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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아프터눈 티] 신세계 본점 패이야드 Payard

단 단 2011. 3. 3. 17:39

 

 

 

 


도자 타일로 외벽을 꾸민 건물이 있다 하여 도자기집 딸 단단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을 꼬드겨 구경을 갔었습니다. 명동입니다.

 

 

 

 

 

 

 

 


오, 미술관 벽화인 줄 알았지 뭡니까. 한국도 이제 작품 같은 멋진 건물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아요. 공연장 내부를 도자 타일 작품으로 꾸민 일원동의 <밀알아트센터>에서 음악은 안 듣고 타일을 둘러보며 혼자 몹시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미술 작품 보는 눈은 없지만 나름 취향이란 건 있어 정교한 부분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작품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딱 저런 걸 말하는 거지요. 작가는 노가다로 죽어나는 작품들 말예요. ^^; 비가 와서 날이 좀 흐렸습니다만 도자타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마음이 금방 화사해집니다. 저 타일 사이로 빛이 반짝반짝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밤에 보면 더 근사하다고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명동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무엇보다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졌는데, 이 때문에 호객 행위를 하는 가게 앞 도우미 언니들이 무려 3개국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겉모습이 세련된 숍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명동은 강남의 쇼핑가들이 낼 수 없는 묘한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멋쟁이 어르신들이 젊어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에는 다 이 명동에서 노셨다고들 하지요. 그런데 젊은이들이 와서 놀기에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명동에서는 어느 세대건 잘 놀다 갈 수 있으니 재미있습니다. 영국에서 보던 <H&M>과 <ZARA>도 다 있었습니다. 또 이곳 명동에는 단단이 중학생 시절 방과 후 뻔질나게 드나들던 <대한음악사>라는 악보 가게도 있습니다.

 

 

 

 

 

 

 

 


명동에 왔는데 남대문 시장과 신세계 백화점을 안 들를 수가 없지요. 본관 6층에 자리 잡은 <패이야드>에서 디저트와 커피 좀 즐겨볼까 하여 올라가보았습니다. 미국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이곳 패이스트리가 맛있다고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유명해진 미국의 디저트 체인이라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맛과 서비스가 중요한 거지요. 어쨌거나 기대가 됩니다.

 

 

 

 

 

 

 

 


들어가자마자 쇼케이스가 있었는데 다들 맛있어 보였습니다.

 

 

 

 

 

 

 

 

 

티룸이 아니라 디저트 전문점이니 차보다는 커피가 더 나으리라 예상해봅니다. 마침 아프터눈 티 비슷한 것이 있으니 그걸로 시켜볼게요. 지난 번 <페코 티룸>과의 비교를 위해 2인을 위한 '아프터눈 커피 서비스'에 음료 하나를 추가로 해보겠습니다. 이 날도 모두 세 명이었거든요. 전체 금액도 <페코 티룸>과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홍차는 얼그레이, 다질링, 로얄 밀크티, 이렇게 세 종류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집은 역시 커피에 좀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굳이 홍차를 시켜 실망을 사서 할 이유가 없는 거죠. 홍차를 티백으로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프터눈 커피 서비스'를 주문하면 커피 두 잔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라떼와 캐러멜 마끼아또를 주문했습니다. 다른 한 명은 로얄 밀크티를 시켰습니다.

 

 

 

 

 

 

 

 

 

가격 참고하시라고 메뉴판 찍어 올립니다.

 

 

 

 

 

 

 

 

 

커틀러리부터 놓입니다.

 

 

 

 

 

 

 

 

 

커피 세트인데 마치 영국식 아프터눈 티처럼 세팅을 해줍니다. 3단 트레이의 구성도 비슷합니다. 아프터눈 커피 서비스 1인분은


- 샌드위치 대신 나온 파니니 1/2개 (종류는 선택 가능, 1인당 2쪽)
- 스콘 대신 나온 <삼진 초코찰떡파이> 비스무리한 과자 3개
- 단것으로는 큼직한 커피 에끌레어 1/2개 + 밀푀유 1/2개 + 키 라임 타트 1/2개
- 커피 한 잔 (선택 가능, 아메리카노만 리필 가능)


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나씩 접사 들어갑니다.

 

 

 

 

 

 

 

 

 

이탈리아 샌드위치인 파니니. 쇼케이스를 보니 이것 하나만으로 벌써 만원이 훌쩍 넘는 것 같았습니다.

 

 

 

 

 

 

 

 


접시에 옮겨 보았습니다. 페스토를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 가지, 파프리카 등을 넣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맛은 뭐 아주 좋았지요. 전형적인 지중해의 맛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요즘 어딜 가나 파니니나 클럽 샌드위치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한국 와서 하도 뻣뻣한 빵으로 된 샌드위치들만 먹다 보니 이제는 작고 부드럽고 촉촉한 영국식 티 샌드위치들이 그리워집니다.

 

 

 

 

 

 

 

 

 

보세요, 이 집 샌드위치 종류들이 값이 꽤 나가죠.

 

 

 

 

 

 

 

 

 

커피맛 에끌레어. 크기가 하도 커 셋이 나누어 먹어도 양이 많더라고요. 커피크림이 아주 꽉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쇼케이스에 있던 자르지 않은 온전한 모양의 것으로 다시 보여드립니다.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이 붙은 밀푀유입니다. 밀푀유는 불어로 '천 개의 나뭇잎'을 뜻한다는데 미국인들은 '나폴레옹 케이크'라 부른다네요. 프렌치들은 정말 기술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 '천 개의 층'을 보십시오.


