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셰퍼드 파이, 셰퍼즈 파이 Shepherd's Pie 양고기 파이

 

 

 

 

2015년에 실시한 BBC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로스트 디너. 2위를 차지한 음식은 셰퍼즈 파이. 양고기를 써서 만든다고 '양치기의 파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전통 파이입니다. 영상에서는 몇 분 만에 뚝딱 완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제법 걸리니 사악한 편집에 속지 마시고 느긋한 마음으로 쉬엄쉬엄 만들어 보세요. 만드는 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한 살 미만의 어린 양인 'lamb'의 맛과 향

 

양고기는 태어나서 처음 사 보았는데, 양념 없이 고기만 먼저 익혀 보니 신기하게도 안초비 향이 강하게 풍깁니다. 그래서 양고기 요리할 때 안초비를 자주 넣는 걸까요? 그런데 또, 익힐 때의 향과는 달리 먹을 때는 안초비 맛이 안 납니다. 어린 양이라서 그런지 아직 양고기 고유의 맛을 강하게 풍기지는 못 하고 쇠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데, 씹어서 목에 넘기고 나면 그제서야 비강에 양젖 치즈 먹을 때 느꼈던 것 같은 라놀린(lanolin, 양털에 있는 기름 성분) 향이 희미하게 납니다. 쇠고기와 맛이 비슷한데다 평소에 안초비와 양젖 치즈 먹던 습관이 있어 양고기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양고기를 단맛을 지닌 순한 고기로 여기는데, 실제로 양젖 치즈들에서도 단맛이 많이 납니다. 소젖 치즈보다 양젖 치즈가 더 답니다. 

 

 

셰퍼즈 파이

[6인분]

 

재료

• 올리브 오일 2큰술 [1큰술 = 15ml]

• 양고기lamb (한 살 미만의 어린 양) 간 것 500g (기름기 적은 것으로.) 

• 소금·후추

• 양파 큰 것 1개, 잘게 다지기

• 당근 큰 것 1개, 잘게 다지기

• 셀러리 3대, 잘게 다지기

• 마늘 2톨, 강판에 갈기

• 우스터셔 소스Worcestershire sauce 2큰술 (한국의 '우스타' 소스와 다름.)

• 토마토 퓨레 1큰술 ('소스'가 아니라 물기 없이 된 성상의 것.)

• 생타임 잎 2큰술

• 로즈마리 줄기 1개 분량의 잎, 잘게 다지기

• 레드 와인 250ml

 

• 닭육수 300ml (소육수를 선호하는 요리사들도 많습니다. 취향껏 하세요.)

• 매쉬용 감자 1kg, 껍질 벗겨 큼직하게 깍둑 썰기

• 버터 50g

• 달걀 노른자 2개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강판에 간 것 한 움큼 (집에 영국산 장기 숙성 체다가 있으면 그걸로 쓰셔도 됩니다. 체다로 쓰실 경우에는 버터 양을 조금 줄이셔도 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체다와 함께 파spring onion를 송송 썰어 넣기도 하는데, 매쉬트 포테이토에 체다와 스프링 어니언 넣은 것을 '챔프champ'라고 부릅니다.)

• 소금·후추 (치즈까지 일단 넣은 뒤 간을 점검해 부족하면 넣으세요.)

 

 

만들기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2. 기름 두른 큰 냄비에 양고기 간 것을 넣고 물기가 사라질 때까지 볶는다. 소금·후추로 간한다.

3.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을 넣고 물기가 사라질 때까지 볶는다.

 

4. 우스터셔 소스, 토마토 퓨레, 타임, 로즈메리를 넣고 1-2분간 볶는다.

5. 레드 와인을 넣고 수분이 거의 다 사라질 때까지 졸인다.

6. 육수를 넣고 졸인다. 이때는 수분을 적당히 남겨야 먹을 때 목이 메이지 않는다.

7. 졸이는 동안 매쉬트 포테이토를 준비한다. 감자를 소금물에 삶아 건진 뒤 한김 날려 표면의 물기를 적당히 말린다.  

