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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들렌 본문

차나 한 잔

또 마들렌

단 단 2011. 3. 10. 23:04

 

 

 

 

 

그러고 보니, 한국 오기 전날 다쓰베이더에게 구워 주었던 마들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네요. 밤낮 얻어먹을 궁리나 하는 단단 같은 불량마눌이 또 있을까마는, 그래도 이 날은 왠지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마들렌을 구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지 못 한 촌스러운 단단은 여행 전에 항상 내가 타는 비행기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진지해지곤 하죠. 안 하던 물건 정리도 다 하고 말이죠.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죽은 다음 뒤죽박죽 쌓여 있는 제 유품 정리하느라 지저분한 집 샅샅이 뒤지며 욕을 바가지로 할 유족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마구 엄습해 옵니다.

 

오븐 속에서 한껏 부풀고 있는 마들렌을 보자 모든 근심이 후루룩.
다쓰베이더가 마들렌을 좋아합니다. 단단이 괴발개발 만들어 주는 수많은 빵과자 중 그나마 이 마들렌이 좀 먹을 만하다고 합니다. 마들렌을 만들 때는 반드시 끓인 버터Beurre Noisette와 레몬 즙, 레몬 껍질도 같이 갈아 넣어야 한다고 역설까지 합니다.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뭔 요구 사항이 많습니까.

 

 

 

 

 

 

 



다 구워졌습니다. 영국의 어느 아프터눈 티 소책자를 보니 마들렌을 먹을 때는 레몬 홍차나 레몬 인퓨전을 곁들이는 게 좋다고 하는군요. 차상자를 뒤져 <로네펠트>의 '레몬스카이'를 찾아 우려 보았습니다. 마들렌 속에 숨어 있던 레몬 향이 레몬 차를 만나 증폭, 버터와 달걀이 든 과자를 먹으면서도 입 안이 오히려 상쾌해지니 희한하죠. 다 큰 어른이 신나서 냠냠 먹는 걸 보니 구워 준 이 사람 보람 느낍니다. 애들 있는 집 딱 하나 부러운 게 있다면, 오븐질 할 때마다 열광해 주는 애들이 있다는 거. 먼 옛날, 우리 4남매에게 빵과자 구워 주시던 권여사님의 마음이 이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린 시절 기억들이 뭉게뭉게 떠오릅니다.


마들렌 구워 놓고 늘 하게 되는 생각인데, 마들렌 참 예쁘지 않나요? 사촌뻘인 휘낭시에에 비하면 맛이야 어떻든 '에스쁘리'가 훨씬 있어 보입니다. 조가비 모양으로 틀 만들어 앙증맞게 모양 내 먹을 생각을 하다니 정말 프렌치들의 감성은 못 말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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