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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권여사님 댁 ④ 본문
며칠 전 단단은 권여사님의 다구를 정리해드리다가 놀라 자빠졌습니다. 터키인들이 2단 포트에 우려 낸 홍차나 애플 티를 마실 때 쓴다는 '차이 바르닥çay bardağı'이 그릇장에서 튀어나왔던 겁니다.
"아니? 터키 찻잔은 또 어디서 난 겝니까?"
조카(단단의 외사촌) 내외가 터키 여행을 갔다가 다구 좋아하는 이모 생각이 나 품질 좋은 차이 바르닥으로 골라 사 왔다고 하네요. 과립형 인스탄트 애플 티도 함께 사 왔다는데 그건 벌써 없어진 지 오래고, 한국에서는 터키쉬 애플 티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간 그릇장 구석에 고이 모셔 두었다고 합니다. 단단은 하나밖에 갖고 있지 않은 차이 바르닥을 권여사님이 무려 여섯 개나 갖고 계셨던 겁니다.
오늘은 집에 있는 유자차로 터키쉬 애플 티 흉내를 내면서 즐겨보기로 하겠습니다. 영국식 아프터눈 티가 아니니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먹고 싶은 것 죄다 꺼내어 즐겨봅니다.
단것만 먹기 섭섭하니 샌드위치는 모둠으로 푸짐하게 한 접시.
길죽한 샌드위치 전용 접시들도 얼마나 많이 갖고 계시던지 부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쵸콜렛으로 샌드한 이름 모를 과자.
달걀 흰자, 설탕, 아몬드가 주재료임에 틀림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브랜디 잔을 활용한 센스가 돋보입니다.
집에 굴러다니던 감자칩 한 봉지.
동네 베이커리에서 사 오셨다는 단것들.
자태가 예술입니다. 가운데 것은 레몬 타트입니다.
차이 바르닥에 담긴 유자차. (응?)
유자 건더기는 거름망으로 걸렀습니다. 터키 잔과 모로코 잔을 헷갈려 하시는 분 많아요. 모로코 잔은 받침이 없고 크기가 좀 큰데다 허리선이 곧게 뻗습니다. [아래 이미지들 참조] 잘록한 허리의 이 터키 찻잔에 비하면 관능미가 좀 떨어지지요. 그래도 화려한 금박 패턴과 알록달록한 색상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
▲ 모로코 찻잔 이미지. '민트티'용으로 씁니다.
민트 잎을 듬뿍 따서 돌돌 말린 중국 녹차 '건파우더'와 함께 우립니다.
▲ 역시 모로코 찻잔들. 알록달록 아름답죠?
▲ 허리가 일직선이라 '여성미'는 좀 떨어지는 대신
티라이트 홀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 이건 터키 찻잔. 터키식 홍차와 애플 티용으로 쓰는데,
꼭 저렇게 여섯 개가 모여 한 조가 되는 모양입니다.
권여사님은 안 갖고 계시지만 찻주전자와 쟁반까지 있어야
완벽한 세트가 되는 겁니다.
▲ 영국 여행을 오신 점잖은 친척 어르신께서 런던의 한 모로칸 티룸을 방문,
좌중을 압도하며 춤 추시는 중.
모로칸 민트티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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