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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단총 관찰기 鳳凰單叢 Phoenix Honey Orchid Oolong Tea 본문
대홍포(大紅袍)에 이어 오늘은 봉황단총(鳳凰單叢)을 시음해 보았습니다. 이 역시 청차입니다. 봉황산에서 나는 봉황수선 품종의 단독 차수 잎으로만 만들고 다른 찻잎을 일절 섞지 않는다 하여 '봉황+단총'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찻잎이 크지만 날렵하고 비교적 고른데다 단단 눈에는 섹시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검은빛을 띤 진녹색입니다. 산나물 삘도 좀 납니다. 차 애호가 분들 중에는 우린 찻잎을 조물조물 무쳐 밥반찬으로 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죠. 봉황'산'에서 수확했다 하니 산나물 맞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트리 모양 접시 - 불량소녀 님 기증]
건잎입니다. 봉황단총은 그 종류만 80가지가 넘는데 향기의 유형으로 볼 때는 밀란향, 지란향, 옥란향, 황지향, 계화향, 도인향, 야래향, 팔선향, 통천향, 산가협향 등, 이런 식으로 대략 10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대홍포 소개해 드릴 때 중국차는 종류가 많아 다 못 마셔보고 죽는다고 했었지요. 보세요, 봉황단총만 80가지가 넘는다잖아요.
집에 갖고 있는 다른 청차들과 비교를 하자면, 동일한 조건으로 우렸을 때 수색은 대홍포가 단연 짙게 나옵니다. 무게감으로 치면, 봉황단총은 안계철관음보다 무겁지만 대홍포보다는 가벼우며, 꿀맛 같은 단맛은 대홍포보다 많이 나면서 말린 귤껍질과 살구향 같은 그 농염한 향 역시 더욱 도드라지는데, 그 위에 리치lychee향이 강하게 얹혀집니다. 엽저가 담긴 차호에 코를 갖다 대니 가향차도 아닌데 화려한 향기가 그야말로 무지깃빛처럼 분광합니다. 암차(岩茶)인 대홍포가 갖는 그 "장중한 암운(岩韻)"은 없는 대신 향은 훨씬 산뜻하고 진하다는 거죠. 이곳 차 상인이 'honey orchid'라 하면서 파는 걸 보니 이것이 바로 그 '밀란향'이라는 건가 봅니다.
휴, 말하다 말고 갑자기 한숨이...
맛과 향을 표현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요? 흡사 그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음 예술을 묘사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연주자들이나 음악 애호가들이 음악을 말할 때 "달빛에 산산이 부서지는"이라든가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저 꽃잎 같은", "터질 듯한 환희" 따위의 뜬구름 잡는 듯한 순진무구한 표현을 즐겨 쓰는 것도 다 이해가 갑니다. 중국차의 향을 묘사하는 말 중에 단단은 '통천향'이란 것이 제일 궁금합니다. '향기가 찌를 듯하여 하늘까지 통한다'는 그 향은 대체 어떤 향일까요?
청차 우리는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차 우리는 '법'이란 건 없으며 '정답'이란 더더욱 없다는 점에서 차 좀 즐겨 보려고 모처럼 마음먹은 분들이 더 어렵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일단, 다음의 세 가지를 놓고 실험해 보세요.
3g 정도의 찻잎을 75ml, 150ml, 250ml 물 양에 각각 우려 보아 자기 입맛에 맞는 농도를 찾는 겁니다. 중국인들은 찻잎 3g에 물 150ml를 '표준다탕標準茶湯'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온도는 발효도(산화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발효도가 가장 높은 홍차는 팔팔 끓는 물을 잠시 식을 틈도 주지 않고 붓게 되지요. 청차는 차마다 발효도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온도 편차도 90˚C에서 97˚C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습니다. 청차 중에서는 동방미인(백호오룡)의 발효도가 가장 높아 95-97˚C로 우리게 되고, 봉황단총 같은 것은 90-95˚C 정도로 우립니다.
시간은 그야말로 본인의 취향대로 조절하시면 됩니다. 중국인들은 짧게 여러 번 우리지만 귀차니스트인 영국인들은 홍차 우리듯 3분씩 두어 번 정도만 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단은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우리는 시간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딴짓 하다 깜빡 잊고 영국인들처럼 3분이나 우릴 때도 있지요. 자기 입맛에 맞게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 보면 차 실력이 금방 늘 겁니다. 재미도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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