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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일본 2021 - 나고야 대표 음식 ① 히츠마부시 (ひつまぶし) 본문
▲ '맛있는 일본' - 2021년, 세 번째 우표 모음 - 나고야 편.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단단은 남의 나라 음식이 늘 궁금합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 해외 식도락 여행은 할 수 없으니 음식우표라도 수집해 소개하면서 해당 음식을 탐구하기로 했죠. 구해서 먹어 볼 수 있는 것, 밖에 나가 맛볼 수 있는 것들은 사 먹어 보고, 파는 곳이 없으면 재료 사다 해먹어 보고 있는데, 나름 도전하는 재미가 있어요. 타성에 젖어 늘 먹던 것만 먹지 않도록 이렇게라도 해서 지경을 넓히는 중입니다.
오늘은 나고야 전통 음식 우표에 담긴 여러 음식 중 윗줄 맨 왼쪽에 있는 장어덮밥 '히츠마부시'를 들여다봅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이 뜹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차림새를 눈여겨봐 두셨다가 아래에 나올 실물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보세요.
히츠마부시 만드는 법 영상을 걸어봅니다.
재료 자체도 비싸지만 손질하기, 꼬챙이 꿰기, 굽기 등 숙달된 인력을 필요로 하는 단계가 많아 음식값이 비싼가 봅니다. 일본에서도 비싼 음식이라고 하지요. 누리터에서 간혹 장어 판매자들의 "저희 장어는 저렴한 민물장어(비콜라, 말모라타)가 아니라 국내산 자포니카종 풍천장어입니다." 광고 문구를 보곤 하는데, <해목>이 이 자포니카종 풍천장어를 씁니다. 일본이 장어 요리로 워낙 유명해 학명이 이렇게 붙어서 그렇지[Anguilla japonica], 같은 장어가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 출몰하므로 우리 식재료 맞습니다. 아직까지는 인공부화 기술이 달려 치어를 잡아 양식하므로 값이 비싸다고 하네요. 조금 있다가 나올 <해목>의 차림표 사진에서 "국내 유통되는 장어 중 맛과 식감이 가장 뛰어난 최고급 품종인 국내산 '자포니카(풍천장어)'만을 엄선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구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장어를 간장 양념 발라 숯불에 구운 뒤 흰쌀밥에 얹어 먹는 것은 일본 도처에서 하는 것인데, 다음과 같이 구분해 부른다고 합니다.
• 우나동: 밑이 둥근 돈부리 그릇에 담아 내는 장어덮밥
• 우나주: 사각형 용기에 담아 내는 장어덮밥
• 히츠마부시: 직각으로 떨어지는 원통형 그릇을 쓰고 밥 위에 장어를 빼곡이 얹어 담아 낸 것
등 그릇에 따라 달라지고,
뱀장어, 갯장어, 미꾸라지 등을 반 갈라 펼쳐서 소스 발라 굽는 카바야키かばやき 방식에도 지역간 차이를 보여
• 관동쪽에서는 등을 갈라 펼친 뒤 반을 잘라 꼬챙이에 꿰어 조리
• 관서쪽에서는 배를 갈라 펼친 뒤 자르지 않고 긴 것 그대로 꼬챙이에 꿰어 조리
익히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 관동쪽에서는 1차 숯불구이, 2차 물에 담갔다 꺼내 찌기, 3차 양념 발라 다시 숯불구이 해 좀 더 부드러운 질감에 잘 부스러지는 살결을 만들어 내고,
• 관서쪽에서는 숯불에 양념 없이 먼저 초벌구이를 한 뒤 양념 발라 재벌구이와 삼벌구이를 해 쫀득하고 보다 힘 있게 씹히는 질감이 되게 하는 등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가게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중부인 나고야는 관서 방식을 따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알아 낸 것들이고, 저는 사실 일식을 잘 모릅니다. 잘 아시는 분들께서 덧글로 도움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한국에도 장어덮밥을 내는 집이 제법 있지요. 마침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나고야식 장어덮밥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보았습니다.
비 오는 날이어서 식당 외관은 찍지 않았습니다.
고가의 장비는 아니지만 소중한 내 사진기와 렌즈, 습기 차면 안 되지요. (애지중지)
1층에는 손님이 아직 많아서 2층만 찍습니다.
허허, 시옷 자 건축물은 본디 중심을 정가운데에 두고 칼대칭이 되도록 찍어야 하거늘.
왼쪽 식탁에 손님이 있으므로 살짝 비켜서 담아봅니다.
일본에 가 보질 않아서 이게 얼마나 일본스러운 인테리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국적이고 분위기 좋죠. 원목 식탁과 발blind이 근사합니다. 1층도 같은 인테리어입니다. 2층에서는 건물과 하늘이 보이고 1층에서는 식당 뜰의 풀과 담이 보이죠.
이 자리에 앉도록 하겠습니다.
차림판 멋지네요.
표지뿐 아니라, 그림, 색채, 글꼴, 비문과 오탈자 없는 반듯한 문장, 종이 재질, 인쇄 상태 등 내용물도 마음에 듭니다.
