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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권여사님 댁 ① 본문

차나 한 잔

[남의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권여사님 댁 ①

단 단 2011. 2. 10. 13:15

 

 

 

 

 

역시나 단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권여사님. 옷이나 가방보다 신발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콜콜 주무시는 사이, 부츠가 하도 예뻐 몰래 한 장 찍어 봅니다.

 

 

 

 

 

 

 



단단 온다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여태 치우지 않고 놓아 두셨다는데, 트리 밑 상자에 단단을 위한 선물을 넣어 놓으신 줄 알고 급 흥분했다가 빈 상자라는 말에 김이 샜습니다. 아놔, 마뜨료쉬카도 아니고, 빈 상자를 크기 별로 왜 이렇게 많이 두신 겁니까.

 

 

 

 

 

 

 


 
단단이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사서 보내 드린 트리 장식품 중 일부입니다. (전년도 제품을 봄 떨이 행사 때 사뒀다가 이번 시즌 제품인 척 부쳐드린 겁니다. 쉿!) 자식이 넷이나 되니 선물 받은 트리 장식품도 제각각입니다.

 

 

 

 

 

 

 



레진resin치고는 나쁘지 않죠?

 

 

 

 

 

 

 

 


오, 쿠션까지?
포인세티아, 홀리, 미슬토mistletoes 프린트의 쿠션입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저 Y자 형의 하얀 열매 달린 식물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슬토, 우리나라에서는 겨우살이라 부르는 이 식물은 영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사과나무를 좋아해 주로 사과나무에 붙어 사는 기생식물입니다. 사과 농장주에게는 골칫거리죠. 영국에서는 미슬토 밑에서 남녀가 키스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거나 누군가에게 기습 키스를 해도 용서가 된다는 재미있는 풍습이 있어 기생식물인 주제에 로맨틱한 척, 사람들로부터 매우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영국에서는 꽤 인기가 있어 영국 내수용 공급이 달릴 땐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 수입을 해오기도 하지요. 왼쪽에 있는 빛 살짝 바랜 포인세티아 쿠션은 단단이 어릴 때부터 집에 주욱 있었던 것이고요. 권여사님이 앞뒤 천 떠다가 박음질해 만드신 물건입니다.
☞ 영국의 크리스마스 식물 - 홀리, 아이비, 미쓸토, 스노우베리

 

 

 

 

 

 

 



요렇게 쬐끄맣던 어이구내새끼1 녀석이

 

 

 

 

 

 

 



그간 이렇게 커서 여드름도 덕지덕지 나고

 

 

 

 

 

 

 

 

 

고모한테 사진기 조작법 배운 지 몇 분 안 돼 수동 모드로 작품 한 장 뚝딱. 식탁 위 티라이트 불빛을 달처럼 보이도록 솜씨도 다 발휘했습니다.


참, 사진에 있는 저 고색이 창연한 종은 단단과 단단의 오라버니들이 어렸을 때 "얘들아, 그만 놀고 들어와서 밥 먹어라." 하며 권여사님이 딸랑딸랑 흔드시던 '밥종'입니다. 저 종소리를 들으면 오라버니들과 개떼처럼 달려가 냠냠 밥 먹었죠. 형제가 많으면 밥맛이 절로 좋아집니다. 권여사님을 협박해 수십년간 갖고 계셨으니 이제는 팔팔한 이 딸에게 양도하시라 해 강탈한 뒤 권여사님의 변심을 우려해 영국에 잽싸게 부쳐 버렸습니다. 종 모으는 단단이 잘 간직하고 있다가 먼 훗날 어이구내새끼들 중 가장 관심 보이는 녀석한테 물려 주기로 했습니다.

 

 

 

 

 

 

 



한편.


엉? 너는 누구냐?
단단이 영국에 와 있는 사이 태어난 어이구내새끼5.
처음 뵙겠습니다, 조카님. 굽실굽실.

 

고모가 준 피터 래빗 인형 한손에 꼬옥 쥐고 혼자서 탕수육도 먹고 짜장면도 먹고. 누가 먹여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자립심 강한 꼬맹이. 기특하다야.

 

 

 

 

 

 

 



세뱃돈 받자마자 바로 돌아서서 세어보는 뻔뻔한 녀석이 다 있질 않나. (어이구내새끼4) 바지에 밥풀 붙어 있으니 눈 좋으신 분 찾아 보십시오.

 

 

 

 

 

 

 



학수고대하던 권여사님 댁에서의 첫 티타임입니다. 포트메리온 제품들이 집에 그득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질색을 하던 포트메리온이 어느 날 갑자기 예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데, 한국 포트메리온의 공격적인 마케팅에는 두 손 들었다고 하십니다.


"몇 개만 사고 말려고 했는데 아, 이것들이 신제품을 계속 내잖아."
여태 그릇 욕심을 내시다니, 아직 젊으신 거유.

 

 

 

 

 

 

 



비록 한 송이일지라도 꽃은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합니다. 한겨울에 이렇게 꽃이 난무하니 마음이 화사해집니다. 역시 꽃무늬 다구가 최고라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해봅니다.

 

 

 

 

 

 

 



눈썰미 있는 권여사님 왈,


"영국 사람들은 꼭 찻잔 안쪽에 꽃을 그려 넣는 버릇들이 있데? 차 마시면서 자기만 슬쩍슬쩍 보라고. 어쩜 깜찍하니?"


포트메리온 제품들은 묘한 매력이 있지요. 너무 큼직하고 바쁜 그림 때문에 극도로 싫어하거나, 그 과감함에 매료돼 애호가가, 둘 중 하나가 되죠. 단단은 극도로 싫어하는 쪽이었다가 나이 들면서 점차 ('maniac'까진 아니고) 호감을 갖는 쪽에 서게 되었습니다. 덴비 제품들도 그렇고, 이 포트메리온도 그렇고, 어쨌거나 자기 색깔 하나만은 확실한 영국 도자 산업계의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영국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이야, 티라이트에 장미 꽃잎까지!



밥을 먹고 난 직후라 차음식이 많지가 않았어요. 권여사님 댁에서의 아프터눈 티는 앞으로도 몇 번 더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은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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