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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삼일째 - 김연아 선수 본문
오늘로써 베이킹 책에 있는 머핀을 전부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지 삼일. 오늘 구운 걸 다 먹으려면 이틀이 걸리니 이틀 뒤에 새 머핀 사진이 올라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 것이다. 미리 배수진을 쳐 두기로 한다. 모쪼록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
분수도 모르고 에클레어Eclair에 도전했다가 두 번 다 시답잖은 결과물을 보고 난 뒤로는(맛은 좋았다. 정말이다.) 역시 영국식 미국식 막빵, 막과자가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잠깐 머핀 예찬을 하자면,
재료를 한데 넣고 날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만 슬렁슬렁 섞어 숟가락으로 바로 패닝, 손으로 버터와 밀가루를 보슬보슬하게 비벼줘야 하는 스콘보다도 덜 번거롭고 간단하다. 짭짤한 머핀도 가능하므로 집에 있는 자투리 식재료는 이때 해치우면 된다. 굽는 데는 12분에서 15분밖에 안 걸린다. 크림이나 장식도 없고 크기도 작아 밖에 들고다니며 손으로 뜯어먹기도 좋다.
오늘의 머핀 재료:
밀가루, 달걀, 물, 베이킹파우더, 잘 숙성된 맛있는 체다 치즈, 블랙 올리브, 멕시칸이나 인디안들이 쓰는 말린 칠리 씨째로 플레이크한 것, 패닝 후 맨머리 위에 솔솔 뿌릴 폴렌타Polenta=Cornmeal.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지 않을까 싶다. 칠리 플레이크의 매운맛과 블랙 올리브의 조합이 썩 훌륭하다. 술안주로도 좋겠다.
잡설.
백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는 김연아 선수의 행동거지가 궁금해 새벽에 눈 비비며 올림픽 중계를 다 보았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모든 선수의 연기를 빠짐없이 다 보았는데, 김선수,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구려. 차원이 틀립디다. 어제와 오늘은 유튜브로 여러 나라의 중계를 비교하며 찬찬히 다시 보았으나 역시 영국 BBC에서 본 카메라 워크가 김의 명연기를 예술적으로 가장 잘 잡아낸 듯.
무엇보다 음악이 다르다. 거슈윈의 음악 자체보다는 음악을 연결하는 편집 방법이 김선수 특유의 유려하게 흐르는 우아한 스타일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벌써 음악적인 안목부터가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다는 건데, 아사다 선수는 뭐랄까, 음악에서 금메달리스트 제조기라는 저 러시안 명코치의 고집스러움과 압제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아사다 선수를 시종 무겁게 찍어누르는 듯해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다른 선수들의 음악은 편집 수준이 초등생도 할 수 있을 몽타주 꼴라주에 지나지 않고.
분위기나 고조시키고 허전함이나 메우는 용도로 음악을 시다바리 취급하는 영화의 음악은 이래서 무용을 위한 음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용음악은 배경음악이 아니다.
한 가지 더.
왜 무용은 예술로 분류되고 피겨 스케이팅은 스포츠로 분류되는 걸까? ■
▲ 바다 속 수초처럼 하늘하늘 우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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