종이를 자주 교체하는지 너덜거리거나 때 묻어 있지 않고 청결 상태도 좋습니다.
여기 경영자가 저처럼 'design-conscious'하면서 좀 까탈스러운 사람인가 봅니다.
이런 사람이면 음식도 허투루 내지 않고 신경 써서 낼 게 분명합니다.
히츠마부시 전문점이므로 오늘은 이걸 먹어 보도록 하고, 사케동(연어덮밥)도 잘한다 하니 다음에는 그걸 먹어보겠습니다. 장어를 한 마리 반 담아 주는 '양 많이'와 한 마리만 담는 '보통'이 있었는데, 일행 모두 '보통'으로 주문했습니다.
먹는 법.
일식 단품요릿집의 특징이랄까요, 꼭 이렇게 두어 가지 다른 방법을 써서 다채롭게 즐기기를 권합니다. 히츠마부시 집뿐 아니라 라멘 집도, 돈카츠 집도 이런 방식을 쓰고 있는데, 재미있을 때도 있고 번거로울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다른 장어덮밥과 달리 히츠마부시는 항상 이렇게 먹도록 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밥을 가르고 퍼 낼 수 있는 주걱을 딸려 내보냅니다. 우표에도 주걱이 보입니다.
음식 나왔습니다. 그런데,
키,키가 작아서 전체 상차림 항공샷을 잘 찍을 수가 없었어요. (꽈당)
일어서서 화면은 보지 못한 채 팔 번쩍 들고 될 대로 되라 하며 셔터를 누르니 항공샷은 늘 초점이 이 모양입니다.
음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대략 파악만 하세요.
옆면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원통형 그릇에 장어를 빼곡이 얹어 냈으니 나고야식 히츠마부시 맞네요.
다양한 방식으로 맛볼 수 있게끔 야꾸미와 다시찻물을 같이 내는 것도 나고야식의 특징이고요.
양념 발라가며 세 번 숯불에 굽는다는 자포니카종 풍천장어.
확대.
시키는 대로 십(十)자로 4등분해 첫 번째 1/4은 그냥 먹어보고,
두 번째 1/4은 야꾸미薬味를 넣어 먹어보고,
세 번째 1/4은 다시와 찻물을 합친 듯한 맑은 국물을 넣어 차즈케茶漬け로 먹었습니다.
세 가지 형태 중 일행 모두 야꾸미 넣어 먹는 것을 가장 맛있어해 마지막 남은 1/4은 다들 그렇게 먹었는데, 저는 야꾸미에서 깻잎은 맛이 너무 강해 다른 맛들을 압도하므로 뺐습니다. 일본에서는 시소(차조기)잎을 제공하거나 시소잎 없이 파, 김, 와사비만 낸다고 하죠. 우표에도 파, 김, 와사비만 있네요.
달착지근한 간장 양념에 담갔다 숯불에 구웠으니 맛과 향이야 뭐 말할 필요 없이 환상적이고,
식감도 훌륭.
장어는 이에 살짝 붙었다 떨어져 쫀득거리면서 제법 힘 있게 씹히고,
쌀밥도 알알이 탱글거리면서 힘 있게 씹혀
향미뿐 아니라 씹는 즐거움도 만만찮습니다.
(험험, 거, 가뜩이나 손님 많아 줄 서야 하는 집인데 극찬은 삼가시게.)
쓰케모노つけもの는 오이, 생강, 단무지 절임과 무채 초절임이 나왔는데 다들 맛있었습니다.
레몬을 들추니 정교하게 채썬 무채가 있어 다들 꺄.
후식을 주문하기 위해 차림판 다시 요청.
둘 다 시켜봅니다.
모찌리도후もっちり豆腐.
우리말로는 '쫀득한 두부'.
이자까야 인기 술안주라는데, 이 집에서는 좀 더 달게 만들고 쯔유 소스 대신 흑설탕 시럽을 끼얹어 후식으로 내고 있습니다. 두유맛이 희미하게 나면서 유제품 풍미가 고소한, 많이 쫄깃한 푸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찹쌀떡은 아니고 질감이 찹쌀떡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네요. 이 음식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크림 부라타 치즈.
십(十)자로 갈라 그 사이에 찝찔한 치즈맛과 단맛이 함께 나는 연유를 끼얹은 뒤 접시에 깔린 고소한 콩가루를 묻혀 먹습니다. 단순한 연유가 아니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같은 풍미 짙은 하드 치즈를 갈아서 혼합한 것 같았습니다. 연유에서 입자가 느껴지면서 숙성 치즈맛이 났었습니다. 하여간 일본 사람들, 서양 것 가져다 자기네 식으로 다듬어 내는 데 천부적 소질이 있어요. 이것도 맛있었습니다.
식사뿐 아니라 후식까지 잘 내는 실력 있는 집입니다.
부산 해운대점이 본점이고, 서울에는 이 논현점과 롯데월드몰점, 두 곳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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