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영국음식] 들어는 봤나, 호두 피클 Pickled Walnuts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들어는 봤나, 호두 피클 Pickled Walnuts

단 단 2015. 1. 9. 00:00

 

 

 

 

 

영국의 전통 피클인 호두 피클을 한 병 사 보았습니다. 18세기 중반에 이미 인기가 한창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1727년 영국 요리책에도 만드는 법이 실려 있습니다. 빅토리안 시대에 들어와서는 찰스 디킨스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도 언급이 될 만큼 진미delicacy로 통했었다고 합니다. 단단한 겉껍질이 형성되기 전 아직 연둣빛 꼬마일 때 따서 소금물과 촛물에 담가 삭힙니다. 영국에서는 대개 6월 하순에 따서 준비합니다.

 

뭣? 호두를 껍질째 먹는다고?
네에, 과육과 호두 껍질과 안의 호두를 모두 먹는 거죠. 신기하죠?
이렇게 연두색이었던 호두가

 

 

 

 

 

 

 



이렇게 검게 변하는 겁니다.


먼저 소금물에 10여일간 담갔다가 건져 공기 중에 말립니다. 이 자연 건조하는 과정에서 호두 열매의 색이 검게 변합니다. 그런 다음 피클 용액에 담가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8주 이상 삭히는 거지요.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Walnuts, Sugar, Water, Distilled Barley Malt Vinegar, Salt, Acetic Acid(Acidity Regulator), Barley Malt Extract, Natural Flavouring.


호두, 설탕, 물, 증류 맥아 식초, 소금, 아세트산, 맥아 추출물, 이런저런 향신료. 끝. ('이런저런 향신료'는 영업 비밀인 듯함.)

 

 

프랑스에서도 호두는 많이 나는데 왜 미식의 나라라는 프랑스 사람들은 이 맛있는 호두 피클 만들어 먹을 생각을 못 했느냐?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영국은 여름이 충분히 덥지가 못해 호두가 단단한 '견'과류로 잘 영글지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호두나무는 많은데 겨울에 먹는 호두는 죄 수입산입니다. 잘 안 영그는 호두 열매를 보고 버리자니 아깝고 에잇, 그냥 어릴 때 따서 피클이나 담가버리자, 한 거죠. 여름이 서늘한 덕에 이렇게 맛있는 호두 피클을 다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모든 일에는 다 양면이 있는 법인가 봅니다.

 

 

 

 

 

 

 

 


단면.

우리가 아는 그 호두가 가운데 막 형성될락말락 하고 있죠. 엄지와 검지로 집어드는데 힘을 주니 흐물흐물 으깨져서 손에 묻습니다. 굉장히 부드러워요. 젓가락으로 꺼내면 젓가락 자국이 푸욱 패일 정도입니다. 손으로 살살 꺼내야 해요. 이대로 그냥 다 먹는 겁니다.

 

맛을 묘사하자면요,
우리 한국의 검보라색 여름 포도인 캠벨campbell 포도 있잖아요? 그 캠벨 포도의 껍질 안쪽 보라색 섬유질 부분 맛과 흡사합니다. 달고 시고 아주 향기로워요. 머루포도 맛과도 비슷하고요. (맛은 좋은데 시어서 맨입에 많이는 못 먹습니다.) 다 자란 단단한 호두의 그 바삭함과 고소함과 기름진 느낌은 전혀 안 납니다. 질감이 부드럽고 새콤달콤해서 쓰임새가 많겠는걸요.

 

 

 

 

 

 

 

 


영국인들은 이를 겨울철, 특히 크리스마스 즈음에 스틸튼과 함께 먹거나[위 사진], 쇠고기 요리나 각종 스튜에, 그리고 생 샐러드에 많이들 넣어 먹습니다. 한번 맛보시고 나면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 감이 딱 올 겁니다. 샐러드에 과일 대신 '쨍'한 액센트로, 기름진 고기 요리에 신맛과 단맛을 부여하는 양념으로, 인도나 동남 아시아에서 커리에 새콤달콤한 타마린드tamarind 넣듯 각종 스튜나 그레이비에 넣어서, 느끼한 치즈 피짜나 파스타 등에 토핑으로, 삶은 달걀이나 고소한 달걀 프라이에 곁들여서, 치즈보드에 곁들임 음식으로,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에 만드는 법 영상을 걸어 드릴게요.

 

 

 

 

 

 

 



영상으로 보기에는 만만해 보이는데 집에서 성공적으로 맛내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수퍼마켓에서 병제품으로 사다 먹으렵니다.

 


☞ 영국음식 열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