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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들은 레몬과 라임 좀 목적에 맞게 잘 좀 썰어 내시오 좀 본문

투덜이 스머프

식당들은 레몬과 라임 좀 목적에 맞게 잘 좀 썰어 내시오 좀

단 단 2023. 10. 18. 17:00

 

 

- 찬바람 불고 정신 들자 투덜이 스머프 또 귀뚜라미처럼 투덜거리기 시작 - 

 

 

 

 

 

<테라로사>의 허니 레몬 티입니다. 좋아하던 음료인데 지금은 차림표에서 볼 수 없어져 아쉬워요. 이 음료를 만들기 위해 직원이 레몬을 씻고 썰고 꿀에 담그는 모습을 자주 보았었는데요.  

 

뜨거운 물에 우려야 하므로 레몬을 납작하게 편썬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즙만 짜서 혼합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하면 손님은 레몬 실물을 보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껍질에서 나오는 기름 성분 및 특유의 향도 만끽할 수 있어 좋지요.  

 

손님은 레몬을 건져 씹어 먹는 게 아니라 잘 우러난 즙만 마시는 거니 딱히 해야 할 일은 없고 그냥 온도에 주의하며 맛있게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정 레몬맛을 더 뽑아내고 싶으면 일회용 젓개로 과육 부분을 콕콕콕 찔러줄 수는 있겠습니다.  

 

 

 

 

 

 

 

 

 

1930년대의 샹하이 '모던 걸' 이미지를 내세워 홍보중인 트렌디한 퓨전 중식당 <모던 눌랑>('신여성'이라는 뜻)의 '민트 라임 슈림프'입니다. 4만원.

 

새우튀김만 집어 맛을 보니 맛 완성이 덜 돼 있습니다. 곁들여 낸 라임의 즙을 뿌려야만 짠맛이 증폭돼 간이 맞고 활기가 더해지겠습니다. 저 편썬 라임이 장식이 아니라 실제 맛을 내는 데 중요하게 쓰이는 재료라는 거지요. (네, 과연 라임 즙을 더하고 나니 맛이 제대로 났습니다.)

 

새우와 함께 씹어 먹기에는 두께가 두꺼운 데다 생이라서 적합치 않고, 수입한 라임이라 전처리를 공들여 하지 않았다면 껍질에 도포한 좋지 않은 성분을 먹게 되는 거니 이 경우에는 즙만 짜서 쓰는 것이 맞겠습니다. 

 

그런데요.

라임을 저렇게 썰어 내면 손님은 어떻게 즙을 짤 수 있을까요?

 

감귤류citrus를 잘못 썰어 내는 식당들이 의외로 많아 제가 참다 참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 편썬 라임에서 즙을 짜려면 손을 화장실 가서 씻고 오거나 물티슈 얻어 박박 문지른 뒤 라임 즙과 과육을 손가락에 잔뜩 묻혀 가며 힘겹게 짜야 합니다. 그걸로 끝?

 

아니죠. 즙 속의 당분 때문에 끈적해진 손가락을 씻기 위해 화장실을 또 가거나 물티슈를 새로 또 얻어야 하죠. 종이냅킨으로만 닦아서는 끈적함을 없앨 수가 없어요. 설상가상 종이냅킨까지 손에 달라붙어 뜯길 때도 있습니다. 한두 푼도 아닌 요리를 이렇게 먹기 불편하게 낸다는 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 빼고는 일행 모두 성격 좋은 분들이었는데 얼마나 불편했으면 한목소리로 투덜투덜 투덜투덜.

 

계산하면서 직원한테 말했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그게 주방에서 플레이팅 때문에 그렇게 썰어 내는 걸 텐데..." 말끝을 흐립니다. 

 

손님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지 이렇게 불편한데 '사진발'이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아마 지금도 시정되지 않고 계속 저렇게 내고 있을 겁니다. 

  

 

 

  

 

 

 

 

 

스프카레의 곁들이로 나왔던 레몬치즈밥입니다. 

담음새도 멋지고 맛도 아주 좋았어요.

여기서도 레몬은 꼭 필요한 요소였고, 반으로 두툼하게 썰어 위의 라임보다는 다루기가 조금 나았지만, 즙을 짜기에는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와 함께 나왔던 라임입니다.

그렇죠, 즙을 내려면 이렇게 웨지wedge로 썰어서 내줘야죠.

이 간단한 생각을 못 하는 건지,

알면서도 음식 예쁘게 보이는 게 최우선이라 손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건지.  

 

 

 

 

 

 

 

 

 

고급 식당에서는 음식에 씨 떨어져 손님이 성가셔할 것까지 염려해 레몬에 망까지 다 씌워서 내보냅니다. 

일반 식당에서 이것까진 바라지 않아요.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해주면 됩니다.

 

 

 

 

 

 

 

 

 

네, 이렇게만 내줘도 좋겠습니다. 양옆을 칼로 쳐내면 손에 쥐고 짜기가 좀 더 편해지죠. 피쉬 앤드 칩스를 내는 서민 식당chippy인데 센스 있..

 

아니,

센스가 아니라, 이것만 밤낮 내는 집이면 이 정도는 사실 기본 숙지 사항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 블로그에서 손님이 식당 가서 겪는 (사소한) 불편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테니 주변에 식당 하시는 분 있으면 귀띔 좀 해주세요. 내일 또 새 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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