦고 올리세요.
오이도 올립니다.
저는 생오이 대신 초절임한 오이를 올렸습니다.
피클링 스파이스 없이 딜dill만 넣은 단촛물에 한 시간 정도 담갔다 꺼낸 속성 오이 피클입니다.
먹어보니 이 오이 피클이 꼭 있어야겠고 넉넉해야겠습니다.
촛물에 잘 절여졌나 확인하느라 매작과처럼 꼬아보았습니다.
어후, 빵이 작아 복잡허다.;;
오이 피클은 따로 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러면 또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가 안 되겠죠.
모든 것은 버터나 라드 바른 빵 위에.
마지막으로,
마요네즈를 얹고,
생선알 안 먹는 단단은 짭짤하고 신맛 나는 악센트로 캐비아 대신 블랙 올리브 다진 것을 튀겨 얹은 뒤,
딜dill 한 가닥 사뿐히 얹어 완성했습니다.
블랙 올리브를 튀길 때는 키친 타월로 올리브의 물기를 제거하시고, 기름과 함께 올리브 조각이 튀어 올라 위험할 수 있으니 김만 빠지도록 뚜껑을 살짝 덮으세요. 안전하게 오븐에 구우셔도 됩니다. 귀찮으면 다져서 그냥 올리셔도 됩니다.
빵이 작아 구성 요소를 위로 쌓을 수밖에 없어 주재료인 달걀과 새우가 잘 안 보입니다.;;
평가 및 교정
1. 호밀빵 겉껍질이 질길 때가 많으니 테두리를 잘라 내는 게 좋겠습니다.
2. 딜은 없어도 되겠고,
□ (대신 오이 피클에 넣어 향을 입히세요. 신비스럽고 세련된 향이 납니다.)
3. 마요네즈는 따로 뿌리지 말고 새우에 듬뿍 넣어 버무려 얹는 것이 맛도 더 있고 먹기도 더 편하겠습니다.
4. 오이 피클을 많이 내야 합니다.
5. 다쓰 부처는 덴마크식 에그프론마요 오픈 샌드위치보다는 차라리 영국식 티 샌드위치 중 ☞ 에그마요 샌드위치와 ☞ 프론마요 샌드위치를 각각 만들어 같이 내서 먹는 쪽이 시간도 훨씬 덜 들고 맛도 더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도 맛은 좋아요, 좋은데, 먹기가 번거롭고 맛 융합이 잘 안 됩니다.
시간 날 때 다른 것들도 만들어 올려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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