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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 브레드 소스 Bread Sauce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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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 브레드 소스 Bread Sauce

단 단 2014. 12. 20. 00:00

 

 

 

 

 

영국인들의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오르는 소스, 두 번째 시간이 되겠습니다. 이름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브레드 소스'입니다. 중세 때부터 존재하던 '빵 소스'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게 이 브레드 소스라고 하네요. 뼈대 있는 소스입니다.

 

제가 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들을 소개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이 소스를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잠시 고민을 했었습니다. 증점제thickener로 먹다 남긴 빵을 쓰다니, 안 될 것은 없다만,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명절에... 명절인데 너무 '빈티' 난다고 생각했었죠.

 

다 만들고 나서 한입 먹어보고는 다쓰 부처 깜놀.
이거 소개 안 했으면 어쩔 뻔!

 

미슐랑 2-스타 셰프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영국의 서민 음식인 펍 음식들pub grub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영국식 푸짐함과 따뜻함은 잃지 않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이 소스는 먹다 남긴 마른 흰 빵으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호밀rye 빵으로 만들면 풍미가 훨씬 좋다고 합니다. 호밀빵을 준비해주세요. 미슐랑 스타 셰프 레서피답게 일반 브레드 소스 레서피보다는 약간 더 번거롭습니다. 감안하시고요. 레서피 나갑니다.

 

 

 

 

 

 

 



재료

 

 호밀빵 슬라이스 반 덩이
우유 200ml
더블 크림 100ml
버터 50g
팔각star anise 2개
정향clove 2개
코리안더 씨앗coriander seed 1작은술
계핏가루 1작은술
흰 후추알 1/2작은술
회향fennel seed 1/2작은술
소금 후추 취향껏


만들기

 

1. 오븐을 120˚C로 예열한다. 팬 달린 오븐은 100˚C.


2. 호밀빵 슬라이스들은 겉껍질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베이킹 트레이에 겹치지 않게 배열한다. 1시간 정도 굽는다. 색을 내며 굽는다기보다는 수분을 날려 바삭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 오븐에서 꺼내 완전히 식혀 둔다.


3. 호밀빵이 다 식었으면 블렌더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아주 고운 가루가 될때까지 간다. 바싹 말렸기 때문에 정말 고운 가루가 나온다.


4. 소스팬에 우유, 크림, 버터, 향신료들을 한데 넣고 강불에 올린다.


5.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려 유막이 형성되지 않게끔 뚜껑을 덮고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식을 동안 향신료가 액체에 우러날 것이다.


6. 완전히 식었으면 위의 액체를 체로 걸러 다른 소스팬에 받는다. 약 300ml가 나올 것이다. 건져낸 향신료들은 버린다.


7. 위의 액체를 다시 강불에 올려 끓인다.


8.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고 곱게 간 호밀빵가루 30g을 넣는다. 알맞은 농도가 될 때까지 약 6~8분간 저어 준다.


9. 너무 걸죽해지면 버터를 소량 더 넣어도 된다.


10.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상에 낸다.


11.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낼 때는 우유를 조금 첨가해 약불에 데우면 된다. 농도는 그야말로 만드는 이의 입맛에 달렸으니 취향껏 정한다. 끝.

 

 

 

 

 

 

 



진한 유제품 풍미와 호밀빵과 향신료가 어우러져 가히 천상의 맛을 냅니다. 마치 견과류 소스 같기도 하고요. 원래는 흰 빵을 써서 뽀얗게 만들어야 하지만 호밀빵을 쓰니 이것도 나름 멋진 베이지 색이 나는걸요? 이 브레드 소스는 크랜베리 소스와 함께 칠면조에 곁들입니다. 브레드 소스가 매우 진하면서 기름진 반면 크랜베리 소스는 정신이 버쩍 들 정도로 쨍하죠. 둘을 번갈아가면서 칠면조와 함께 먹으면 서로 보완하면서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겠습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복싱 데이boxing day에는 남은 칠면조나 햄 등 찬 고기와 함께 먹기도 합니다. 저희는 칠면조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므로 햄과 함께 미리 먹었는데, 회향과 팔각 향이 나서 그런지 돼지고기에도 참 잘 어울렸습니다. 브레드 소스와 햄을 먹다가 느끼하면 크랜베리 소스 한 숟갈, 다시 브레드 소스와 햄, 다시 크랜베리 소스 한 숟갈, 이런 식으로 반복해가며 먹었습니다.


남은 고기마저도 다 떨어지고 소스만 남았다면? 우유를 붓고 끓여 수프 형태로 전환해 드셔도 좋아요. 저는 이렇게 해서 남은 소스를 모두 먹었는데, 수프로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먹다 남긴 빵으로 이런 근사한 소스를 만들 수 있다니 놀랐는걸요. 영국인들의 명절상 따라해보기 - 문화가 엿보이기도 하고 많은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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