8. 매쉬용 도구로 으깬 뒤 달걀 노른자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넣는다. 간을 점검해 부족하면 소금을 더 넣는다. 취향껏 후추를 같이 넣어도 된다. 

9. 오븐 용기에 소를 담은 뒤 매쉬트 포테이토를 얹고 펼친다. 스패츌라를 이용해 용기 가장자리에서부터 가운데로 펼쳐 나가면 좀 더 쉽게 작업할 수 있다. 포크로 감자 표면을 일으켜 표면적을 넓혀 준다. 별모양 깍지 끼운 짜주머니에 담아 소용돌이를 내 가며 짜 얹어도 된다. 

 

10. 예열을 마친 오븐에 넣고 20분간, 혹은 노릇노릇 맛있어 보이는 구운 색이 날 때까지 굽는다. 

11. 뜨거울 때 선호하는 채소 익힌 것과 함께 낸다. 끝.

 

 

 

 

 

 

 

 

▲ 태어나서 처음 사 본 양고기.

간 고기도 지방 함량을 선택해서 살 수 있다.

 

 

 

 

 

 

 

 

▲ 속죄양. 미안해서일까? 죽은 짐승의 살을

이토록 아름답게 갈아서 내놓는 까닭은.

 

 

 

 

 

 

 

 

▲ 로즈메리.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향초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타임.

 

 

 

 

 

 

 

 

 

▲ 영국 민요에도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후렴구.

한국인들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 노래로 알고 있을 듯.

 

 

 

 

 

 

 

 

▲ 고든 램지의 영상과는 달리 즙이 좀 있어야 목 메이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너무 바싹 졸이지는 말자.

 

 

 

 

 

 

 

 

▲ 감자국에 사는 특권 중 하나 -

성분 좋고 맛있는 매쉬트 포테이토를 어느 수퍼마켓에서든 쉽게 살 수 있다는 것.

전자 레인지에 데운 뒤 달걀 노른자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별도로 넣어 주면 셰퍼즈 파이용 토핑 완성.

 

 

 

 

 

 

 

 

▲ 고든 램지처럼 포크로 표면을 긁어 주어도 되나,

별모양 깍지 끼운 짜주머니를 쓰면 깊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더 많이 생겨서 더 바삭해진다.

양털 모양과도 비슷해 재미있다.

피쉬 파이를 만들 때는 생선 비늘이나 파도 무늬를 내 주면 좋다.

 

 

 

 

 

 

 

 

▲ 양들이 모여 있는 것 같네. 소는 이미 익었으므로

감자 토핑에 먹음직스러운 구운 색이 나기만 하면 된다.

"어? 나 이 맛, 어디서 경험해 본 적 있는 것 같아!"

익숙한 맛의 셰퍼즈 파이.

 

 

셰퍼즈 파이의 맛

 

양고기도 처음 사 봤지만, 셰퍼즈 파이도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보았고, 셰퍼즈 파이 시식도 태어나서 처음 해봅니다. 몹시 설렜었죠. 그런데,

 

하하, 이거 너무나 익숙한 맛이 나는걸요? 어떤 맛이냐면요, 집에서 다들 쇠고기와 채소 갈아 넣은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해 드시죠? 이태리 음식인 줄 알고 만들어 먹고 있는 영국식 스파게티 '스팩 볼spaghetti Bolognese' 말예요. 그것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어린 양고기 자체가 쇠고기와 맛이 비슷한데다, 다른 재료들도 스팩 볼 소스와 거의 같으니 맛이 비슷할 수밖에요. (스팩 볼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양고기 맛을 아직 못 보신 분들 중에 시도해 보고 싶으나 낯선 이국의 고기에 거리낌이 있는 분들은 '준비운동' 차원에서 이 셰퍼즈 파이를 먼저 만들어 드시면 좋겠습니다. 부담 없이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영국인들의 '컴포트 푸드'인 셰퍼즈 파이 소개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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