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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둘째 오라버니 댁 ② 본문

차나 한 잔

[남의 집에서 즐기는 아프터눈 티] 둘째 오라버니 댁 ②

단 단 2011. 2. 19. 22:12

 

 

 



계속해서 둘째 오라버니 내외의 수집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차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에게는 화로 위 주전자가 맨 먼저 눈에 띕니다. 중국 골동품인데 근사하죠. 단단은 곰팡내 나는 누런 헌책과 녹슨 고철과 오래 돼 반질거리는 목공예품의 느낌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이 주전자가 아주 모던하게 느껴지는데, 주전자의 둥근 실루엣과 그 안에 담긴 T자 모양의 가는 접합선(주물선)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뚜껑 도망갈까 봐 손잡이에 사슬로 묶어 놓은 것 좀 보세요.  옛 사람들에게도 주전자 뚜껑 도망가 버리는 게 아주 골칫거리였나 봅니다. 화로에 뚫새김을 해놓아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아아, 멋집니다만, 몰래 집어 가고 싶어도 무거워 못 들고 갈 것 같습니다.

 

 








작품 교류전 때문에 인도에 갔다가 사 온 말들이라고 합니다. 키치kitch의 나라 인도에서 이런 멋진 물건을 발견했다니 안목도 안목이지만 운도 부럽습니다. 왼쪽 구석을 보세요. 저 새 한 마리 화면에 집어넣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빨간 녀석으로 접사를 한번 해보죠.










인도 커리 먹으면서 이놈들 감상하면 밥맛이, 아니, 난naan맛이 절로 나겠어요. 말 좋아하는 영국인들도 아주 좋아할 것 같습니다.

 









이건 <시스맥스Sysmax> 서류함의 원조쯤 되는 물건일까요? 일제 강점기 때의 것이라 하고 위의 저울은 그보다는 좀 더 후대의 것이라고 합니다.

 









꼭두인형. 

죽은 자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외롭지 않도록 상여 위를 장식했던 길동무 인형들입니다. 옛 사람들의 정과 해학이 느껴집니다. 다들 엄숙한데 호랑이인지 해태인지 알 수 없는 녀석만 혼자 체셔 고양이처럼 히죽 웃고 있어 재미있습니다. 꼭두인형에 관한 흥미로운 소개 기사 하나 걸어 놓을게요. 

☞ 망자의 길동무 '꼭두'


<유언비어천가>


영감.


나 죽으면 보험금 악착같이 받아내 여생을 호의호식하며 사시길 바라오. 대신 내 관 위에는 저런 재미있는 인형들이나 잔뜩 얹어주시구려. 화장터에 도착하면 인형들은 관에서 떼어 고이 간직하시고, 내 몸뚱이는 뜨거운 불에 활활 살라 고운 재로 만든 뒤 티타임용 모래시계로 만들어주시길 바라오. 1분짜리, 2분짜리, 3분짜리, 5분짜리, 이렇게 네 개로.


아니면,


재 전체를 담은 큰 모래시계를 하나 만들어 먼저 시간을 한번 재보시구려. 모래(재)가 다 떨어지는 시간을 적어 뒀다가 작품 제목과 길이로 삼는 거요. 가령 <11분 49초>라든가.


참. 

 

새 장가 너무 일찍 들면 내 운우지정 나누는 밤마다 나타나 산통 다 깨리니 그리 아시고 신중히 처신토록 하시오.










이건 옛날 철도역에서 쓰던 신호용 등불이라고 합니다. 오른쪽 물건의 옆구리에 달린 덮개로 불빛을 가렸다 보였다 해서 밤에 기관사에게 수신호를 했었나 봅니다. 저도 자세한 설명은 못 들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방문자분들 중 이름과 용도, 사용법 등을 알고 계신 분 있으면 도움 말씀 부탁드릴게요.










네팔에서 사 왔다는 동물 모양의 토기 호롱불과 황동 향로합. 

네팔은 또 언제 가셨데.


저도 이런 꼬질꼬질한 인형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 곰곰이가 있군요. 우리 곰곰이는 이 집에 있는 녀석들에 비하면 '신가다'죠. 집에 두고 온 곰곰이와 순진이와 다쓰베이더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합 뚜껑에 붙어 있던 장식.

염소쯤 돼 보입니다.

 









아까 찻상에 올라왔었던 등잔걸이. 이제야 제대로 봅니다. 영국식 꽃바구니 걸이hanging basket가 생각납니다. 중국 골동품이라고 합니다.

 









벽난로 (위에 올려 놓는) 시계. 옛날 물건들은 희한하게도 동서양 구분 없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유럽 시계라 해도 프랑스 물건은 절대 아닐 거라는 직감이 오지 않습니까? 독일 시계라고 하네요. 왠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뒤로 돌아 무브먼트를 들여다봅니다. 장식 없이 소박해 보여도 걸출한 작곡가를 배출한 나라 독일답게 종소리는 끝내줍니다.










네팔의 어느 허름한 골동품 가게에서 건졌다는 악사들.

엥? 악기는 다 어떡허고, 꼬질꼬질 다들 동네 부랑자들처럼 서 있는 게요?


