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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쵸콜렛이 왜 괴식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단단 본문

영국음식

민트 쵸콜렛이 왜 괴식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단단

단 단 2022. 10. 20. 22:00

 

 

 

 

1962년, 영국의 한 제과 회사가 민트 오일로 맛을 낸 퐁당(fondant, 설탕, 물, 유지, 젤라틴 등을 써서 만든 과자)에 다크 쵸콜렛을 입혀 당시로서는 나름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당과를 출시합니다. 집집마다 디너 파티 때 입가심용으로 활용하라는 뜻에서 'After Eight'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과연 1960년대와 70년대의 가정집 디너 파티에 이걸 내는 게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제품은 'Mint Chocolate Thins'의 대명사가 되어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데, 거대 다국적 식품 회사 네슬레가 1988년에 사 들여 지금은 네슬레 상표를 달고 나옵니다.

 

평소에는 종이 상자에 담아 유통시키지만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잠깐 동안 깡통tin에 담아 '특별판'을 출시합니다. 귀국 전에 영국 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한 통 사서 맛보았죠. 

 

 

 

 

 

 

 

 

 

두 상자가 들었습니다.

 

 

 

 

 

 

 

 

 

개봉.

두근두근.

 

 

 

 

 

 

 

 

 

편리한 개별 포장. 

 

 

 

 

 

 

 

 

 

손님 상에는 이렇게 내면 된다는 거지요.

 

 

 

 

 

 

 

 

 

식품에 관심 많은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쵸콜렛 회사들이 쵸콜렛에 민트맛을 입힐 때는 거의 항상 다크 쵸콜렛을 씁니다. 맛과 향이 강해 밀크 쵸콜렛과는 어울리지 않나 보죠?

 

이 제품은 안에 찐득거리는 하얀색 퐁당이 얇게 들어 있는데, 쵸콜렛에 민트 오일을 섞어 맛을 낸 게 아니라 퐁당에 넣어 맛을 냈습니다. 요즘은 퐁당처럼 설탕과 시럽이 주재료인 과자는 'old-fashioned'한 감이 있죠. 퐁당 없이 그냥 쵸콜렛에 입혔으면 더 인기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이 제품은 퐁당 덕에 식감이 풍요(?)롭습니다.

 

 

 

 

 

 

 

 

 

생산자 누리집에서 광고 화면을 갈무리했습니다. 천연 민트 오일을 써서 만들었고 이제는 민트 쵸콜렛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자랑자랑.

 

<Nestle> 'After Eight' Mint Chocolate Thins 성분:

sugar, cocoa mass, glucose syrup, vegetable fat (palm / shea / sal / illipe / kokum gurgi / mango kernel), cocoa butter, butterfat (from milk), emulsifier (sunflower lecithin), stabiliser (invertase), natural peppermint oil, acid (citric acid). 끝.

 

영국인들 중에도 민트 쵸콜렛 맛을 꺼리는 이들이 물론 있겠으나, 영국에서는 쵸콜렛 생산자들이 기본으로 출시할 만큼 보편적인 맛으로 통합니다. 이제는 다들 '영국의 맛'이라고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영국에 민트 쵸콜렛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래의 갈무리한 온라인 수퍼마켓 화면에서 확인해 보시지요. 

 

 

 

 

 

 

 

 

 

대단하죠?

 

민트 쵸콜렛은 다음과 같이 세분할 수 있습니다.

 

(1) 다크 쵸콜렛 주연에 민트 오일이 조연을 하는 '진성' 민트 쵸콜렛

(2) 민트 오일로 향을 입힌 당과에 다크 쵸콜렛이 칩이나 가루, 코팅 형태로 조연 역할을 하는 제품  

 

위의 'After Eight'는 다크 쵸콜렛 비율이 높으니 (1)과 (2)의 혼종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의 유명한 홍차 회사가 낸 민트 쵸콜렛 콜렉션입니다.

