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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토드인더홀 Toad in the Hole 굴 속 두꺼비 본문
집에서 만들어 먹어 본 영국음식들을 계속해서 소개해 봅니다. 고든 램지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릴게요. 집에 고든 램지 요리책이 많거든요. 채리티 숍에 가면 자주 보여서 잘 집어 옵니다. 어, 그러고 보니, 이 양반이 스콧이네요. 잉글랜드에 자리잡은 스콧이라 이번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에는 표를 행사할 수 없었지요. 잉글랜드에서 성공한 사람이니 마음 속으로는 아마 독립 반대를 지지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잉글랜드에 살고 있는 스콧들이 많아 사실 독립하는 것이 실익이 없어요. 꼬장 부려서 자치권이나 자꾸 더 얻어내는 게 현명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음식은 '토드 인 더 홀'. 흙집에 들어앉은 두꺼비를 떠올려 보세요. 이름 재미있게 잘 지었죠? 생소세지를 요크셔 푸딩 반죽과 합쳐 오븐에 굽는 요리로,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 뱅어스 앤 매쉬와 이 토드 인 더 홀이 영국의 대표적인 소세지 요리로 꼽힙니다.
소세지 선택
전통적으로는 후추와 넛멕 등의 향신료로 맛낸 컴벌랜드 소세지를 씁니다만, 요즘 사람들은 취향껏 소세지를 골라 쓰기도 합니다. 소세지 맛이 워낙 다양해졌으니까요. 저는 전통 방식 대로 컴벌랜드 소세지를 쓰겠습니다. 영국인들은 예로부터 조제하지 않은 생소세지를 즐깁니다. '뽀득탱탱'하지 않고 햄버거 패티처럼 '꼬득꼬득' 고기 씹는 맛이 물씬 나면서 즙이 많아 저는 영국식 생소세지를 아주 좋아합니다.
팬 선택
1.5리터 용량의 직사각형 금속 팬이 필요합니다. 팬 용량이 안 맞으면 요크셔 푸딩이 잘 부풀지를 않으므로 가급적 용량을 맞춰 주셔야 합니다. 용량뿐 아니라 팬의 형태와 재질도 중요합니다. 영국인들은 직사각형 금속 팬을 선호합니다. 확실히 직사각형 금속 팬에 만들었을 때가 질감과 맛 모두 더 낫습니다. 위의 고든 램지 것도 직사각형 금속 팬을 쓰고 있죠. 유리와 도자기 재질은 금속만큼 충분히 달궈지질 못해 추천하지 않으렵니다.
4인분을 만들겠습니다. 소세지는 일인당 두 개씩 계산해 넣어 주시면 됩니다. 익히지 않은 영국식 생소세지를 써야 고온에서 장시간 굽고 나도 소세지가 퍽퍽하지 않습니다.
고든 램지의 토드 인 더 홀
[4인분]
재료
• 1.5리터 용량의 직사각형 금속 팬
• 질 좋은 영국식 수제 생소세지 8개
• 올리브유 2큰술 [30ml]
• 밀가루plain flour 150g
• 소금 1/2 작은술 [1작은술=5ml]
• 달걀, 알 굵은 걸로 2개
• 우유 150ml
만들기
1. 오븐을 22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200˚C.
2. 1.5리터 용량의 금속 오븐 용기에 기름을 2큰술 두른다. 기름이 용기 바닥에 골고루 덮여야 한다. 소세지를 넣고 뒤적뒤적 굴려 소세지 표면에 기름 막을 입힌다. 골고루 구워지게 하려는 것이다.
3. 예열을 마친 오븐에 넣고 10분 정도 굽는다. 집집마다 오븐의 성격이 다 다르므로 시간은 알아서 정해야 한다. 나중에 반죽을 넣고 또 구워야 하므로 소세지를 지금 너무 다 익히지 않아도 된다.
4. 소세지가 구워지는 동안 요크셔 푸딩 반죽batter을 만든다. 밀가루, 달걀, 소금, 우유를 푸드 프로세서에 한데 넣고 멍울 없이 곱게 잘 풀어 준다. 중간 중간 작동을 멈추고 옆에 붙은 반죽을 스패츌라로 잘 긁어서 본 반죽에 합쳐준다. 푸드 프로세서가 없으면 우묵한 그릇에 담고 핸드 믹서로 작업해도 된다. 핸드 믹서가 없으면 그냥 거품기를 써서 손으로 쳐도 된다. 뭉친 것 없이 곱고 묽은 반죽이 나오기만 하면 된다. 반죽이 군데군데 뭉쳐 있으면 잘 부풀지 않는다. 아래와 같은 묽은 반죽이 나와야 한다.
5. 소세지가 적당히 익었으면 오븐에서 꺼내 반죽을 부어 준다. '촤아아아' 소리를 내며 가장자리가 지글지글 끓을 것이다. 끓는 모습이 안 보이거나 신통찮게 끓으면 온도가 충분히 높지 않았다는 소리. 이렇게 되면 요크셔 푸딩이 잘 부풀지를 않고 무겁고 딱딱해진다. 고로, 유리나 도자기 용기보다는 금속 용기를 쓸 것을 권한다.
6. 반죽을 다 부었으면 재빨리 오븐에 다시 넣어 약 30분간 굽는다. 오븐에서 꺼내 반죽 붓고 다시 넣을 때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요크셔 푸딩은 좌우간 뜨거워야 제대로 부풀므로 팬이 식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름 두른 뜨거운 팬을 다루는 것이니 신속하게 하되 조심조심 다룬다. 부엌 주변에 아이가 얼쩡거리지 않도록 한다. 끝.