우리 둘째 오라버니가 오랜 흥정 끝에 이 인형들을 사고 나왔더니, 근처 골동품 가게 주인들이 손에 비슷한 인형들을 잔뜩 들고 문 밖에 버글버글 모여 우리 둘째 오라버니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가게 밖에서 다들 '저 외국인 관광객이 어떤 물건을 사나' 눈 쫑긋하고 지켜보고 있다가 자기 가게에 있는 비슷한 것들을 잽싸게 갖고 나타난 거죠. ㅋㅋ 자기 것도 좀 팔아볼까 하고 말예요.

 

 








홍차인 여러분, 이게 뭔지 아십니까? 우리 홍차인들이 좋아하는 인도식 밀크티 '짜이'를 배달하는 짜이 배달부의 철가방입니다. 짜이 배달부를 '짜이 왈라'라고 하죠. 아무래도 단단은 이 차 블로그 셔터를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짜이 왈라의 철가방까지 집에 갖고 있는 홍차 고수가 시골에 살고 있질 않나, 은제 3단 트레이가 평범한 가정집에 있지를 않나, 차깡통 뒤통수 5분의 1만 보고도 차 이름을 척척 대는 독자가 있지를 않나. 차 블로그 운영한답시고 일천한 지식 갖고 깝죽대는 짓 이제 부끄러워 그만둬야겠어요. 유령처럼 슬그머니 왔다 가시는 재야의 고수분들은 또 얼마나 많겠어요.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철가방 속에 뭐가 들었나 뚜껑이나 한번 열어보죠.










오, 크리스마스 트리 오나멘트입니다. 이것도 인도산이라고 하네요. 금 번쩍번쩍, 오색찬란. 이런 건 인도 사람들이 전문이죠.










찍고 나서 무슨 평면 설계도인 줄 알았습니다. 크기를 가늠해보시라고 주인장의 손을 슬쩍 넣어 찍어 봤습니다. 디너 테이블용 칸델라브라candelabra가 아니라 이건 아주 거대한 녀석입니다. 근사하지요? 평면 그림이 아니라 입체감 있는 실물이라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부분을 좀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골동품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멋있네요.

 









작품명 <심연深淵>.

이건 권여사님의 젊은 시절 염색 작품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은 색이 많이 바랬습니다. 천에 양촛물로 그림을 그린 뒤 채색을 하면 방수가 되는 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염료가 스며드는 성질을 이용해 제작한 겁니다.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대상은 못 받고 서울시장상을 받으셨는데, 그때 받은 상금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생산된 전자레인지를 사셨었지요. 우리 권여사님이 또 '얼리 어답터' 족이에요. 당시로선 우리 집이 동네 최초로 전자 레인지를 들여놓은 집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권여사님 댁 부엌에서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산 청동합입니다. 빛깔과 무늬가 아주 예쁩니다. 여기까지 찍고 나서 화장실이 급해져 잠깐 다녀왔었습니다.










허허, 화장실 소품 컬러 매치 좀 보세요. 시골 맞아요? 현대 미술관에 화장실째로 옮겨 놓고 설치작품이라 우겨도 되겠습니다. 이렇게 산뜻하고 튼튼한 화장실 슬리퍼는 또 처음 봅니다. 저도 집에 가면 화장실 신경 좀 써야겠습니다.










춘하추동 벽걸이 장식. 겨울이니 '동'을 골라 찍어봅니다. 겨울을 상징하는 것들로 장식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꽃일까요? 혹시 동백은 아닐까요?

 









봄을 기다리며 '춘'도 한 컷. 시골 사람 무시하면 안 되고 중국 사람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여주인장의 할머님께서 쓰시던 일명 <싱거 미싱>과 동양화가 친구의 작품. 싱거 미싱은 당대의 명품이었지요. 지금 봐도 멋집니다. <Singer Sewing Machine> 누리집에 들어가 제품번호로 추적을 해보았더니 1936년도 생산품이라 합니다. 할머님께서 쓰셨던 물건이니 여주인장께는 더없이 소중한 유품이 되겠지요.

 









일본인 친구 도예 작가의 작품. 이게 도자 작품이라고 하는데 믿어지십니까? 전 암만 봐도 쵸콜렛 갸또에 꽂는 쵸콜렛 장식 같은데 말입니다. 



지금까지 올린 것들말고도 볼거리가 한참 더 있었지만 단단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던 관계로 다 못 찍고 여기까지만 합니다. 이제부터는 여주인장께서 모으신 인형들을 감상하다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업하다 망한 어느 점잖은 남자분이 도롯가에서 눈물의 땡처리 하고 있는 걸 보고는 측은한 마음에 입양해 온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고가의 인형들은 아니지만 주인장의 고운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아이들입니다.


능력도 안 되는 초보가 멋진 수집품들을 보고는 그만 흥분해서 찍어보겠다고 덤볐다가 아주 혼쭐 났었어요. 사진 찍는 거, 중노동입니다. 몇 장 찍고는 땀이 뻘뻘 났었습니다. 자, 이제 인형들을 감상해보세요. 귀여워서 혼이 빠질 겁니다. 얼굴과 손과 다리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세라믹입니다. 설명은 필요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실례. 속옷 제대로 입었나 확인;; 

 

 



 

 

 

 

 

 

 










끝으로.


엇, 이것두 골동품인 줄 알았지 뭡니까. 이 집에선 어째 옥수수도 이리 멋지게 보인답니까.;; 다음 해를 위한 씨받이용 옥수수라고 합니다. 도예가 부부이면서 부지런한 농사꾼 부부이기도 합니다. 멋진 수집품 구경시켜주신 주인장 내외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눈이 호강하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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