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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루바브 ① 루바브 파운드 케이크와 루바브 티 Yorkshire Forced Rhubarb PDO Pound Cake and Tea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루바브 ① 루바브 파운드 케이크와 루바브 티 Yorkshire Forced Rhubarb PDO Pound Cake and Tea

단 단 2015. 3. 3. 00:00

 

 

 


영국인들이 아끼는 식재료 중에 '루바브'라는 것이 있습니다. 빨갛고 반짝반짝 세련된 윤기가 돌면서 날씬한 것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영국에서는 이 루바브가 매우 중요한 작물이어서 심지어 요크셔 쪽에 '루바브 삼각지The Rhubarb Triangle'라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루바브 재배지도 다 있습니다. 원래는 시베리아 원산으로 유럽 곳곳에서 재배를 하고 있지만 요크셔의 루바브 삼각지에서 재배한 것들은 특별히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곳곳에서 재배한다는데, 왜 요크셔 삼각지에서 자란 것들만 특별 대우를 할까요? 이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특이한 방식으로 루바브를 재배하기 때문입니다.

 

루바브를 노지에 심은 뒤 2년간은 그냥 자라도록 둡니다. 이 기간 동안은 수확을 일절 하지 않습니다. 햇빛을 흠뻑 받고 자라도록 두어 뿌리에 탄수화물을 잔뜩 저장하도록 합니다. 2년이 지나 11월의 첫 서리를 맞고 나면 일제히 뿌리를 캐내 빛이 들지 않는 깜깜한 헛간에 옮겨 심습니다. 그리고는 온도를 높여 따뜻한 환경을 만든 뒤 빛을 일절 못 보게 차단을 합니다. 그렇게 하면 루바브가 뿌리에 저장해 두었던 탄수화물을 글루코스로 전환하면서 어둠 속에서 쑥쑥 자라기 시작합니다. 여름에 노지에서 키운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고 색이 아주 빨갛게 되어 맛도 좋고 보기에도 예뻐집니다. 이런 독특한 생산 방식을 이미 1800년대 초에 개발을 했다고 하니 대단하죠. 식물 키우는 데 확실히 소질들이 있다니까요.

 

여름에 노지에서 자라야 할 녀석들을 독특한 환경에 가두어 속여서 키운다고 해서 'forced'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요크셔 포스트 루바브'라고 부릅니다. 아무나 이 이름을 갖다 쓸 수 없고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독특한 재배 방식으로 키워야만 PDO로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촛불만 켠 고요하고 어두운 헛간에 빼곡히 서 있는 빠알간 루바브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영상에서는 종교적 경건함이 다 느껴질 정도라고 하죠.

 

연두색 잎에는 독성이 있어 잎은 먹지 않고 줄기만 먹습니다. 원산지는 시베리아이지만 루바브 줄기를 식재료로 쓰기 시작한 것은 영국인들입니다. 그 전까지는 뿌리를 약재로만 썼습니다. 루바브는 신맛이 아주 강한 채소라서 단독으로 먹기가 힘듭니다. 17세기 때 영국에 설탕이 널리 보급되면서 루바브에 비로소 단맛을 가미해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영국인들은 루바브를 대개 설탕이나 메이플 시럽, 꿀 등을 넣고 함께 조려 새콤달콤하게 먹습니다. 루바브 철에는 팬케이크에 곁들여 아침식사로 먹기도 하고 각종 제과제빵과 디저트에 활용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은 주로 이렇게 단 음식에 많이 쓰고, 요리사들은 디저트뿐 아니라 고기나 해산물 요리에 곁들임 채소로 쓰기도 합니다. 수퍼마켓에 가면 루바브를 넣은 티백, 잼, 콤포트, 요거트, 크럼블, 풀fool, 트라이플trifle을 포함한 각종 디저트 등 다양한 루바브 활용 제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웨이트로즈> 수퍼마켓 요리책에서 본 루바브 파운드 케이크를 소개해 드릴게요. 파운드 케이크가 영국음식이라는 건 다들 아시죠? 밀가루, 버터, 달걀, 설탕을 각각 1파운드씩 균등하게 넣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요즘은 각 재료를 균등하게 넣지 않고 굽는 사람에 따라 비율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부재료를 이것저것 다양하게 넣기도 합니다. 파운드 케이크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솜털처럼 가벼운 케이크와 달리 묵직합니다. 영국에 살다 보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솜털 케이크보다는 이런 묵직하고 진하고 깊은 맛이 나는 파운드 케이크가 더 좋아질 겁니다.

 

 

 

 

 

 

 



수퍼마켓에서 사 온 요크셔 포스트 루바브입니다. 이게 나오기 전에는 네덜란드산 히끄무리한 루바브가 한참 돌다 들어갔습니다. 요크셔 포스트 루바브인지 아닌지는 색만 보고도 대번 알 수 있습니다. 아주 빨갛고 예쁘죠?

