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박당

 

 

 

 

 

권여사님께서 희한한 물건을 보내 주셨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밖에 다니면서 차를 마실 수 있게끔 대만 사람들이 고안해낸 신개념의 표일배(飄逸杯 차 우리는 데 격식 같은 건 따지지 않는 대인배들이 즐겨 쓰는 편리한 차도구)라고 합니다. 단언컨대 권여사님, 이거 신기해서 한번 사 본 거지, 본격적으로 차생활 좀 해보겠다고 사신 게 절대 아닐 겁니다. 이름이 <행동박당>이라길래 단단은 처음에 무슨 중국의 버라이어티 코미디 쇼 전국 순회 공연단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박당'은 '파트너' 정도로 번역하면 된다 하니 <행동박당>이란 '움직일 때 함께하는 친구travel buddy'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플라스틱 물통이겠거니, 하고 심드렁한 마음으로 한번 꺼내 봅니다.

 

 

 

 

 

 

 

으응? '메이드 인 타이완'이라서 그런가요? 마감이 아주 매끄럽고 전체적인 느낌이 좋네요. 디자인과 색상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자제품도 그렇고 차도구들도 그렇고, 대만 사람들이 물건을 야무지게 잘 만들더라고요. 써 보니 유리 다구들도 중국산보다는 대만제가 훨씬 품질이 좋습니다.

 

 

 

 

 

 

 

 

사용을 위해 분해를 해봅니다. 오른쪽에 있는 뚜껑은 화살표와 같이 또 다시 분리가 됩니다. 작은 구멍이 있는 저 숨은 공간은 물이 새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용량은 370ml, 580ml, 740ml가 있는데, 권여사님이 보내 주신 것은 가장 보편적인 580ml입니다. 높이는 22cm 정도 됩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차 거름망에 우리고자 하는 차를 넣습니다. 다쓰베이더가 보이차 넣는 시늉을 하고 있습니다.

 

 

 

 

 

 

 

 

 

끈은 탈부착이 가능하니 차를 우릴 땐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빼놓는 것도 좋습니다.

 

 

 

 

 

 

 

 

 

차를 넣고 나면 이제 뒤집어서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130˚c까지는 문제 없다 하니 우리 차동무들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라 몸체가 생수병처럼 꿀렁거리지 않고 단단합니다. 뚜껑을 닫고 원하는 시간 만큼 우려 줍니다.

 

 

 

 

 

 

 

 

 

다 우려졌다 싶으면 다시 뒤집어 컵에 차를 따라 내거나 병째로 마시고, 둘 때는 차가 계속 우려져 텁텁해지지 않도록 거름망을 위로 오도록 세워 둡니다.

 

 

 

 

 

 

 

 

 

일견 복잡해 보이면서 머리 쓴 듯 보이는 이 <행동박당>은 뜨거운 차를 우려 마실 때 더욱 요긴하겠습니다. 대신 어디선가 뜨거운 물을 얻을 수 있어야겠지요. 한편, 밖에서 냉차를 마시고 싶을 때는 그냥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 사다 집에서 갖고 나온 냉침용 티백을 넣으시는 게 편하겠습니다. 음료 회사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차음료를 사서 마시면 더 간단하다고요? 그렇게 하셔도 되지만, 사 먹는 차음료는 값도 비싸거니와 보존을 위해 첨가물이 좀 들어있지 않나요? 취향껏 하세요.

 

권여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만일 이 글 보시고 구매하고자 하는 분 계시다면 조악한 중국산 짝퉁 사지 마시고 가급적 대만산 정품을 사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중국산을 안 써 봐서 모르겠지만 비교해서 써 보신 분들께서 품질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대만산은 원조라 그런지, 일단 표면 처리가 매끄럽게 잘 돼 있고 거름망도 쫀쫀합니다. 공들여 만들었다는 인상을 줍니다. 권여사님은 <지유명차> 동여의도점에서 사셨다는데, 인기 있는 제품이니 아마 파는 곳은 여러 곳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런 휴대 차통 갖고 다니며 하루 종일 물 대신 몸에 좋다는 차를 마시겠다는 분이 계실까봐 노파심에 기사를 하나 걸어 놓아야겠습니다. 차는 물론 꾸준히 드시면 좋지요. 다만, 물 '대신' 드시는 건 좋지 않습니다. 굳이 차를 물처럼 마셔야겠다면 아주 연하게 우려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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