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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는 강한 성이요'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기의 독일 찬송가 (코랄) Luther, The Protestant Reformation, Chorale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1529) 본문

음악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기의 독일 찬송가 (코랄) Luther, The Protestant Reformation, Chorale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1529)

단 단 2023. 10. 31. 08:30

 

 

페로 제도가 2017년에 발행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우표.

 

 

 

 

 

 

 

 

평신도가 모국어로 성경을 읽게 되기까지 - <성경박물관>이 전하는 성경 번역 이야기. [3분 40초 소요]

 

 

 

 

 

 

 

 

루터 사후 유럽의 기독교 분열 양상.

벅홀더, 그라우트, 팔리스카 공저 <서양음악사A History of Western Music> 2019년 제10판 자료.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 논제를 써 붙여 종교개혁운동이 시작되었고, 이후 개신교에서는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찬송가chorale는 예배 시간에 회중도 찬송을 부를 수 있도록 루터가 직접 작시·작곡한 것으로, 가사뿐 아니라 선율에서도 그의 강한 의지가 드러납니다. 단단이 가장 좋아하는 독일 찬송가입니다. 루터는 그 자신이 플루트와 류트를 즐겨 연주했고, 미성의 테너였으며, 작곡도 곧잘 했던, 음악에 조예 깊은 인물이어서 예배 및 성도의 신앙 생활에 음악이 미칠 강력한 힘을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신도의 거개는 글도 악보도 읽을 줄 몰랐으므로 개혁 초기에는 단성부의 단순한 노래가락을 힘차게 제창했고, 곧 솜씨 좋은 작곡가들이 화음을 붙여 합창이나 기악 합주, 오르간 독주 등으로 정교하게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루터의 원곡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초판 악보와 2판 악보 모두 망실.

사진은 루터의 동료였던 작곡가 요한 발터Johann Walter가 손으로 옮겨 적은 1531년의 악보.

게르만 국립박물관Germanisches Nationalmuseum 전자기록실.

 

 

 

 

 

 

현대식으로 변환한 발터의 악보.

 

 

 

제창unison의 힘이란.

저는 화음과 반주 없는 이 단순한 연주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가사에 외세의 압제('great power and much cunning'을 가진 저 'old, evil enemy' 로마 가톨릭 놈들)로부터 우리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분도 들어 있고 선율도 힘차니 독일 국가國歌는 현재 쓰이는 것보다 더 기개 넘치는 이 곡이면 좋았겠다며 단단은 늘 아쉬워합니다만, 독일 전체가 신교인 루터교를 믿는 건 아니니까요. 남부에서는 가톨릭 신앙이 우세하다고 하지요.

[기사] 독일 國歌는 1·2절은 안 부르고 왜 3절만 부르나

 

성경 읽기와 마찬가지로 예배 시간에 평신도가 자국어로 찬송가 부르는 것을 오늘날에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지만,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고용된 엘리트 음악인들만이 라틴어로 부를 수 있었던 것을 평신도 누구나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교회사상으로도, 음악사상으로도, 큰 사건입니다. 종교개혁주일에 이 찬송가의 오르간 전주가 예배당에 울려퍼지면 단단은 가슴 벅차합니다. 

 

단성부로 된 이 제창 음원은 불규칙한 리듬 탓에 오늘날의 청자 귀에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가사 전달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요한 단어에는 긴 음을 주고 그렇지 않은 단어에는 짧은 음을 주던 관습 때문에 이런 뒤뚱거리는 듯한 재미있는 리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악보 속 음표 머리가 지금처럼 둥글지 않고 다이아몬드형과 사각형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보십시오.

 

 

 

 

 

 

 

 

 

 

한국 개신교에서 현재 쓰고 있는 4성부 편곡 악보입니다. 1절을 살펴보니 상당히 충실하게 번역이 잘 되었습니다. 또 다른 독일 찬송가 ☞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를 소개할 때 설명드렸던 AAB '바르Bar' 형식과 음악적 각운rhyme을 이 곡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옛 시인음악가(음유시인)들의 유행가에서 유래해 독일 찬송가에까지 쓰이게 된 고마운 형식입니다. 반복이 많아 새로운 곡도 익히기 쉬웠거든요.   

 

 

 

 

 

 

 

 

 

이백년쯤 지나 J. S. 바흐(1865-1750)가 자기 곡에 써먹기 위해 루터의 이 힘차고 멋진 선율에 여러 차례 화음을 입혔었습니다. 그중 하나를 걸어봅니다.

 

 

 

 

 

 

 

 

j_s_bach_cantata_80_score.pdf
2.90MB

 

 

근사하게 화음 붙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루터의 선율을 여기저기 잘라 변형시켜 자기 곡에서 여러 성부에 배치하고 노련하게 직조해 내기도 합니다. 이 곡은 루터의 찬송가 선율을 주제로 한 J. S. 바흐의 23분짜리 칸타타입니다[BWV 80]. 음악적 귀가 있는 분들은 곳곳에 박혀 있는 원곡의 선율을 알아차리고 반가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인성人聲과 악기의 다채로운 조합, 앞 성부가 불렀던 선율의 시작 부분을 시간 차 두고 모방해 따라들어가며 얽히고설키기, 혼을 쏙 빼놓는 열정적인 연주로 귀와 눈을 즐겁게 합니다. 연주자들이 그 바쁜 연주 중에 서로 눈 맞추며 웃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00:00] Ein feste Burg (Chor) 
[05:23] Mit unser Macht (Arie) 
[08:51] Erwäge doch (Rezitativ)
[10:53] Komm in mein Herzenshaus (Arie)
[14:01] Und wenn die Welt (Choral)
[17:10] So stehe dann (Rezitativ)
[18:33] Wie selig sind (Duet)
[22:31] Das Wort sie sollen lassen (Choral)

 

아이를 낳아 키우시는 분들께 또 부탁드릴게요. 전공하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자라면서 최소한 악기 하나는 꼭 연주할 수 있게 해주시고, 중창이든 합창이든 합주든 앙상블에 끼어 여러 사람과 호흡 맞추는 지고한 행복감을 맛보며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부모님께 평생 감사할 겁니다.

 

 

 

 

 

 

칸타타 BWV 80 제2악장의 베이스 성부.

바흐의 (악)취미 - 성악의 기악화로 가수 괴롭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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