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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디저트 집들은 차(tea) 좀 제대로 내시오

단 단 2023. 10. 20. 17:00

 

 

 

 

 

 

 

 

 

 

 

 

 

 

 

 

 

 

 

 

 

 

 

 

 

 

 

 

 

 

 

 

 

동네 빠띠쓰리pâtisserie.

(몇 년 된 사진이니 가격표는 무시하세요.)

 

 

 

 

 

 

 

 

 

밥값보다도 비싼 요로코롬 예쁜 단것들을 내는 가게가

 

 

 

 

 

 

 

 

 

꽈당.

차는 어떻게 이렇게 낼 수가 있습니까? 

 

별 고급도 아닌 티백을 성의도 없이 머그에 그냥 덜렁 담아서 냈어요.

물 온도도 맞지 않고요.

차 마시다가 티백에 철퍼덕 입술 따귀 맞고 물 세례 맞겠습니다.

 

이런 집이 한두 집이 아닌데,

차를 이렇게 내면 안 됩니다.

 

이 블로그가 원래 영국 문화와 차 이야기로 시작한 블로그이니 오랜만에 차 이야기를 해봅니다.

 

티백으로 내기로 결심했으면 최소한 티백 건져서 놓을 빈 종지teabag tidy를 같이 내줘야 하고,

고급 갸또에 격을 맞추려면 300-500ml 1인용 작은 찻주전자를 써서 산차loose-leaf tea를 내야 합니다.

찻주전자 안에 거름망이 삽입돼 있어도 좋고,

더 격식을 갖추려면 별도의 외부 티 스트레이너를 써도 좋고요.

 

 

 

 

 

 

 

 

 

 

 

 

 

 

 

찻주전자는 꼭 유럽풍 섬세한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영국의 많은 캐주얼한 티룸들이 쓰고 있고 한국의 <테라로사>에서도 쓰고 있는 이런 튼튼한 '막티폿'을 써도 되니 차는 제발 찻주전자에 담아서 좀 내주세요. 커피와 달라서 차는 최소 두 잔은 마실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찻잔은 받침이 있는 것으로,

그리고 맹물을 반드시 같이 내고요.

맹물은 차뿐 아니라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실 때도 꼭 같이 내야 합니다.

다 마신 뒤 맹물로 입 안을 헹구면 당분이나 착색으로부터 치아를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격식 있는 티룸에서는 취향에 맞춰 희석해 마실 수 있도록 끓인 물만 담은 주전자를 또 따로 냅니다.)

 

즉, 

사진에 있는 구성이 차를 내는 최소한의 세팅이라는 거지요.

 

영국에서는 여기에 각설탕 두 조각을 제공하거나 아예 설탕 담은 합을 내고, 

우유를 담은 작은 저그도 같이 냅니다.

그런데 이건 차 종류에 따라 달라지니 한국에서는 필수가 아닙니다.

 

우리 권여사님이 일본에 여행을 자주 가시는데요, 다녀오셔서 일본은 홍차를 잘 낸다고 몇 번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은 자기들 차 문화도 대단하지만 유럽 문화 동경도 유별나 유럽풍으로도 차를 잘 냅니다. 권여사님 말씀이 아니어도 하도 들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올 봄에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을 찾아서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차 내는 장면 갈무리한 것들을 올려볼게요. (갈무리하느라 고생했습니다.)

 

 

 

 

 

 

 

 

 

 

 

 

 

 

《고양이의 보은》(2002)

식탁에서 떨어져 앉을 때는 잔받침도 같이 들어주어야 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마루 밑 아리에티》(2010)

 

 

 

 

 

 

 

 

 

《귀를 기울이면》(1995)

 

 

 

 

 

 

 

 

《붉은 돼지》(1992)

설탕기와 우유기, 뜨거운 물 담은 별도의 주전자가 같이 올라온 것을 눈여겨보세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아야와 마녀》(2013)

 

 

 

 

 

 

 

 

《코쿠리코 언덕에서》(2011)

동양식 혹은 일본식 차. 금속 물주전자를 올린 화로가 아예 방 안에 있네요.

 

 

 

 

 

 

 

 

《이웃집 야마다군》(1999)

식후에 가족들이 꼭 차를 찾더군요. 

 

 

 

 

 

 

 

 

 

 

 

 

 

 

 

 

 

 

《가구야 공주 이야기》 (2013)

일본 헤이안 시대의 차도구는 이랬나 봅니다.

영상을 보니 오똑한 찻잔이 아니라 옛날 영국인들처럼

찻잔 받침같이 생긴 낮고 우묵한 형태의 그릇에

차를 부어 마실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식당에서도 이렇게 찻주전자에 담아 내주는걸요.

커피와 차를 내는 가게에서는 차 내는 데 신경을 좀 더 쓰는 게 맞습니다.

 

오늘 아침 꽤 쌀쌀했죠.

찬바람이 불고 건조해져 차 마시기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내 집에서 차를 마실 때는 머그에 마셔도 아무도 흉보지 않습니다. 즐기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차도구 제대로 갖춰 마시는 향기로운 차는 기분을 좀 더 좋게 만들기는 합니다.

차를 신경 써서 잘 내는 카페나 빠띠쓰리를 만나면 사진 찍어 이 밑에 추가하고 칭찬하도록 하겠습니다.

 

 

 

홍차 티백 맛있게 우리기

☞ 영국엔 예쁜 그릇이 왜 이리 많냐

단단이 갖고 있는 찻주전자들 (일부)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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