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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포장재의 이취(異臭, nasty smell) 전이(轉移, transfer) 문제 본문
어, 제목 잘 지었다.
제목만 봐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감이 딱 오죠?
요즘 세대는 한자보다 영어에 더 익숙할 것 같아 영어도 병기해보았습니다. (시,실은 저도;;)
식품 생산·판매자들이 의외로 소홀히 하는 게 이 포장재의 이취 문제인데요,
길게 쓰지 않고, 식품 소비자로 살면서 겪은 무수한 사례 중 몇 개만 이야기해볼게요.
제 크룽지 글 기억하시는지요?
이렇게 투명 비닐에 넣어 팔던 크룽지를 <베즐리Le Vezzly>가 최근 포장을 바꿔 비닐 안에 빳빳한 종이를 대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파손이 잦아 그렇게 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만,
멋낸다고 종이에 누런색ochre 잉크를 입힌 게 화근, 납작해서 종이에 한껏 밀착해 닿고 있는 크룽지에 이 잉크 향이 잔뜩 옮아 기괴한 맛이 납니다. 비닐 속에 든 종이 냄새를 맡아보니 아니나다를까 잉크 냄새가 물씬 납니다. 서점에서 신간 펼쳤을 때 훅 올라오는 냄새와 같습니다. 이런 향이 크룽지에서 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데 그 많은 소비자들 중에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봅니다. 저야 미각과 후각이 예민하고 못돼서 그렇다 치고, 소처럼 순하고 둔하고 착한 다쓰베이더도 몇 번 씹고는 "이거 잉크맛 난다." 하던데 말이죠.
또 있습니다.
영국에서 한참 베이킹에 취미 붙여 밤낮으로 빵과자를 구워 댈 때 겪었던 일로, 선물하기 좋고 보관하기 좋아 보여 사진에 있는 것 같은 종이 재질의 1회용 미니 케이크 틀을 사서 구웠다가 잉크 냄새가 흠뻑 배어 베이킹을 망친 적이 있습니다.
식품용 랩cling film 중에서도 향이 제법 나는 것들이 있어 식품맛에 영향을 미칠 때가 있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의 치즈 카운터에서 랩에 미리 포장해 놓은 떨이치즈 사 먹을 때 자주 겪었던 문제입니다. 향이 강한 식품일 때는 티가 잘 나지 않고 섬세한 식품의 경우에 드러납니다.
쟁반에 식품을 담아 진열해 놓을 때 쟁반과 진열대 여기저기에 칙칙 뿌려 댄 살균제의 강한 향이 식품에 옮겨 붙은 경우는 셀 수도 없이 겪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고로케를 사다 먹는데 고로케에서 그 강려크한 식품 진열대/기구용 살균제 (뭔지 아시죠?) 향이 나 못 먹고 버렸습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독일제 주방세제 향과 비슷.)
식품 만들어 파는 분들은 맛내기에만 그치지 말고 진열과 포장에도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식품을 포장한 다음에는 이취가 나지는 않는지 시간 지나서 샘플로 하나 직접 열어 맛보시고 점검하셔야 합니다. 포장재를 고를 때도 냄새 꼭 맡아보시고요. 식품을 파는 일이 이렇게 까다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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