주의 사항
구울 동안 궁금하다고 오븐 문을 열면 아니 되옵니다. 집집마다 오븐 성격이 다 다르니 굽는 시간은 알아서 조정을 해야 하고요. 짙은 갈색이 날 때까지 구워 줘야 겉은 바삭거리면서 속은 밀가루 날내 없이 뽀얗고 쫀득해집니다.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바삭할 때 바로 제공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푸욱 꺼지고 질겨져요.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죠. 식어도 맛은 여전히 좋긴 하지만 바삭한 식감은 사라집니다. 높은 온도에서 조리한 뒤 지체없이 바로 제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곁들이는 음식들은 미리 식탁 위에 다 차려 놓고 기다리세요.
단순한 반죽이지만 맛이 참 좋아서 고기 없이 요크셔 푸딩만 구워 어니언 그레이비만 끼얹어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죽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맛이 중립적이라 짭짤한 식사용으로도, 새콤달콤하게 조린 과일을 곁들여 간식처럼 먹어도 참 좋죠. 본식과 후식에 모두 쓸 수 있는 쓰임새 많은 즉석빵입니다.
이건 다른 날 해먹었던 것.
으어어어, 맛있습니다.
뜨거운 소세지, 고소한 요크셔 푸딩, 달달한 어니언 그레이비의 조화가 훌륭!
▲ 영국 가정요리계의 대모 딜리아 스미쓰Delia Smith
딜리아 스미쓰의 방식으로도 한번 구워 봅니다. 소세지를 오븐에 굽지 않고 오븐의 그릴 기능을 이용해서 굽는다는 차이가 있고, 반죽에 우유뿐 아니라 물도 같이 쓴다는 것이 다릅니다. 반죽 양도 반으로 줄었습니다. 이것도 금속 재질의 용량 1.5리터짜리 팬을 씁니다.
딜리아 스미쓰의 토드 인 더 홀
[3~4인분]
재료
• 1.5리터 용량의 직사각형 금속 팬
• 질 좋은 영국식 수제 생소세지 6~8개 일인당 소세지 두 개씩 제공
• 식용유 40ml
• 밀가루plain flour 75g
• 달걀 굵은 걸로 1개
• 부분 탈지유semi-skimmed milk 75ml
• 물 55ml
• 소금·후추 취향껏
1. 먼저, 포장의 지시 대로 소세지를 그릴에 앞뒤로 골고루 구워 준다. 나중에 반죽과 함께 또 익힐 것이므로 지금 너무 많이 익히지 않아도 된다. 소세지는 고든 램지처럼 오븐에 구울 수도, 딜리아 스미스처럼 그릴에 구울 수도 있는데, 오븐에 굽는 것이 팽팽하고 포동포동해서 보기에는 더 예쁘다. 그릴에 구운 것은 표면이 쪼글쪼글해져서 오븐에 구운 것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대신 소세지 겉이 좀 더 쫄깃해진다. '찔깃'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릴에 구운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오븐에 구운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으니 취향껏 선택한다.
2. 1.5리터 용량의 오븐 용기에 기름을 두르고 소세지 그릴하는 곳 밑 단에 넣어 같이 달궈 준다. 그리고 나서 반죽을 만들기 시작한다.
3. 우묵한 그릇에 밀가루를 체쳐 넣는다. 가능한 한 높이 들고 체를 친다. 밀가루 안에 공기 층이 많이 생기면 요크셔 푸딩이 한결 가벼워진다.
4. 소금·후추를 넣는다.
5. 가루류 가운데에 달걀을 넣고 핸드 믹서로 잘 섞는다.
6. 우유와 물을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조금씩 부어가며 잘 섞어 준다.
7. 소세지가 구워져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8. 소세지가 적당히 익었으면 그릴에서 꺼내고 소세지 밑 단에 넣었던 오븐 용기도 꺼낸다.
9. 그릴 기능을 끄고 오븐 기능을 켠다. 컨벤셔날 오븐은 220˚C도, 팬 오븐은 200˚C. 그릴의 열이 남아 있어 예열이 금방 될 것이다.
10. 오븐 용기를 가스 불에 올려 식지 않도록 한다.
11. 그릴한 소세지를 적당한 간격으로 배열하고 반죽을 붓는다.
12. 예열된 오븐에 넣고 약 30분간 굽는다. 오븐마다 성능과 성격이 다르니 시간은 알아서 조절해야 한다. 구운 갈색이 나면 된다.
13. 접시에 담아 어니언 그레이비를 끼얹어 먹는다. 어니언 그레이비 만드는 데도 시간이 비슷하게 걸리니 토드 인 더 홀과 어니언 그레이비를 거의 동시에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혼자서 동시에 해내기가 힘들면 어니언 그레이비를 먼저 만들어 식지 않게 보관을 해 둔다. 어니언 그레이비는 완성된 뒤에도 기다려 줄 수 있지만 토드 인 더 홀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오븐에서 꺼내자 마자 바로 먹어야 맛있다.
으어어어, 이것도 맛있습니다. 1.5리터 오븐 용기를 쓰는 건 고든 램지와 딜리아 스미쓰가 둘 다 같은데, 반죽 양이 반으로 줄어서 그런지 딜리아 것이 좀 더 가뿐하게 부풀어 가벼운 느낌이 나네요.
저는 앞으로 토드 인 더 홀 만들 때 소세지는 고든 램지 방식으로 익히고, 반죽은 딜리아 스미쓰 것을 쓰기로 했습니다. 둘의 장점만 취하겠다는 거지요.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쫀득쫀득한 요크셔 푸딩, 그리고 꼬득꼬득 씹히는 소세지. 가을·겨울철 컴포트 푸드로 제격입니다. ■
☞ 토드 인 더 홀에 끼얹는 어니언 그레이비 만들기
☞ 영국 생소세지들
☞ 컴벌랜드 소세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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