 

 

 

 

 

 

 



파운드 케이크를 구우려면 먼저 루바브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오븐을 20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80˚C.
루바브 300g을 깨끗하게 잘 씻어 물기를 턴 다음 2cm 길이로 썬다.
설탕 3큰술[1큰술 = 15ml]과 함께 오븐 용기에 골고루 펼친다.
포일foil로 덮고 15분을 익힌다.
그 뒤 포일을 제거하고 다시 5분을 더 굽는다.

 

 

 

 

 

 

 



루바브가 색상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예쁘죠?

 

 

 

 

 

 

 



설탕과 루바브 즙이 함께 녹아 시럽이 많이 고이게 될 겁니다. 시럽은 따로 그릇에 잘 받아 두세요. 나중에 여기에 아이싱 슈가를 넣고 파운드 케이크 위에 뿌릴 글레이즈를 만들 겁니다.

 

 

 

 

 

 

 

 



파운드 케이크 재료
[넣는 순서 대로]

 

 무염 버터 175g,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 진 것으로.
카스터 슈가caster sugar 175g [베이킹용 잘게 분쇄한 설탕을 말합니다.]


팽창제가 미리 들어가 있는 케이크용 밀가루self-raising flour 150g
베이킹 파우더 별도로 1작은술 더 [1작은술=5ml]
소금 1/4 작은술


아몬드 가루 100g
달걀 3개, 알이 굵은 것으로
바닐라 익스트랙트 1작은술
사워 크림 150g
오렌지 껍질 강판에 간 것, 오렌지 1개 분량


아이싱 슈가icing sugar 50g [밀가루처럼 하얗고 고운 설탕을 말합니다.]



만드는 법

 

1. 900g 용량의 식빵 틀이나 파운드 케이크 틀에 베이킹 라이너를 두른다. 틀보다 2~3cm 가량 더 올라오도록 라이너를 자른다. 오븐은 180˚C로 예열을 한다. 팬fan 오븐은 160˚C.


2. 큰 그릇에 버터와 설탕을 넣고 뽀얗고 가벼워질 때까지 전동 핸드 비터로 친다. 설탕 버적거리는 소리가 안 날 때까지 충분히 쳐야 한다.

 

3.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 소금을 체에 쳐서 1에 넣고 잘 섞는다.

 

4. 아몬드 가루, 달걀, 바닐라 익스트랙트, 사워 크림, 오렌지 껍질 강판에 간 것을 2에 넣고 잘 섞는다.


5. 파운드 케이크 틀에 반죽을 1/3 깔고 루바브 조린 것 1/3을 얹는다.


6. 같은 작업을 두 번 더 반복해 모두 3개의 층을 만든다.


7. 오븐에 넣고 30분간 굽다가 160˚C[팬 오븐 140˚C]로 온도를 낮춰 30분 더 굽는다. 노릇노릇 색이 나고 속까지 잘 익도록 굽는다. 30분보다 훨씬 더 걸릴 수도 있다.


8. 다 구워지면 틀에 넣은 채로 15분간 식히다가 틀에서 꺼내 완전히 식힌다.


9. 남겨둔 루바브 시럽 1큰술에 아이싱 슈가 50g을 넣고 잘 녹여 글레이즈를 만든 뒤 파운드 케이크 위에 흩뿌린다. 굳을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가 썰어 낸다. 끝.

 

 

 

 

 

 

 

파운드 케이크는 차와 함께 즐겨야죠.
루바브 철이니 홍차 대신 루바브 티로 우려 봅니다.

 

 

 

 

 

 

광고 이미지입니다. 뒤에 루바브가 있네요.

 

 

 

 

 

 

 



루바브는 맛이 강하므로 조금 밖에 안 들었고, 나머지는 이런저런 향초herb들입니다. 찻잎은 안 들었습니다. 카페인이 없어 밤에도 마실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맛본 파운드 케이크 중 가장 맛있습니다. 포스트 루바브 철이 지나기 전 몇 번 더 구워 먹을 생각입니다. 생긴 건 무거워 보이는데 촉촉하면서 가볍습니다. 루바브 파운드 케이크라서 맛있는 게 아니라 바탕이 되는 파운드 케이크 레서피 자체가 훌륭한 것 같아요. 아몬드 가루와 사워 크림이 들어서 그런지 참 맛있네요. 여기에 새콤달콤한 루바브가 곁들여져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케이크 굽기 전 루바브를 전처리 해야 하니 좀 번거롭긴 한데, 노고가 싹 잊힐 정도로 맛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900g 틀 대신 450g 틀 두 개에 나눠 담아 굽는 시간을 좀 단축해 봐야겠습니다. 루바브 철을 맞아 루바브를 만끽하는 중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루바브 콤포트를 활용한 이런저런 간단 요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6년 봄 루바브 철에 또 구워 본 루바브 파운드 케이크.

 

 

 

 

 

 

 


 이번에는 1파운드(450g)짜리 틴을 두 개 써서

반죽을 나누어 구워 보았는데

시간도 단축되고 잘라 먹기도 좀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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