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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둘째 오라버니 댁 ① 본문
오늘은 시골 사는 둘째 오라버니 댁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이 블로그의 존재를 얼마 전에야 알았다는 둘째 오라버니 내외. 게시물을 주욱 훑어 보면서 상차림을 재빨리 익혀 집에 갖고 있는 골동품과 손수 만든 그릇들을 이용해 찻상을 뚝딱 차려냈습니다. 여러분, 시골 사람 무시하면 안 됩니다.
우리 둘째 오라버니 내외는 둘 다 도예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단의 눈에는 이 댁에 있는 물건들이 죄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벽에 걸린 나비 그림은 친한 친구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미술하는 분들은 이렇게 작품도 서로 교환하고, 참 부럽네요.
그나저나,
3단 트레이와 티라이트 홀더가 어째 좀 특이해 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도록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촛대 아닙니까!
시골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용 3단 트레이를 갑자기 구할 수가 없으니 비스무리하게 생긴 촛대를 이용한 거죠. 배꼽 잡았습니다. 골동품인데, 다리가 멋지네요. 직접 닿지 않도록 음식 밑에 종이를 깔았습니다.
모양새는 투박하나 그 맛이 일품인 유럽풍 빵들도 어디선가 구해다 놓았고요.
잠깐.
왼쪽에 있는 시커먼 빵은 오징어 먹물 바게뜨 같은데요? 하여간 한국엔 없는 게 없다니까요. 푸욱 찍어 먹으라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도 같이 내주었습니다. 빵 담은 파란 접시는 여주인장의 작품입니다.
짭짤한 샌드위치도 물론 들어가야죠. 챠바따ciabatta에 페스토 소스 발라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를 끼웠습니다. 이태리식 파니니 샌드위치입니다.
단 과자들.
발렌타인스 데이라 쵸콜렛 프랄린도 몇 개 올라왔습니다. 이제 한국에도 쇼콜라티에 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쫀득쫀득, 씹는 맛이 좋은 미국식 쿠키도 따로 내주었습니다. 아프터눈 티라고 해서 상차림을 꼭 영국식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지요. 아까 보셨던 빵과 샌드위치 중에도 이태리 것들이 제법 있었잖아요. 형식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주인장 내외의 자유분방한 사고가 엿보입니다.ㅋㅋ 촛대로 3단 트레이 삼았을 때부터 이미 알아봤다니깐요.
아아, 젠장.
사진 올리고 있는 지금, 낮에 먹다 남기고 온 저 쿠키가 생각 나 속이 쓰립니다. 남은 걸 가방 속에 몰래 넣어 왔어야 했는데. 쿠키 담은 접시는 여주인장 스승님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우걱우걱 먹다 말고 목을 잠깐 축입니다. 주인장이 손수 만든 다구입니다. 손맛이 느껴지는 멋진 다구입니다.
쿠키와 같이 있었던 스콘도 눈여겨봅니다. 카리스마 넘쳐 보입니다. 저 스콘이란 건 참 희한해서 영국 밖으로만 나갔다 하면 힘이 '빡' 들어가기 일쑤죠. 영국인들은 스콘을 먹을 때 반드시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곁들이기 때문에 스콘 자체는 담백하고 다소 퍽퍽하게 만듭니다. 영국 밖에서는 클로티드 크림 없이 스콘을 먹어야 하니 다들 부재료 이것저것 넣어 만들지요. 뭐, 스콘의 변신은 무죄죠. 먹는 사람 입장에선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 좋잖아요.
이건 여주인장께서 손수 만드신 사과잼입니다. 잼도 다 만들어 드시다뇨, 정말 부지런한 분입니다. 빛깔이 곱네요. 물어 보는 걸 깜빡했는데, 아마 이 소접시도 주인장 내외나 그들의 스승님이나 친구의 작품일 게 분명합니다.
계피·호두 스콘에 사과잼이 곁들여졌으니 궁합으로 치자면 최고죠. 앞접시는 여주인장의 작품입니다.
티라이트 홀더 대신 옛날 등잔걸이를 썼습니다. 등잔걸이 실물은 처음 봅니다.
"좀 느끼하지 않아? 떡볶이를 필히 먹어야 쓰것어."
주인 내외가 둘이서 속닥거리더니 떡볶이를 뚝딱 해냅니다. 떡볶이광 단단은 아주 신났었지요. 사진에 있는 작은 상은 조선 시대 물건으로 "호족반"이라 불린답니다. 그러고 보니 좀 가늘긴 하지만 호랑이 다리와 닮았죠?
떡볶이 접사.
재료들이 하나 같이 다 고급인데다 소스의 달인으로 소문난 여주인장이 만든 양념이 들어갔으니 맛 없으면 수상한 거죠. 이 접시도 하여간 누군가의 작품일 겁니다.
배불리 먹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구경거리 천지입니다. 일단 찻자리 위 천장에 걸려 있던 등부터가 남달라 보입니다. 2편에서는 주인장 내외의 수집품을 찬찬히 구경하도록 하지요. 다시 한 번 강조 - 시골 사람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요.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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