 

한국에서는 민트 쵸콜렛을 무슨 괴식 취급하잖아요? 다들 치약맛 난다며 손사랫짓하면서요. 제가 민트와 다크 쵸콜렛 맛 조합을 좋아해 <배스킨 로빈스>에서도 늘 민트 쵸콜렛 칩 아이스크림만 사 먹어 친구들로부터 변태 취급을 받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스의 <린트Lindt>나 독일의 <리터 슈포트Ritter Sport>도 다들 민트 쵸콜렛을 내고 있는데 수입하는 쪽에서 이 맛만 쏙 빼놓고 들여와 여간 못마땅한 게 아녜요. 저는 제대로 만든 쵸콜렛에 민트 오일 입힌 것으로 민트 쵸콜렛을 즐기고 싶은데 말이죠. 

 

 

 

 

 

 

 

 

 

제가 현재 즐겨 사 먹고 있는 민트 쵸콜렛입니다. 블친 pmouse 님께서 귀띔해 주셔서 알게 된 뉴질랜드 <휘태커스>의 미니슬랩minislab으로, 성분도 좋고 맛있어서 제가 이 분께 막 가상 뽀뽀를 해 드렸어요. 맛있는 식품 혼자만 알고 계시지 않고 같이 즐기자며 여기 오셔서 귀띔해 주시는 분들을 사랑합니다. 고마운 분들이에요.

 

이 회사의 100g짜리 판형 쵸콜렛은 전에 소개를 해 드렸습니다.

<휘태커스> 쵸콜렛 바

 

위 사진에 있는 <Whittaker's> 'Dark Mint Chocolate Minislab' 성분:

dark chocolate [cocoa solids 50% (cocoa mass & pure cocoa butter), sugar, emulsifier (soy lecithin), peppermint oil, vanilla flavour]. 끝.

 

성분이 단순하면서 아주 좋죠? 

민트 쵸콜렛도 기본 쵸콜렛 맛이 좋아야 함은 당연합니다.

 

 

 

 

 

 

 

 

 

다른 맛쵸콜렛flavoured-chocolate들과 함께 놓고 촬영했습니다.

행복하여라.

 

 

 

 

 

 

 

 

 

인스탄트 디카페인 커피와 함께 즐기기.

블랙 커피라서 우유를 많이 넣었습니다.

(누가 인스탄트 커피를 깔보느냐.)

 

 

 

 

 

 

 

 

 

'After Eight' 같은 얇디얇은 쵸콜렛 판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 미니슬랩 같은 작고 두툼한 쵸콜렛 괴가 주는 만족감이 또 있네요. 그래서 쵸콜렛 회사들이 다양한 형태와 두께로 제품을 출시하나 봅니다. '퐈'한 민트의 청량감과 다크 쵸콜렛의 쌉쌀한 맛. 이른 아침 잠 깨고 싶을 때, 오후에 졸리고 나른할 때, 커피와 이 민트맛 미니슬랩을 먹으면 정신이 버쩍 듭니다. 

 

한국에서 수입 다크 쵸콜렛을 사면 거의 항상 백화현상bloom이 일어나 있는 게 아쉽긴 합니다만, 여름과 겨울에 극단의 기후를 보이는 한국에서는 외산 쵸콜렛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요. 수입식품 값 책정이 터무니없이 높아 제가 항상 떨이 제품을 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귀국해서 깨달은 것 - 한국은 쵸콜렛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 쵸콜렛 씌운 유럽산 고급 과자들도 4월인데 벌써 녹아서 포장지에 범벅이 되어 묻어 있곤 하죠. 약아빠진 유럽인들이 살기 좋은 곳을 선점했다는 것도 배 아프고요.

 

 

 

 

 

 

 

 

 

결론 -

 

잘 만든 다크 쵸콜렛에 천연 민트 오일을 입힌 민트 쵸콜렛 애호가 단단은 한국인들이 왜 민트 쵸콜렛을 괴식 취급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

 

...어했다가 오늘 아침 <이마트-피코크>에서 낸 민트 오일 과하게 입혀 발란스 한참 깨져 있는, 그야말로 치약맛에 쓴맛만 잔뜩 나는 촌스러운 이 제품을 맛보고는 한국인들의 민초 혐오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기웃이: 이런 급반전이?;;

: 의도치 않았던 결론에 필자도 저으기 당황중;; 거참 더럽게 맛없네 ㅠㅠ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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