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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이태리 페코리노 토스카노 Pecorino Toscano 양젖 치즈 본문
▲ 토스카나Toscana.
저는 '뻬꼬리노'가 체다나 브리처럼 특정 치즈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뻬꼬리노가 이태리어로 그저 '양젖 경성 치즈'라는 뜻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적이 놀랐더랬습니다. (뻬꼬리노는 양羊이라는 뜻의 이태리어 'pecora'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이태리에 양젖 치즈가 이거 하나뿐일 리 없지요. 소젖 치즈가 다양하듯, 또 염소젖 치즈가 그토록 다양하듯, 이태리에도 양젖 치즈가 여럿 있지 않겠습니까. 영국에도 다양한 양젖 치즈가 있으니까요.
이태리의 뻬꼬리노 치즈가 지역별로 세분된다는 것은 이 치즈를 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치즈 포장에 '뻬꼬리노 토스카노'라는 이름이 떠억. 어라? 뻬꼬리노는 무조건 뒤에 '로마노'가 붙는 거 아니었어? 토스카나 지방의 양젖 치즈라... 그 소리인즉슨, 이태리 다른 지역에도 뻬꼬리노가 있다는 거잖아요? 아니나다를까, 치즈선반을 살펴보니 과연 뻬꼬리노 싸르도, 뻬꼬리노 로마노 등 다양한 뻬꼬리노가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뻬꼬리노 '토스카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태리 정부에 의해 DOP로, 유럽 연합에 의해서는 PDO로 보호를 받고 있는 치즈입니다. 집 근처 <웨이트로즈Waitrose> 수퍼마켓에서 사 왔는데, 이 치즈는 3개월만 되어도 많이 숙성한 것으로 친다고 합니다. 숙성 20일만에도 먹을 수는 있지만, 경성 치즈라는 이름에 걸맞은 옹골찬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최장 6개월까지도 숙성을 시킨다고 합니다.
맛
짜지 않으면서 견과류처럼 고소합니다. 우유 풍미도 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삶은 밤 같은 고소한 맛, 영국 랑카셔Lancashire 치즈 먹을 때 나는 우유의 신선하면서 고소한 맛, 기분 좋을 정도의 아주 약한 산미, 그리고 단맛도 적게나마 갖고 있습니다. 이 치즈는 우마미보다는 고소한 맛으로 먹는 치즈인 것 같습니다. 양젖 경성hard 치즈이다 보니 스페인의 어린 만체고와도 느낌이 비슷한데, 만체고에 비하면 특유의 양젖 풍미가 덜 나고 잡내가 덜 나서 먹기가 좀 더 낫습니다. 전반적으로 맛이 순합니다. 껍질에서는 영국 블루 치즈에서 나는 '숭악한' 메주향이 나지만 속살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 치즈는 껍질을 먹지 않습니다.)
질감
껍질쪽에 가까울수록 건조해져 질감이 까실거리는데, 맛만 삶은 밤과 비슷한 게 아니라 질감도 비슷합니다. 마치 삶은 밤 먹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껍질 가까운 쪽을 꿀에 찍어 먹어 보았더니 정말로 '바밤바' 맛이 납니다. 질감은 단단하면서 잘 바스라지나 수분이 제법 있어 촉촉하고, 씹으면 살짝 쫀득거리면서 입 안에 들러붙습니다.
스위스의 아펜젤러 치즈처럼 뻬꼬리노 토스카노도 표면을 술츠sultz 같은 걸로 닦아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술츠 성분이 재미있습니다. 토마토 으깬 것, 재ash, 올리브 오일 등을 쓴답니다. 이태리스럽죠.
맛이 순해서 열을 가하는 요리에 넣으면 존재감이 없을 듯합니다. 요리용보다는 샐러드에 넣거나 테이블 치즈용으로 더 적합할 것 같네요. 경성 치즈라서 영양이 농축돼 있으면서도 짜지 않아 치즈를 통해 칼슘 섭취를 하고 싶은 분들께 적합하겠습니다. 에멘탈도 짜지 않고 칼슘이 많아 즐겨 먹는데, 이 치즈는 에멘탈에 있는 쓴맛이 없어 먹기가 좀 더 낫습니다. 에멘탈은 대신 탄력이 있어 '치감'이 좋지요.
뻬꼬리노 '토스카노'는 양젖 치즈 초심자에게 안심하고 권할 만한 안 짜고 순하고 아주 고소한 치즈입니다. '토스카노'에 작은따옴표로 힘을 준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꼬릿하고 강렬한 맛의 뻬꼬리노가 아니니 살 때 주의하시라는 의미입니다. 파스타에 갈아 넣는 뻬꼬리노는 '뻬꼬리노 로마노'(까르보나라)나 '뻬꼬리노 싸르도'(바질 페스토 트로피에)입니다. 포장의 문구를 잘 살펴서 실수 없이 고르세요. 뻬꼬리노 토스카노는 삶은 밤 맛의 고소하고 순한 테이블 치즈다,라고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곁들이 술은 'Morellino di Scansano' 같은 레드 와인이나 'Moscadello di Montalcino' 같은 디저트 와인을 권하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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