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어니언 그레이비 세 가지 Onion Gravy

 

 

 

▲ 소세지와 요크셔 푸딩으로 구성된

<굴 속 두꺼비Toad in the Hole>

 

 

영국음식에 자주 곁들여지는 그레이비gravy. 그레이비 중에서도 오늘은 소세지 요리에 곁들이는 어니언 그레이비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니언 그레이비 만드는 방법은 집집마다, 혹은 요리사마다 달라서 정해진 레서피란 게 없어요. 같은 요리사라 해도 소세지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하냐에 따라 어니언 그레이비의 재료가 또 달라지기도 하죠. 어니언 그레이비를 곁들이는 영국 소세지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 토드 인 더 홀
☞ 뱅어스 앤 매쉬

 

쇠고기 요리를 할 때는 쇠고기에서 나오는 육즙을 써서 그레이비를 만들면 되지만 소세지를 익힐 때는 육즙이란 게 생기질 않지요. 그래서 육수나 채수를 따로 준비했다가 부어주어야 합니다. 만드는 이마다 어니언 그레이비에 쓰는 재료가 다 다르긴 하지만 버터, 양파, 밀가루, 육수는 공통으로 들어갑니다. 그 외 풍미를 좋게 하기 위한 재료는 만드는 이의 취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의 세 어니언 그레이비 레서피를 비교해서 보세요. 고든 램지는 풍미와 활기를 위해 잉글리쉬 머스타드와 레드커런트 젤리와 우스터셔 소스를, 제이미 올리버는 레드 와인과 발사믹 비니거를 씁니다. 딜리아 스미스는 양파 자체의 깊은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양파를 네모나게 썰어 가장자리까지만 태우는 캬라멜화 방식을 쓰고 있고요.

 

 

 

 

 

 

 

▲ 고든 램지의 어니언 그레이비

 

고든 램지의 어니언 그레이비

 

• 버터 20g
• 붉은 양파 2개, 가늘게 채썰기
• 밀가루 1.5큰술 [1큰술=15 ml, 1작은술=5 ml]
• 닭육수 300ml
• 잉글리쉬 머스타드 1작은술 디종 머스타드보다 더 맵고 쓴맛은 적음
• 레드커런트 젤리, 평평하게 깎아서 2큰술 아래 사진과 설명 참조
• 우스터셔 소스, 양은 취향껏 ☞ 우스터셔 소스 게시물 참조
• 소금 · 후추 취향껏

1. 중불에 소스팬이나 소테팬을 올려 버터를 녹인 뒤 양파를 넣어 투명해지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약 8~10분 소요.

2. 밀가루를 넣고 볶는다. 약 2분 소요.

3. 닭육수를 붓고 보글보글 얌전히 끓인다simmer.

4. 잉글리쉬 머스타드, 레드커런트 젤리, 우스터셔 소스를 넣고 걸죽해질 때 까지 보글보글 얌전히 끓인다. 숟가락이 느슨하게 코팅될 정도의 농도가 나와줘야 한다.

5. 소금 · 후추로 간한다.

 

평가
어니언 그레이비는 원래 설탕을 따로 넣지 않고 양파와 부재료들로 단맛을 냅니다. 고든 램지의 어니언 그레이비는 단맛이 강한 붉은 양파를 쓰고 레드커런트 젤리를 넣기 때문에 다른 어니언 그레이비에 비해 달아요. 짜장 소스나 하이라이스 소스 같은 단 갈색 소스에 익숙한 우리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으리라 봅니다. 단 게 싫은 분들은 레드커런트 젤리 양을 줄여서 넣으시면 됩니다.

 

 

 

 

 

 

 

레드커런트 젤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잼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요, 잼처럼 과일 건더기를 함께 넣지 않고 걸러서 맑은 액체만 쓰기 때문입니다. 소스에 쓰기에는 훨씬 편하죠. 영국인들은 이 레드커런트 젤리를 고기 요리를 위한 소스에 많이 활용을 합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색과 향이 짙은 사냥 고기game나 붉은 고기에 잘 어울립니다. 레드커런트 젤리가 든 대표적인 소스로는 컴벌랜드 소스를 들 수 있겠네요. 레드커런트는 어떻게 생겼냐면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길 가다가도 자주 봅니다. 영국 기후는 베리 생장에 매우 적합해 길가 덤불이나 공원에 이런저런 베리들이 그냥 무심히 열려 있어요. 우리 집 마당에는 지금 블랙베리가 익어가고 있지요.

 

 

 

 

 

 

 

▲ 제이미 올리버의 어니언 그레이비.

레드 와인과 발사믹 비니거를 넣어 색이 진하다.

