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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이태리 페코리노 로마노 Pecorino Romano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이태리 페코리노 로마노 Pecorino Romano

단 단 2015. 1. 16. 23:28

 

 

 

뻬꼬리노 로마노는 이탈리아 양젖 경성 치즈(= 뻬꼬리노)들 중 숙성 기간이 길고 맛이 강한 편에 속해 요리용으로 많이 씁니다. 최소 5개월에서 8개월 정도 숙성시키며, 그 이상도 갈 수 있습니다.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만든 것들만 노란색-빨간색 PDO 인장을 받을 자격이 주어집니다. 

 

로마 사람들이 까르보나라에 갈아 넣는 치즈가 바로 이 치즈입니다. 뻬꼬리노 중에서는 이 로마노가 가장 대중적이어서 심지어 한국 마트에서도 볼 수 있죠. 지역별로 자기네 뻬꼬리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명을 딴 뻬꼬리노 중에서는 뻬꼬리노 로마노, 뻬꼬리노 싸르도, 뻬꼬리노 토스카노, 뻬꼬리노 시실리아노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 뻬꼬리노 싸르도 돌체:

20일에서 60일 정도 숙성. 촉촉한 어린 치즈 만들기에 적합하도록 응유curd를 헤이즐넛 크기로 잘라 수분whey이 비교적 덜 빠져 나가게 함

 

 뻬꼬리노 싸르도 마뚜로:

60일 이상 숙성. 단단하면서 풍미 짙은 숙성 치즈 만들기에 적합하도록 응유를 옥수수 알갱이 크기로 좀 더 잘게 잘라 수분이 더 많이 빠져 나가게 함. 

 

 뻬꼬리노 로마노:

최소 5개월(150일. 테이블 치즈용)에서 8개월(요리용) 가량 숙성, 그 이상도 가능. 밀알 크기로 잘라 장기 숙성에 적합토록 함.

 

뻬꼬리노 로마노는 기원전 1세기에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치즈로, 당시 로마 군인들의 중요한 배급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옛날에는 로마에서 만들었다 쳐도, 오늘날에는 세계 최고 인기 관광지가 된 로마 어디에 양을 키우고 젖을 짜고 치즈 만드는 장소가 있다는 걸까요?

 

오늘날에는 싸르데냐Sardegna, 라치오Lazio, 그로쎄토Provincia di Grosseto에서 뻬꼬리노 로마노를 만들고, 이 세 지역에서 만든 것만 PDO 인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뭣이? 뻬꼬리노 '로마노'인데 로마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싸르데냐는 자기네 뻬꼬리노가 따로 있는데? 

 

 

 

 

 

 

 

 

 

기원전부터 기록이 있다는 오래된 수제 치즈를 요즘은 저렇게 규모 큰 첨단 설비에서 생산하니 격세감을 느낍니다. 알파인 치즈들처럼 뻬꼬리노들도 옛 시절에는 숙성시키는 동안 말라서 쩌억 갈라지지 않도록 표면을 액체로 반복해 닦아주었다는데, 이때 이태리답게 올리브 오일을 썼다고 하네요. 요즘은 숙성 자체를 잘 통제되는 습한 환경에서 시키기 때문에 소규모로 생산하는 아티잔 치즈가 아닌 공장제 대량생산품에는 이 작업이 빠집니다. 영상을 보니 자동화, 첨단화 설비에서 생산하는 오늘날에도 몇몇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나 봅니다.

 

뻬꼬리노 로마노의 생산 과정

집유 → 원료 적합성 검사 → 가온처리(thermisation. 저온단시간살균. 최대 68˚C에서 최소 15초 이상. 온도가 낮아서 '비살균 치즈unpasteurised cheese'로 분류됨)  응고 효소 넣고 30분 가량 굳히기(38-40˚C) → 응유 잘게 잘라 유장 빼기(45-48˚C. 그래서 'cooked cheese'로 분류됨) 압착 및 성형 → 뒤집기(수 회) → 산도(Ph level) 측정 레진 원통에 옮겨 담고 잉여분 제거해 모양 다시 다듬기 치즈 표면에 치즈 정보 새기기(생산 개시 후 24시간 경과) 치즈 표면에 건염 처리하기(수 회) 숙성(10-12˚C 습한 환경에서 최소 150일) 평가  출고

 

 

  

 

 

 

 

 

 

호기심에 맨입에도 몇 번 먹어보았는데요, 판매처들은 대개 요리용 장기 숙성품만 갖다 놓기 때문에 맛이 상당히 강합니다. 강한 우마미 탓에 '미원'맛이 나면서 목이 따가울 정도로 맵기까지 해 한 조각 먹고 나서 바로 '윽, 요리용이구나.' 간파했죠.  양젖 경성 치즈 특유의 양털기름향인 라놀린lanolin향도 나고요. 

 

한 덩이 사다가 까르보나라 만들 때 치즈갈이로 신나게 갈아 넣어보세요. 현지에서는 까르보나라 외에 육류나 채소 요리에도 많이 쓴다고 합니다. 맛을 굳이 비교하자면, 소금이 훨씬 더 많이 들어 더 짜고 더 '쨍'sharp 뻬꼬리노 로마노보다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갈아 넣은 까르보나라 쪽이 좀 더 둥글고well-balanced 복합적complex인 맛이 나서 저는 더 맛있었습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여러 음식을 통해 맛볼 수 있지만 뻬꼬리노 로마노를 쓰는 음식은 그만큼 많지는 않으니 '정통'을 고수하셔도 되고요. 뻬꼬리노 로마노를 쓴 까르보나라도 개성 있고 맛있습니다. 까르보나라 재료에서 조제고기와 달걀을 빼고 대신 버터와 올리브 오일을 넣은 카쵸 에 페페cacio e pepe ('치즈와 후추'라는 뜻) 파스타도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뻬꼬리노 로마노 레서피입니다. ■    

 

 

 

이탈리아 치즈 - 뻬꼬리노 싸르도 

이탈리아 치즈 - 뻬꼬리노 토스카노

이탈리아 치즈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뻬꼬리노 로마노를 쓰는 요리 - 까르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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