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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아이슬란드 본문
코로나 시국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단단의 용감한 블친께서 풍경 사진 찍으러 아이슬란드엘 가셨어요.
내가 요즘 이불을 안 덮고 잤나, 배가 너무 아픕니다.
운전하고, 무거운 장비 든 채 힘들게 걷고, 비바람 찬바람 맞아가며 고생할 것 없이 우리는 좋아하는 간식 사다 앞에 놓고 방구석에 편히 앉아 아이슬란드의 절경을 즐겨봅시다. (신포도)
고화질의 큰 화면으로 전환해서 보세요.
저는 푸드 블로거이니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페로 제도Faroe Islands,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의 식문화를 700개의 레서피와 함께 소개하는 768쪽짜리 거대한 요리책 <The Nordic Cookbook>(2015)에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영국에 있을 때 산 책입니다. 개인이 혼자서 이 많은 작업을 해내 화제가 됐었죠.
▲ 노르딕 국가Nordic countries (주황색과 빨간색), 스칸디나비아 국가Scandinavian countries (빨간색).
[wikipedia]
'노르딕 국가'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차이를 아시나요?
지도에서 빨간 칠 돼 있는 곳들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인데,
(1) 문화·언어적으로 한데 묶이는 국가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또는
(2) 지리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자리한 국가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최북서 지역]
을 일컫습니다.
노르딕 국가들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유럽 북쪽 전체를 뜻하고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포함한 더 큰 개념이죠.
고로,
오늘 이 글에서 제가 아이슬란드 음식 이야기를 하려면 'Scandinavian cookbook'이 아니라 'Nordic cookbook'을 참고해야 합니다.
헛;; 이곳 사람들도 삭힌 상어와 삭힌 홍어를 먹는군요.
(→ 삭힌 홍어 아직 못 먹어 본 한국인)
▲ 홍어 냄새를 맡은 고양이.
주요 OECD 국가의 곡물 자립률입니다. 좀 오래된 자료이긴 하나 그새 드라마틱하게 변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곡물 자립률이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아이슬란드에 감자는 1800년대 초에나 들어왔고, 곡물grains and cereals은 토양도, 기후도, 일조량도 받쳐 주질 않아 수입에 의존했어야 해 과거 아이슬란드에서 빵은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빵 대신 말린 흰살생선포에 버터를 발라 먹었다고 하는데, 버터 바른 건어물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우리 한국인들이 잘 알죠.
▲ 지열을 이용해 빵을 찌는 중.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구글 검색으로 아이슬란드 음식 사진들을 찾아서 보니 여기 사람들도 호밀rye빵을 즐깁니다. 다른 노르딕 국가들이 스톤 오븐에 호밀빵을 굽는다면 아이슬란드에서는 화산 활동에 의한 풍부한 지열을 이용하기 위해 땅에 묻어 쪄 먹는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아이슬란드 식문화 동영상들을 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이지요.
또 다른 차이로는, 다른 노르딕 국가들의 호밀빵에 비해 단맛이 강하다는 것. 레서피를 비교해보니 아이슬란드인들은 가루 양의 반이 훨씬 넘는 당golden syrup에 가루 양보다 많은 발효유를 쓰면서 빵효모yeast 대신 베이킹 소다로 부풀려 사실상 케이크에 가까운 호밀빵을 먹습니다. 전형적인 아이슬란드 호밀빵 레서피에서 재료만 옮겨 적어봅니다.
• 460 g rye flour
• 260 g plain all-purpose wheat flour
• 1 litter cultured milk
• 400 g golden syrup
• 3 teaspoons salt
• 3 teaspoons bicarbonate of soda (baking soda)
아이슬란드인들이 애호하는 세 가지 종류의 빵에 대해서는 이 글 맨 끝의 <아이슬란드 대표 음식 12선> 연결문서를 참고하십시오.
아이슬란드 땅 위의 생명들을 생각할 때마다 숙연해집니다. 위에 걸어드린 영상을 보니 화산암 지대와 빙하가 많아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해가 낮게 떠 있다 일찍 사라지는 겨울이 길어 무언가를 농사 지어 먹겠다는 생각은 고사하고 사냥을 하거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데도 제약을 받았을 듯합니다. 풍성한 식재료나 정교한 조리법을 기대하는 건 무리이겠다 싶습니다. 저장음식이 발달할 수밖에요.
다행히 양고기 축산과 어업, 낙농업은 잘되는 편이라서 저장육과 저장어류, 치즈를 주식 삼을 수 있었습니다. 치즈 중에서는 '스키르skyr'라 불리는, 그릭 요거트 성상의 것이 특히 유명하며, 치즈 만들 때 생긴 부산물인 유장whey에 육류(대개 양고기 부속), 어류, 채소를 담가 만든 시큼한 풍미의 저장 식품들이 같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어업과 이의 수출은 관광 다음으로 큰 산업으로, 영국에 있을 때 흰살생선은 주로 아이슬란드산을 먹었었습니다.
과거 노르딕 국가들의 정치 지형은 크게 (1) 그린란드-아이슬란드-페로 제도-노르웨이를 포함한 서쪽의 덴마크 왕국과, (2) 핀란드를 포함한 동쪽의 스웨덴 왕국으로 양분되었으나, 같은 이교도 문화에 같은 신성로마제국 문화, 그리고 같은 기독교 문화였기에 식문화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여기에 프랑스·네덜란드·영국 식문화의 영향과, 1800년대 초 이후의 미국 식문화의 영향까지, 외부로부터도 다양한 영향을 받았으나 노르딕 국가들 간에는 서로 연관을 보이며 변천해 왔습니다. 이 책에는 그래서 나라별로 비슷한 발음의 이름을 가진 비슷한 요리들이 많이 수록돼 있습니다. 나란히 배치해 놓아서 비교해 가며 공부하기 좋죠. 당연히 바다와 내륙, 평지와 산악지대, 호수 지역 특성 등으로 인한 차이들은 있습니다. 덴마크는 유럽 대륙에 붙어 있어 기후나 문화 면에서 유리해 좀 더 풍성한 식문화를 가질 수 있었다 하고요.
이 모든 노르딕 국가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표 음식으로 저자는 '저장육이나 저장어육, 혹은 버터와 치즈 같은 저장 유제품을 올리거나 사이에 끼운 샌드위치'를 꼽습니다. 인류의 기본 음식 중 기본 음식인 소중한 샌드위치. 노르딕 음식 우표들을 소개할 때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다행히 20세기 들어와 지열 및 이를 에너지로 전환해 얻은 인공 조명 덕으로 신선 채소들은 온실 재배를 통해 2021년에는 43%까지 자급이 가능해졌고 지속적으로 가짓수와 생산량을 늘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 The Greenhouse Revolution in Iceland
생선 요리 중에는 제 입맛에 꼭 맞을 것 같은 '유제품에 조리한 고소한 흰살생선과 감자'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앞바다에서 잡은 대구cod, haddock는 영국에 있을 때 실컷 먹어 봐서 그 맛을 잘 압니다. 그리운 아이슬란드 대구.
☞ [동영상] 아이슬란드의 대표 흰살생선 요리 '플록피스쿠르'(Plokkfiskur 으깬 생선) 만들기 [1분 20초 소요]
☞ [영국음식] 훈제 대구 오믈렛 - 아놀드 베넷 오믈렛
여기 사람들도 도넛을 먹네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밖의 음식들은 동영상과 구글 검색 페이지로 대신합니다. [7분 57초 소요]
재미있는 음식이 많아요.
아이슬란드에 여행 가실 분들, 이미 가 계신 분들,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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