 

제이미 올리버의 어니언 그레이비

 

• 버터 20 g
• 양파 2~3개, 가늘게 채썰기
• 마늘 2알, 잘게 다지기
• 밀가루 2작은술 [1작은술 = 5 ml]
• 레드 와인 75 ml
• 닭육수나 채수 250 ml
• 발사믹 비니거 1~2큰술 [1큰술 = 15ml]
• 소금 · 후추 취향껏

 

1. 중약불에 소스팬이나 소테팬을 올려 버터를 녹인 뒤 양파와 마늘 넣고 황금색이 나면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너무 자주 젓지 말고 가끔씩 저어주되, 건조해지면 물을 소량씩 첨가해도 된다.

2. 황금색이 나고 부드러워지면 뚜껑 덮고 약불에 갈색 날 때까지 더 익힌다. 갈색을 내되 태우면 안 된다. 약 10분 소요.

3. 밀가루를 넣고 볶는다. 약 2분 소요.

4. 레드 와인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알콜을 날린다. 약 2~5분 소요.

 

5. 닭육수나 채수를 넣고 소금 간을 한 뒤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보글보글 얌전히 끓인다simmer. 약 15분 이상 소요.

6. 불을 끄고 발사믹 비니거와 후추를 뿌려 잘 섞은 뒤 제공한다.

 

평가
저는 닭육수를 써서 만들었습니다. 육수 맛에 마늘과 와인 풍미가 물씬 나고 시큼하기까지 해서 프렌치 어니언 수프 느낌이 많이 납니다. 어니언 그레이비치고는 매우 '프렌치'하네요. 영국인들은 여간해서 그레이비나 소스에 마늘을 넣지 않습니다. 이 레서피는 맛있기는 한데 영국식 그레이비라고 하기에는 맛이 많이 낯섭니다. 어니언 그레이비를 곁들이는 영국음식들은 대개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들이죠. 컴포트 푸드에 걸맞은 은은하고 푸근한 영국식 어니언 그레이비로 즐기고 싶은 분들은 발사믹 비니거를 1큰술만 넣어도 충분하겠습니다. 2큰술 다 넣었더니 제 입맛에는 좀 십니다. 발사믹 비니거는 완성된 뒤 불을 끄고 넣는 것이니 일단 1큰술만 넣어 맛을 보시고 취향껏 더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 딜리아 스미스의 어니언 그레이비.

양파는 밑에 가라 앉았음. 휘저은 뒤 끼얹어야 함.

 

 

딜리아 스미스의 어니언 그레이비

양파를 채 썰지 않고 짜장면 양파처럼 네모나게 썹니다. 그 뒤 센불에서 양파의 가장자리가 까맣게 탈 때까지 볶아줍니다. 채수vegetable stock를 붓고 끓이게 되면 살짝 탄 양파의 가장자리가 산산이 부서져 그레이비 전체에 골고루 퍼지게 되는데, 이게 불맛 비슷한 묘한 훈향을 그레이비에 더하게 됩니다.

• 향 적게 나는 식용유 2작은술 [1작은술 = 5ml]
• 양파 큰 것 1개, 짜장면 양파처럼 네모나게 썰기
• 버터 20 g
• 밀가루 평평하게 깎은 1큰술 [1큰술 = 15 ml]
• 잉글리쉬 머스타드 파우더 평평하게 깎은 1작은술
• 채수 425 ml
• 우스터셔 소스 2작은술
• 소금 · 후추 취향껏

1. 센불에 소스팬이나 소테팬을 올려 기름을 두르고 양파의 가장자리가 까매질 때까지 볶는다.

2. 중불로 낮추고 버터를 넣는다.

3. 밀가루를 넣고 부지런히 손을 놀려 타지 않게 볶는다.

4. 머스타드 파우더를 넣고 타지 않게 볶는다.

5. 채수를 붓는다.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단계를 나누어 조금씩 부어주면서 덩어리진 것들을 잘 풀어줘가며 끓인다.

6. 숟가락 뒤를 느슨하게 코팅할 정도의 농도가 되면 불 세기를 더 낮춘다.

7. 우스터셔 소스를 넣고 소금·후추를 취향껏 친다.

8. 약 10분간 얌전히 보글보글simmer 끓인 뒤 불에서 내린다.

평가
양파 맛이 물씬 나는 그야말로 '어니언' 그레이비입니다. 양파를 채 썰지 않고 깍둑 썬 탓에 짜장 소스 같은 느낌도 좀 납니다. 고든 램지의 어니언 그레이비보다는 단맛이 덜 납니다. 끓이는 동안 맛을 한번 보세요. 활기kick가 더 필요하다 싶으면 우스터셔 소스를 더 넣으시면 됩니다. 양파의 태운 가장자리 부분 때문에 불맛이 은은하게 풍깁니다.

 

 

☞ 영국음식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