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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앙버터 (あんバター 앙바타-)

단 단 2023. 5. 17. 22:10

 

 

 

일본 도쿄의 유명 디저트 집 음식들.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토라야 카페 · 앙스탄도〉 도쿄 신주쿠점의 '앙토스토'.

(발음 또 ㅋㅋ)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어느 스콘 매대 위 광고판.

 

 

 

귀국 후 백화점 식품관의 식품 유행이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해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갔다가 스콘 매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게 뭐라고 '원조' 타령을 하고, 줄을 서서 사 먹어? 스콘의 본고장 영국에서는 잘 만든 'all butter' 스콘을 그냥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거든요. 티타임에 집에서 뚝딱 굽는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 폽업 스토어로 보이는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스콘이 바로 이 단팥소와 두껍게 썬 버터를 삽입한 '앙버터 스콘'이랍니다. 2차 충격.

 

버터가 같이 들었기는 해도 팥으로 '샌드'한 스콘이라니, 이걸 뻑뻑해서 어떻게 먹어? 게다가 반 갈라 한 쪽씩 입 조금만 벌리고 먹는 스콘을 햄버거처럼 우악스럽게?

 

두 개 사 와서 영감과 사이 좋게 나누어 먹었었습니다. 다쓰 부처의 결론은, 맛은 나쁘지 않으나 촉촉한 잼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클로티드 크림 발라 먹는 것에 비하면 역시나 목이 멘다는 것이었습니다. 입도 크게 벌려야 하니 먹기 여간 힘든 게 아니고요. 스콘이 희한하게 정착한 사례입니다. 귀국 직후에는 이렇게 스콘에도, 토스트한 식빵에도, 바겟트에도, 도넛에도, 심지어 호빵에도, 온갖 곳에 팥과 버터를 끼워 팔고 있어 신기해했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며칠 전 앙버터 제품 뭐라도 사려고 나갔었으나 이제는 앙버터 유행이 한풀 꺾였는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진열이 '러스틱'하고 근사해 보여 요즘 백화점마다 지하 식품관에 경쟁적으로 스콘 집들을 두고 있기는 한데, 여러 변주품들이 있어도 앙버터 스콘은 보기가 힘들어졌어요. 유행이 지났다는 거죠.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팥이 맛은 좋아도 잼보다는 목이 메잖아요. 무엇보다, 쨍한 신맛도 없고요. 버터나 크림에는 신맛이 제 짝인 겁니다. 

 

 

 

 

 

 

 

 

 

이건 작년 봄에 사 먹었던 앙버터 도넛입니다. 링 도넛을 반 갈라 팥소와 버터를 넣었는데, 그간 먹어 본 앙버터 제과 중에서는 가장 형편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튀긴 도넛을 반 갈라 속살을 종일 공기에 노출시키고 있었으니 빵의 노화가 가속돼 푸석푸석 오래된 스폰지처럼 부스러지고, 성의 없이 가공한 진부한 팥소맛만 남습니다. 앙버터가 유행이라니까 생각 없이 아무 데나 끼워 내고들 있었던 겁니다.

 

 

 

 

 

 

 

 

 

선물 받아 맛본 앙버터 호두과자인데, 오, 이건 좀 먹을 만했습니다. 팥소가 원래 구성 요소인 곳에 버터만 추가한 셈이니 버터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한테는 고마운 일이죠. 호두과자 반죽에 넣을 것을 밖으로 뺀 걸로 치면 되겠습니다. 팥소에는 반반태(1/4) 호두가 박혀 있어 버터와 함께 고소함을 한층 더하고요.

 

 

 

 

 

 

 

 

 

 

[토라야 카페 · 앙스탠드 공식 누리집]

 

팥에 버터를 짝 지어 내는 일본의 유명 가게로는 〈긴자 기무라야〉(銀座木村家) 빵집과 위 우표에 있는 팥 전문 카페인 〈토라야 · 앙스탠드〉를 꼽는 것 같습니다. 후자는 공식 누리집의 설명에 따르면 교토에서 설립돼 5세기 동안 팥을 기반으로 한 제과를 내온 곳이라는군요. 이 집의 양갱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릴 때 집에 일본인 손님이 많이 오시곤 했으니 아마 먹어 본 적도 있을 겁니다.

 

현재 이 카페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앙토스토(あんトースト)로, 팥소를 고운 체에 내린 코시앙(こしあん)과, 입자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오구라앙(小倉あん), 두 가지 앙코를 갓 구운 토스트 위에 각각 올리고 가염 버터를 한 조각 곁들여 낸다고 합니다. 우표 그림과 실물을 비교해 보세요. 이것도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 '앙바타아 토오스토'는 맛이 어떨까요? 갓 토스트한 식빵에는 버터만 있어도 백점이니 잘 가공한 팥까지 곁들였다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 (저한테는 버터가 더 필요할 듯합니다.) 팥 사다가 집에서 해먹을 수도 있겠으나 저런 질감을 내려면 많이 귀찮을 것 같습니다. 평범한 팥소가 아니네요. 일본은 제 희망 여행지에서 순위가 한참 밀려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익조틱'한 곳이 좋아요.) 혹 여행 가게 되면 들러서 맛봐야겠습니다. 다녀오신 분은 맛 묘사 좀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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