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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당근 케이크, 캐롯 케이크 Carrot Cake 본문
오늘은 영국의 클래식 케이크인 당근 케이크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릴게요. 집에서 자주 굽는 케이크 중 하나입니다. 다쓰베이더 생일에도 당근 케이크를 구워 축하해주었죠. 서양인들에게는 이 당근 케이크가 아주 익숙한데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좀 낯설 겁니다.
"뭐어? 케이크에 당근을 갈아 넣어? 우웩, 역시 영국음식이군."
어라? 당근이 어때서요? 호박 케이크도 있고, 고구마 케이크도 있고, 비트루트 케이크도 있는데요. 영국에서 당근 케이크는 어느 수퍼마켓, 어느 제과점에서든 꼭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티타임 클래식 케이크 상위권에 꼽히거든요. 향도 좋고 촉촉하니 참 맛있습니다.
지금이야 저 적도 부근에서 사탕수수로 설탕을 잔뜩 생산해 전세계에 공급을 하고 있지만 옛 시절엔 지금과 같은 뽀얀 설탕 가루란 게 없었지요. 유럽인들은 그래서 단맛이 많이 나는 뿌리 채소, 이를 테면, 사탕무나 당근을 설탕 대용으로 많이들 썼습니다. 즙을 쓰거나 음식에 직접 갈아 넣곤 했죠. 꿀도 물론 있었지만 꿀은 아무나 얻을 수 있을 만큼 양도 안 나오는 데다 값도 무척 비쌌습니다. 꿀은 지금도 비싸잖아요. 근대에 들어와 설탕의 보급과 함께 쵸콜렛, 사탕, 과일 푸딩 등 달콤한 것들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당근 케이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가 2차대전 때 배급제를 하게 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수입품인 설탕의 배급이 제한되던 시절이라 다들 자기 집 정원에 당근을 심어 단맛을 얻었죠.
한국에서도 요즘 당근 케이크 파는 집이 많아졌는데, 재료들을 보니 맛을 내는 핵심 재료인 이국 향신료들은 역시나 죄 빠져 있더군요. 기껏해야 시나몬 가루나 조금 넣는 정도입니다. 다채로운 이국의 향을 즐기게 되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아래에 조리법을 정리해드릴 테니 향신료도 빼지 말고 다 넣어보세요. 제이미 올리버의 조리법에서 재료의 양을 좀 조절했습니다. 모양은 제가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서 즐겨 사 먹던 당근 케이크를 본떠 만들었습니다. 단종되고 새 제품이 나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아, 제가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움화화.
먼저, 케이크.
• 무염 버터 250g,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것으로 (식용유로 대체하거나 식용유와 버터를 섞어서 써도 되는데, 버터만 쓰는 것이 옛 시절 당근 케이크에 더 가깝습니다. 식용유를 쓰면 결과물이 더 촉촉해집니다.)
• 라이트 브라운 소프트 슈가light brown soft sugar 150g
• 달걀 알 굵은 것으로 5개, 흰자 노른자 분리해 놓을 것
• 오렌지 1개, 껍질zest과 즙 모두 씀
• 팽창제 든 케이크용 밀가루self-raising flour 170g
• 베이킹 파우더 1작은술 살짝 높게 뜬 것 [1작은술=5 ml]
• 아몬드 가루 100g
• 호두 100g 잘게 다진 것 + 장식용 조금
• 시나몬 가루 수북이 뜬 1작은술
• 생강가루 1/2 작은술
• 정향clove 가루 낸 것 한 꼬집pinch
• 넛멕nutmeg 가루 낸 것 한 꼬집
• 당근, 강판에 북북 간 것 250g, 곱게 갈든 굵게 갈든 굵기는 취향껏 조절.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2. 버터와 설탕을 잘 섞어 준다. 설탕 지근거리는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버터의 부피가 늘어 뽀얗게 될 때까지 한참을 쳐줘야 한다. 핸드 믹서를 쓰면 시간도 단축되고 몸도 편하다.
3. 달걀 노른자를 한 번에 하나씩 넣어가며 잘 섞어준다.
4. 오렌지 즙과 강판에 간 껍질zest을 넣는다.
5. 달걀 흰자만 남겨 놓고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넣고 잘 섞는다.
6. 달걀 흰자를 기름기와 물기가 없는 깨끗한 용기에 담고 단단한 거품을 내준다.
7. 흰자 거품을 위의 반죽에 살살 섞어 준다.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섞어야 한다.
8. 오븐 예열이 충분히 되었으면 케이크 틴에 담아 구워 준다. [어떤 틴이든 상관 없으나, 틴 바닥 면적이 너무 작아 케이크 반죽 높이가 높아질수록 케이크가 무거워지고 굽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저는 사각 트레이에 펼쳐서 구웠는데, 영국식 샌드위치 틴 두 개에 나누어 구운 뒤 크림치즈 혼합물로 '샌드' 해도 좋습니다. 취향껏 하세요. 굽는 시간은 베이킹 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달라지니 각자 정하시면 됩니다. 케이크가 2/3 정도 익기 전까지는 오븐 문 열지 마시고요. 부풀다 말고 푹 꺼집니다.]
그 다음, 아이싱.
• 마스카포네 치즈 100g
• 크림치즈 200g
• 아이싱 슈가 80g
• 라임 2개, 강판에 간 껍질zest과 즙 모두 씀.
위의 재료들을 한데 넣고 잘 섞어주면 됩니다. 케이크가 완전히 식은 다음 아이싱을 올려야 합니다. 장식으로 당근 모양 쵸콜렛을 올려도 좋고 호두 다진 것을 올려도 좋습니다.
▲ 오렌지와 라임과 이국 향신료의 향.
한 조각 먹고 나면 먼 나라로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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