오른쪽은 빵과 떡 중간쯤 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쵸콜렛 과자였는데, 이게 평범해 보여도 너무 달지 않고 의외로 맛나는 겁니다.

 

 

 

 

 

 

 

 

 

접시에 옮겨 담아봅니다.

 

 

 

 

 

 

 

 

 

속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 입 베물고 나서 접사도 해봅니다.

 

 

 

 

 

 

 

 

 

앙증맞게 머랭을 짜 올린 <키 라임 타트>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태생의 맛난 디저트입니다. 먹기 좋게 조각조각 잘라 놓으니 영 폼이 안 나는군요. 이것도 쇼케이스에 있던 온전한 것으로 다시 찍어봅니다.

 

 

 

 

 

 

 

 

 

원래는 쵸콜렛과 레몬 조각도 얹혀 있었네요. 머랭이 아주 귀엽게 잘 짜졌습니다. 짜주머니질이 서툰 단단은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맛도 좋았습니다.


일단 3단 트레이에 담겼던 커피음식들은 하나같이 다 맛있었습니다. 먹기 좋게 조각조각 잘라놓으니 시각적인 즐거움은 반감됩니다만 여럿이 나누어 먹기에는 편하고 좋았습니다. 이제 음료 쪽을 살펴보지요.

 

 

 

 

 

 

 

 

 

이건 단단이 시킨 라떼. 커피 애호가 여러분, 커피 위에 저렇게 그림 그리는 걸 일컫는 용어가 따로 있나요? 라떼 아트? 용어야 어찌 됐든 마블링(?)이 예술입니다.

 

 

 

 

 

 

 

 


이건 친구가 시킨 캐러멜 마키아또. 디저트가 죄다 단것들인데 단 음료로 시킨 것을 친구가 후회했었습니다. 단것들에는 역시 씁쓸한 음료가 제격이죠.


또 한 친구는 "아프터눈 티타임이니 그래도 홍차를 마셔줘야지." 하면서 <로얄 밀크티>를 시켰는데, 어이없게도 무늬도 없는 투박한 머그에 담겨 나온 겁니다. 저도 실망을 단단히 했던 모양입니다. 집에 와서 보니 사진도 찍질 않았더라고요. 위 마키아또 사진 뒤로 슬쩍 보이는 머그가 바로 그 머그입니다. 8,800원이나 받는 음료를 머그에 담아 내온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디저트들도 하나같이 다 맛 좋고 분위기 좋고 서비스도 좋고 다 좋았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쉽더군요. 차는 다 머그에 담아 내주는 모양인데, 기껏 근사한 3단 트레이 주문해놓고 음료는 머그로 받는다면 그림이 썩 아름답지 못하지요. 그러니 이곳에 오시면 차 주문하지 마시고 커피로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차를 시키면 8,800원이나 받으면서 머그에 티백으로 내온다는 괴소문도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믿거나 말거나죠.

 

 

 

 

 

 

 

 

 

어쨌든 맛있게 먹고 나서는 쇼케이스를 마저 찍어보았습니다. 이건 아까 먹었던 밀푀유 <나폴레옹>의 자매품인 서양배맛 밀푀유입니다.

 

 

 

 

 

 

 

 


비싼 피스타치오를 덕지덕지 묻힌 라즈베리 레몬 치즈 케이크 <시실리안>. 전에 한번 맛 본 적이 있었는데, 좋았습니다.

 

 

 

 

 

 

 

 

 

맛은 좋지만 하도 달아 먹고 나면 목이 다 칼칼한 쵸콜렛 무스 <루브르>. 예전에 먹어봤어요. 이건 진한 에스프레소에 곁들이면 좋을 겁니다. 단단이 먹어본 단것들 중 가장 사악한 것이었지요. 단것 잘 먹는 단단도 너무 과해 혼자서는 절대 다 먹지 못하는 몇 안 되는 디저트입니다.

 

 

 

 

 

 

 

 

 

안 먹어봐서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맛있을 것 같죠.

 

 

 

 

 

 

 

 

 

이 집의 베스트 셀러라고 들었습니다. 사과가 통째로 얹혀 있는데, 속을 파낸 가운데에는 크림을 짜 넣었다고 합니다. 집에 오는 길에 오늘 맛 보지 못한 다른 것들을 몇 개 사 와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이름표 찍은 것을 올려볼게요.

 

 

 

 

 

 

 

 

 

 


신세계 본점 패이야드에는 다른 지점에 없는 장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이 있는 조각공원이 이 집 발코니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창가에 앉으면 이름난 미술품들을 감상하실 수가 있어요. 마침 제가 앉은 곳에서 창 밖을 내다보니 런던에서 보았던 루이제 부르조아의 거대한 거미 작품 <마망Maman>의 새끼 버전쯤 되어 보이는 작품이 떡 하니 보입니다. 쌤썽 패밀리가 모은 미술품을 탈세와 연관 지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그 쌤썽 패밀리들의 사는 법이 그런 모양이니 제 알 바 아니고, 어쨌거나 예술품이란 소장한 이의 됨됨이에 상관 없이 빛나는 법, 예술 만세죠.

 

그나저나, 패이야드 신세계 본점 매니저님.
머그 좀 근사한 찻잔으로 바꿔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친구들 데리고 가서 아프터눈 티를 즐기고 싶어도 머그에 마음 상해할까 꺼려집니다. 저 조립식 3단 트레이도 나사가 죄다 풀려 후들후들 꼰들꼰들, 손으로 붙잡고 사진 찍느라 아주 혼났다고요.;; 3단 트레이 나사도 좀 꽉 조여 주세요. 사소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면서요.


☞ Pa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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